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력 : 2005년 08월 29일 (월) 00:00:00 [조회수 : 5013] |
|
5월은 축제날들이다. 신입생마냥 마음은 설레지는 않지만 마음과 귀는 여전히 솔깃해 있는 상태였다. 희조에게서 미팅주선을 위임 받은 은주는 긴 통치마에 농구화를 신고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면서 활약을 하였는데, 희조같은 미녀 투쟁이 보다 부담 없는 은주가 여대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을 줄은 아무도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5월초의 토요일에 한국대학의 공대, 상대, 법대, 농대의 축제가 같은 날 열리게 되었는데, 3개의 단과대학에 비해 농대는 거리가 멀며 현실적으로 밀리기에 농대 학생회는 여대생들의 많은 방문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었기에 시골 총각들과 도시 처녀들의 맞선(?)을 보이는 행사에 삼총사가 총대를 메게 된 것이다.
배화여대, 명숙여대, 한성여대, 심성여대를 중점으로 희조는 서울과 경기도, 영이는 경상도와 강원도, 은주는 전라도와 충청도 출신 여대생을 책임지는 작전을 세웠다.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서울을 떠나 유서 깊은 수원성을 관광하며 우리의 뿌리인 농민이 되겠다는 친구들을 위해 멋진 축제를 만들어 한국여성의 단합을 보이자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 세운 일이었다.
농대 학생회로부터 기증 받은 400장의 ‘새 농촌’이라 적힌 보자기와 모자를 쓴 각 대학의 여대생들이 아침부터 사부의 도움으로 이미 기차 칸도 3칸이나 예약되어 있는 서울역에 모여 들기 시작을 했다.
삼총사가 거의 100명씩 자기의 임무량을 채웠기에 기차 칸은 향우회겸 지역의 담을 허는 여성의 마당이 되었다. 이 나라의 숙제인 지역감정은 남자들이 만들어 냈으나 풀 수 있는 것은 여성들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희조의 연설에 다들 박수를 보내 주었으며 게다가 국제감정도 풀 수가 있다는 말에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웃음열차를 타고 수원역에 내린 노란 모자에 초록 보자기 스카프를 두른 300여명의 여군단은 장안동에 있는 효성으로 건축된 사적 3호 수원성으로 질서 정연하게 행진을 하면서 약 210년 전의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인 불행한 사건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최고의 권력자인 왕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일은 정치 세력의 입김이라는 현실론에서부터 아들이나마 비참한 모습으로 죽은 아버지에 대한 부자의 정이 아름답다는 낭만론의 꽃이 만발하였다. 조선의 혁명가이며 동양의 레오나드로 다빈치인 정약용의 솜씨는 근처의 풍경과 어울려 더욱 멋을 내고 있었다. 비록 사도세자는 좁은 뒤주에서 죽었지만 아들이 넓고 멋진 성을 만들어 드림으로 조그만 위로를 받은 수원성이었고 아들이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다닌 길을 수 많은 여대생들이 수다를 떨며 아버지와 아들을 그리며 가는 모습이 역사인 것 같았다.
“예고된 삶은 계란먹기 경기를 20분 후에 갖도록 하겠습니다. 먹는 시합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비난을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땀 흘려 일함을 깨닫기 위함이며 많이 먹어주어야 짐승을 키우는 농촌이 잘 살 수가 있습니다. 30분 내에 제일 많이 먹는 분이 우승자이며 토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분은 실격입니다. 5등 안에 들지 못하는 분은 자신이 잡수신 계란값의 2배를 지급하셔야 하며 입상자는 자신이 먹은 계란은 무료임은 물론이고 우승자는 선수들이 남긴 계란까지 가져가며 게다가 아주 푸짐한 상품이 걸려 있습니다. 준비한 계란의 숫자 때문에 선착순 50명만 참가를 할 수가 있습니다. 선착순으로 삶은 계란 100개가 담긴 바구니를 선택을 합니다. 날씬한 계란이 담긴 바구니를 고르기 위해 등록을 서둘러 주세요.”
점심 시간 전에 계란 먹기 대회가 있음을 방송으로 알려 준다. 이 시합은 미리 프로그램에 들어 있었기에 먹순이 은주는 아침부터 일체의 간식도 하지를 않고 굶고 있었던 것이다.
“먹는 경기에 은주가 빠지면 흥이 깨어지겠지? 개다리가 아니라 섭섭하겠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자 남은주! 준비를 하세요.”
“고마우이, 언니. 그런데 계란은 내가 먹겠지만 계란값은 희조언니가 내고 상을 타면 셋이서 나누면 되겠죠.”
“상품은 무엇인데?”
희조가 야무지게 물어보는 것은 짠돌이 은주의 계산법에 항상 넘어가기에 선수의 긴장을 풀 겸 확인을 하여 보는 것이다.
“3등은 전기구이 통닭 3마리와 딸기와 포도 각 2kg, 2등은 전기구이 통닭 5마리와 각 5kg, 우승자는 전기구이 통닭 10마리, 딸기 10kg와 포도 10kg, 남은 삶은 계란 전부 그리고 고급 자전거 한 대. 자전거는 은주에게 꼭 필요한 물건 같은데…. 그런데 나도 참가하면 안 될까?”
상품을 열심히 듣던 희조와 은주는 영이의 마지막 말에 재미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는 것은 평소에 몸매를 관리 한다고 미용체조를 열심히 하는 희조보다 영이가 덜 먹기 때문이었다.
37번 은주, 38번 영이의 순으로 번호포를 받은 삼총사는 심각하게 작전을 짠다. 한 선수마다 농대생이 먹은 계란의 숫자를 표시한 번호판을 들어주며 반칙이 없도록 감시를 하며, 참가자는 2인이 한 조가 되는 것은 한 명은 먹고 한 명은 계란 껍질을 벗기며 먹는 선수의 온갖 시중을 다 들어 주어야 하는 것인데 생각치 않은 영이의 참석으로 희조가 두 몫을 하기로 하였다.
“언니, 나는 1분 먹고 1분 쉬는 작전으로 할래요. 쉬는 시간에 내가 물과 소금도 먹고 운동 삼아 계란껍질도 벗기죠.”
“나는 30초에 하나씩 60개를 먹는 작전을 쓰겠어. 아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길 터이니 내가 입을 벌리면 입에 넣어 주어야 해. 내가 혀로 입술을 적시면 물을 조금 주고 입술을 부디 치면 소금을 조금 주면 되.”
희조는 두 선수의 경기방식을 열심히 귀담아 듣는 것은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보조가 서투르면 일을 망침은, 남편이 잘 살아보려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살림에 생각이 없는 아내를 만나면 좋은 가정을 이룰 수가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삶은 계란은 물에 담아두는 것이 껍질을 벗기기 쉬울 것이야. 껍질을 벗긴 계란은 절대로 물에 담아서는 안 되. 물기가 많으면 입에는 쉽게 들어오고 목구멍에도 잘 넘어가지만 위에서 소화를 하는데 문제가 있어 도리어 손해야.”
후보 선수인 영이는 주전 선수인 은주보다 주문이 더 많았으나 삼총사는 한 몸이니 둘 중에 한 명만 등수에 들어도 되기에 희조는 머리를 끄덕인다. 잠시 후, 50명의 선수와 50명의 보조 그리고 50명의 심판이 각 자의 상 앞에 서서 출발신호를 기다린다.
“출발! 가벼운 바구니를 고르세요!”
100명이 우르르 계란이 담긴 바구니를 향해 본부석으로 뛰어간다. 삶은 계란 100개는 생각보다 무겁기에 두 바구니를 가운데 선 은주가 양 손에 하나씩 쥐고 희조와 영이는 각 바구니 끝을 잡고 자신들의 자리로 숨차게 되돌아 온다.
“아이고, 얼마나 굶었으면 먹기 전에 넘어지는 선수도 있군요. 지금부터 번호판을 보며 생중계 방송을 해 드리겠습니다. 잠깐! 스폰서의 광고가 있겠어요. 양해하세요. 대학이 무슨 돈이 있나요.”
“석유 없는 나라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삼천리 자전거!”
희조가 계란을 까는 동안 은주는 1분 동안 복식호흡을 하면서 고향 집의 닭들을 생각한다. 어릴 때 어미 닭이 달걀을 품고 있는 것이 하도 신기해 밤에 몰래 달걀을 훔쳐 자신이 품고 있다가 어머니에게 들켜 혼이 난 추억을 더듬으며 역도선수처럼 양 주먹을 쥐고 복식호흡을 하는 반면에 영이는 지리산에서 도를 닦는 스님처럼 의자에 얌전히 앉아 양 손을 상 위에 펼치고 눈을 감는다.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126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