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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인 하나님, 그리고 하늘차원의 비밀을 이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사람과 개미가 대화하겠다는 것처럼 차원이 다른 둘 사이의 교류는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둘 사이의 간격을 메울 수 있는 오직 유일한 가능성은 사람이 스스로 해탈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편에서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사람이 하나님을 찾아갈 방법이 없어, 사람이 되어 찾아오신 하나님이 바로 예수다(요 1:18). 그러므로 피조물인 사람은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세계만큼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겸손함(신 29:29, 잠 25:2)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과 인간의 소통에도 한계가 있다. 하늘 차원의 비밀을 액면 그대로 전하면 그 차원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마 22:23~29). 마치 우리가 눈(雪)을 본 적이 없는 열대지방 사람들에게 눈을 설명해야 할 때 겪을 어려움과 같은 것이다.
그럴 때 성서가 사용하는 방법은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상징과 비유, 환상 등으로 상상해 보도록 돕는 것이다(마 13:34, 35). 특히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창조세계나 종말, 천국 같은 이야기, 그리고 인생사의 이해되지 않는 모순들은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주로 비유나 상징을 사용하게 된다(창세기, 다니엘, 에스겔, 요한계시록 등을 보라).
1. 하나님을 바로 이해하도록 돕는 비유들
성서가 사용하는 비유의 범위와 방법은 매우 넓고 다양하지만 크게 나누면 두 가지에 집중되는 것 같다.
첫째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다.
하나님이라는 분이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분인가? 정말 믿을만한가? 이런 의문들은 결코 불경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어 마땅한 물음이다. 그러나 성서에서 살펴보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존재에 관한 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기에, 그것에 대해 답답해하기 보다는 분명히 존재하는 하나님이 과연 어떤 분인지에 대한 고민에 골몰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려면 성서의 다른 모든 부분이 그렇듯이 사전적 정의를 기대할 게 아니라, 하나님의 세계에 참여함으로써만 알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요 14:21). 그것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고, 그 말씀을 힘 다해 살아갈 때 하나님과 깊은 관계에 들어가게 되고, 그 세계가 가장 선하고 정의롭고 소망스럽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참여해 보지 않고 멀리 서서 상상만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알 수 없고 인격적 관계를 통해 얻는 하나님의 세계를 체험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과에만 관심이 많지만, 하나님은 우리와 진리, 사랑, 신뢰로 쌓아지는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 원하신다. 그래서 성서는 여러 곳에서 하나님이 인간과 맺기 원하는 풍성한 관계를 비유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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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사람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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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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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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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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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 인도하심, 보호, 자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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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의 비유(눅 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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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신랑/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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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최고의 친밀성, 순결,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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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서, 호세아, 열처녀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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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와 양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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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 희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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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 15:3~7, 요 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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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종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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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충성, 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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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25:14~30, 고전 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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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선하심은 강요나 설득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의 세계에 대한 참여를 통해서만 그 관계 속에서 느낄 수 있다.
2. 하나님나라의 이해를 돕는 비유들
둘째, 하나님나라(천국)에 대한 비유들이다. “천국은 마치 **와 같으니.”(마 13:24~50, 20:1~16, 22:1~14, 25:1~30)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대개 온갖 억측을 펼친다.
더구나 사람들에게 천국(하나님나라)은 자기들이 바라는 온갖 기대심리를 담아 부풀려 놓을 가능성이 가장 많다. 성서를 보면 유대인들도 천국은 못된 유대인의 적들과 이방인들이 심판을 받고, 유대인들이 다윗왕가를 기반삼아 세상을 떵떵거리며 지배하는 세상으로 착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수는 이러한 이기적이고 당파적인 희망사항을 단호히 거부하고, 천국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선하심)에 의존된 하나님의 정의사회임을 말한다. 그가 말한 각각의 천국비유는 천국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결코 아니고, 천국이 과연 어떤 특징을 지닌 사회인지 하나씩 이해시키려는 의도로 전개된다. 그곳은 단지 충실한 종교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땅에서도 주어진 환경을 당연히 여기며 잘 먹고 잘 살아가다가, 단지 하나님을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 땅에서도 영원히 즐거워하는 곳이 아니다(눅 16:25, 마 25:41~45). 그 나라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믿고 수고하며 애쓰고 진리를 지키기 위해 고난을 무릅쓴 자들만이 바라보게 되는 소망의 세상인 것이다(마 5:3~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보면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신 정의를 믿기 어려울 때가 있다. “도대체 이 세상은 왜 착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들이 득세하는가?”(시 73:1~12, 합 1:1~4) “착하디 착한 내 아이가 왜 어려서 죽어야 하는가?”(왕하 4:27, 28) “왜 한편의 사람들은 살 빼는 게 최대의 관심사인데, 또 다른 한편의 사람들은 당장 한 끼 먹을 양식을 걱정해야 하는가?” 그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 우리는 하나님과 인생에 대해 크게 회의하게 된다.
이럴 때 천국에 대한 소망이 등장한다. 눈물을 씻어주시는 하나님, 쌓이고 쌓인 한을 풀어주시는 하나님(사 65:17~20, 계 21:3, 4). 결국 정의를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이다(사 65:21~25, 믹 4:1~4). 선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결국 정의로운 하나님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승화된다. 그러므로 천국(하나님나라)은 그저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온갖 좋은 것들을 누리고 싶어하는 개인적 욕망의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다스림을 기대하는 공평과 정의의 새 세상이다.
3. 겸손한 참여로 하나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이러한 비유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이해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오직 신뢰하며 참여하는 자들에게만 이해가 주어진다(마 13:10~15). 그리고 앞서 이해한 사람들(소위 기독교인)이라면 자신의 이해를 자랑할 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겸손히 하나님의 표지역할을 해야 한다(마 5:16).
그러므로 우리는 ‘신(노예도덕)이 죽었다’고 외쳤던 니이체의 절규도, 잘못된 신관념에 의해 인간이 얼마나 소외되었는지 말한 포이에르바하의 분석도,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말한 마르크스의 분노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제정신을 갖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과 성서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바로 드러내는 방식은 온유함과 두려움과 선한 양심을 갖고 해야 한다(벧전 3:15, 16).
그리고 보수든 진보든,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하나님의 비밀의 영역, 신비의 자리, 모름의 부분을 남겨두는 겸손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결국 그 날에 하나님은 부족했던 모든 부분들을 밝혀주실 날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다. 그 분의 선하심을 믿는 것이다. 이 모든 의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싶지만 당장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비밀이 다 밝혀지는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9,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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