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박성수 회장과 회사는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대화의 자리로 나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지난 11월 27일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1970, 80년대 인권운동의 상징이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실을 점거하여 이랜드 측의 책임 있는 교섭자세와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하는 농성을 계속해오고 있다.

지난여름 비정규직 법안 발효를 계기로 오히려 비정규직 직원들을 전면 계약종료함으로써 빚어진 이랜드 사태가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서 벌써 반년을 맞으며 해를 넘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교회의 뜻있는 단체들은 무관심을 깊이 반성하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의 아픔까지 세심히 들으셨던 하나님의 심정(마 25:40)으로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대책위에 참여한 우리 통일시대평화누리도 똑같은 심정으로 지난 12월 3일 기도회로 함께 하였고, 이제 회사 측과 박성수 회장에게 충정을 담아 다음과 같이 간절히 호소한다.


1. 이랜드와 박성수 회장은 거의 중단된 대화를 복원하고 책임 있는 교섭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놓고 한 일방의 주장만을 대변하거나 한 편만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비정규직법 발효와 더불어 경영적 측면을 생각하는 회사 측의 입장도 최대한 이해한다.

그러나 단지 법을 크게 어기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회사가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할 바를 다 했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무엇보다 그들은 이전 까르푸로부터 이전될 때에도 계약갱신을 약속받고 지금까지 어려운 형편을 견뎌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분과 지위가 회사의 경영상 이유라는 논리만으로 단번에 흔들리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고쳐야할 관행이다. 더구나 이랜드는 그동안 한국사회와 교회로부터 모범적인 기독교기업의 사표로 알려져 왔던 터였기에 그 책임이 더 크다 하겠다.

그러나 그동안 박성수 회장은 이 문제가 각 매장마다 스스로 해결할 문제로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며 이해할 수 없는 장기외유를 떠나있고, 이랜드 측은 회사의 경영논리만을 주장하였다. 벌써 반년이 다되도록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처지를 생각하여 이제 박성수 회장과 이랜드는 책임 있는 대화의 자리로 나오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2. 이랜드는 개별적인 구제나 선행보다 사회구조적인 책임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이랜드는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선행과 구제를 많이 하는 기업 중에 하나다. 노숙자, 행려자, 외국인 노동자, 북한 동포에 이르기까지 기회가 되는대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랜드에게 결정적인 부족함을 지적한다면 우리사회 양극화를 끊임없이 양산해 내는 잘못된 사회구조를 고치고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면에서는 아주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번 비정규직 문제에서 보여 지는 것 같은 노동자에 대한 무관심, 하청업체에 대한 출혈요구, 무리한 사업 확장 등 구시대적 경영행태를 지속하면서 단지 세금 잘 내는 것과 구제 많이 하는 것으로 좋은 기업으로 기억되려는 마음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같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다. 우리는 애굽의 압제로부터 구원하신 하나님, 고아와 과부의 억울한 호소를 들으시는 하나님을 함께 믿고 있다. 성경은 사람이 하늘에 호소하면 하늘이 듣는다고 하였다. 이제 박성수 회장과 이랜드는 그동안의 공로에 자부심을 갖기 보다는 혹시라도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편향된 시각으로 인해 또 다른 하나님의 형상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지 진심으로 돌아보며, 이제라도 책임 있게 대화의 자리로 나오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부디 올해가 가기 전에 비정규직 노조원들? ?귀가할 수 있게 노력해 주기 바란다.

통일시대평화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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