고등학교 다닐 때 성서에 관한 일화들이 많이 있었다. 머리가 아픈데 성경을 베고 자면 두통이 사라진다든지, 가위에 눌리는 사람이 성경을 가슴에 얹고 잤더니 그런 현상이 없어졌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왜 이런 현상이 생겼던 것일까? 성경에 대한 어떤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성경에서 무슨 초월적 힘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것이 나를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것 말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치료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성경 ‘자체’가 아니라 성경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이 믿음을 ‘대상에 대한 믿음’이라고 한다. 이 믿음이 때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유용했던 적이 있고, 또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런 믿음의 효용성은 매우 일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잘못하면 믿음의 대상이 나를 지배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잘 사용하면 약, 잘못 사용하면 독이라는 말이다. “종교는 아편”이라고 했던 마르크스의 비판은 여기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그러면 믿음의 대상은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것은 성서인데, 믿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성서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그런 힘은 실제로 성경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니라 성서라는 곳에 투영한 자기 생각이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재미있는 것은 자기가 믿는 것은 성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각인 것이다. 자기의 신념을 자기가 믿는 것이다. 따라서 머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 것이나 가위 눌리는 것을 해결했던 것은 자기 자신의 신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대판 용어로 말하면 ‘마인드 컨트롤’이라고나 할까?

여기까지만 보면, 대상에 대한 믿음이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성경을 믿든, 하나님을 믿든, 자기 자신을 믿든, 그것이 어쨌든 도움을 주니까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첫째는 절대화된다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성경을 배에 올리고 잤는데 효과를 봤다고 하자. 그러면 이것이 절대화되어서 다른 사람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하기를 성경이 아주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겠지만, 실은 자기의 생각이나 신념만이 절대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여기까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더 나아가서 종국에는 이 신념 밑에 자기 자신 조차도 종속시켜 버리게 된다. 자기에게서 생각이 나오는 것인데, 자기에게서 나온 것에 자신을 종속시키는 결과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둘째, 이 대상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결국 종교화의 문제인데, 이렇게 효과 있는 것들을 모아서 어떤 소수의 특수한 부류의 사람들이 소유해서 다시 되판다는 것에서 생기는 문제이다. 이것은 ‘하나님’으로 예를 들어 보자. 누구나가 다 긍정하듯이 하나님은 소유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런데 대상화된 하나님은 소유할 수가 있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대상화라는 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니까 말이다. 따라서 대상화된 하나님은 소유할 수도 있고, 또 팔 수 있는 물건처럼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교회라는 곳에서 하나님을 전적으로 소유해서 팔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