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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처럼
너 보고 싶어
호수로 간다.
호수만큼
너
보고 싶어.
[뒷글]
학교 인근에 상동호수가 있다. 학교를 나서 집에 가는 코스 중에 하나다. 최근에는 방학 전부터
어느 선생님과 프레니월드와 아인스월드 맞은편에 텃밭을 만들어 놓고, 콩과 피마자, 청롱무를 심어 두었다. 그저께는 첫 수확의 기쁨도 누렸다.
콩잎은 따서 깻잎처럼 간장으로 재고, 피마자 잎은 따서 데친 다음 쌈을 싸 먹었다.
그런데 어제는 전처럼 콩밭에 마음이 안 가고
문득 사람이 보고 싶다. 그래서 황혼이 깃드는 호숫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형형색색 핀 아름다운 꽃들을 카메라에 잡았다. 특히 어제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 그들의 뒷모습도 사진에 담아 보았다.
마음이
울쩍하면 그 호수 길로 들어선다. 손바닥만한 아담한 호수다. 거기다 돌팔매질도 해
보고, 반송 가지 속에 숨어 재잘거리는 어만 참새떼를 돌로 쫓기도 해 본다. 재작년에는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를 이 호수에서 열기도
했다. 주변에는 인생의 봄과 여름, 가을을 상징하는 듯한 세 쌍의 조각상도 앉아 있는 나의 쉼터이다. 철마다 변하는 꽃밭에 앉아 물결 잘랑이는
호면을 망연히 바라보다 온다.
여기서 밤무대 가수도 만나고, 섹스폰 연주자도 만나고, 다정한 연인들도 부럽게 쳐다 본다.
여기서 수백개의 줄연을 날리는 유명한 연 할아버지도 만나 우정을 키웠다. 올초에 그분과 함께 EBS 텔레비전에도 나왔다. 여기는 몸과 마음을
물가에 앉혀 놓고 쉼을 누리는 영혼들을 만나는 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짝 잃은 왜가리도 보고, 물속에서 뒤엉켜 몸부림 치며 짝짓기를 하는 잉어도
만난다.
사람이 그리울 적마다 발길을 돌리는 상동 호수. 나무가 어려서 낮에는 사람이 적지만, 저녁부터 걷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호수를 바라보는 벤취에 앉아 자리 하나쯤 비워 둔다. 그리고 만만한 일환이 같은 친구에게 문자를 날려도 본다. 멀리서 와 주지 못 할지라도, 빈
자리에 놓아 둔 핸드폰에 띵동~ 가벼운 문자 메시지가 뜨는 소리라도 은근히 기다려 본다. 그리고 지치고 허기가 지면 툭툭 옷에 달라붙은 한기를
털고 일어선다.
오직 그 뿐이다.
검은 물결 굽어 보며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멀찍이 상동 신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별처럼 빛난다. 땅거미가 스륵스륵 덮기 시작하는 붉은 꽃머리들 너머로 외곽순환 고속도로변 호텔 폴라리스(북극성)도 점등된다.
아름답다. 언젠가 그 창가에 서서 이 호수를 보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의 호수 같은 눈동자~ 거기에 달빛도 별빛도 깜박거리겠지. 보고
싶다. 그 사람 호수만큼. 호수를 바라보고 오면, 아무도 다가와 주는 이는 없지만 잠시는 행복해진다. 그리고
부가 열린다는
부개동(富開洞) 골목길로 들어선다.
2005-09-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