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류상태의 내가 기독교 신앙을 가질 때부터 기독교를 떠나기까지'에 달린 전영철의 댓글이다.

상태님, 님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류상태님의 글을 읽고 07-12-27

류상태님의 글을 읽고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님의 글을 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격렬한 어조와 절규에서
그의 진실에 대한 열정과 제도권 현실기독교에 항거하는 용기가 대단함을 놀라워했다.
적지 않은 부분에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남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당신의 궁극적 관심사는 무엇이오? 달이오 손가락이오?
다시 말해서 님이 갖고 있는 관심사는 기독교이오 그 기독교가 품고 있는 그 어떤 것이오?
세상에 발붙이고 있는 그 어느 것이나 명암이 없는 것이 있는가?
허물이나 잘못을 곁들이지 않은 순전한 것이 있던가?“
물론 상대적인 차이는 있다. 그것이 얼마나 심한가 하는 차이는 있다.
그러나 허물없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문제는 허물이 있고 없음이 아니다.
그 속에 얼마나 큰 진실이, 얼마나 큰 감동이 간직되어 있는가에 있다.
허물이 크다 하더라도, 숨이 턱턱 막힐 만큼 어긋남이 심하다 하더라도
그 안에 큰 진실이, 놀라운 감동이 살아있는 것이라면 사양할 이유가 없다.
이거야말로 우리가 찾고 있던, 그리고 온 몸으로 껴안아야 할 보배가 아니었던가.

돌아보면 나도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떠날 채비를 해왔음을 고백한다.
아니, 그것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걸음을 가로 막으며 전진을 저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내 발길을 꼭 붙들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그럴 때마 다 토로하지 않음을 님은 <비겁하다 > 이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보배는 바로 우리의 숨을 가로막는 부조리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보배(진실)는 비늘처럼 겹겹이 애워싸고 있는 부조리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
빛을 덮고 있는 것 또한 깊은 어둠이라는 것을...

부조리를 거부하고 어둠을 거부하는 것은 진실과 빛 또한 거부하는 일이 된다.
나는 기독교뿐 아니라 내 삶, 내 생명, 내 존재 자체가 이런 온전치 못한 것들에 기대어
그 곳에 생명의 둥지를 틀고 있음을 안다.
아니, 내가 사랑하는 것은 허물투성이의 연약한 몸속에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 때문에 그 허물까지도 껴안아야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옛 사람은 저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 했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그 달을 보다가 그만 달을 가리켜준 그 손가락의 고마움을 깨달았다.
이처럼 나는 매일 손가락을, 다시 그 손가락에서 달을 보면서,
손가락의 고마움을 되새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