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생활 |
|
보길도와 소안도 여행기-2항일 독립 운동의 위대한 섬, 소안도 이야기 |
|
|
|
입력 : 2005년 08월 28일 (일) 00:00:00 [조회수 : 3657] |
|
소안도는 보길도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다. 바람이 심해 두번 시도 끝에 겨우 소안 선착장에 내렸다. 종 모양의 최고봉 가학산은 잿빗 구름에 머리를 숨기고 있었다. 여행 첫날 23일 소안도에 내린 사람은 친정에 왔다는 새댁 식구들 몇 뿐이고, 24일 관광객도 우리 부부만 내렸다. 외지고 텅빈 선착장에서 한동안 외로웠다. 택시를 불러 천연기념물 제340호라는 맹선리의 상록수림부터 향했다. 이 섬에 온 목적은 13년 전에 사 둔 맹선리 160번지의 임야를 먼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송들이 줄 지어 맞아 주는 긴 해안도로를 따라 10분 쯤 달려가니 5백 미터 남짓한 울창한 상록수림이 보였다. 수 백년 비바람을 이겨 낸 거대한 방품림의 어깨가 건장해 보인다. 택시 요금은 5천 원. 비바람이 극심해 숲에 들어가 나무들을 만져 보거나 나무 이름이나 특징을 자세히 못 살펴본 게 아쉬웠다. 귀양 길에 보길도에 표류하다가 대피한 암벽에 송시열이 한시를 썼다는 '글씐바위' 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거기서 맹선포구까지는 일명 '바다택시'라는 쾌속정으로 5분 거리라 한다. 상록수림이 어미처럼 맹선포구를 감싸안고 있는 형용이다.
관광지도에 나타나 있는 소선마을과 그 너머 맹선재를 노인에게 물어 올라갔다. 그 마을 어른은 풀이 웃자라 못 오를 길이라고 말렸지만, 꼭 가 보고 싶었다. 과연 마을 끝부터 시작되는 맹선재 입구부터 마치 풀들로 덮어 놓은 동굴 같았다. 온갖 아열대성 식물들이 우거져 길을 넘고 빗물에 패인 도로는 무너진 계단 돌처럼 덜거덕거렸다. 길 한가운데는 집게가 빨간색인 주먹만한 크기의 게들이 슬금슬금 기어다니고, 젖은 돌이 미끄러워 드디어 아내는 매기를 잡았다. 맹선리 김 공장에 필요한 용수를 재너머 마을에서 끌어오는 큰 검정색 비닐 호스 3가닥을 따라 올라갔는데, 길이 너무 비좁아 그만 내려오고 말았다. 그 길이 가학산 등산로의 하나라지만 30년 전부터 인적이 끊겼다 한다. 과연 '빤쓰고개' 라고 주민들이 칭할만큼 가파른 길이다. 맹선리 임야는 키가 큰 상록수들의 밀림이라 더 울창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택시 기사 소개로 동창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소안여관을 숙소로 정했다. 배가 오늘 중으로 떠나면 일만 원, 하룻밤 자면 2만원으로 정했다. 우중에 신구 두 개의 기념탑과 정부가 만들어 준 항일독립운동 기념관을 찾아 관람했다. 비바람이 얼마나 심한지 나무들마다 고개를 숙이고 우산을 도무지 쓸 수 없었다. 전선이 끊길 듯 울부짖는 소리가 두렵고, 장구처럼 가운데가 잘룩한 소안도의 허리가 잘려 나갈 정도로 해풍이 엄청나게 심했다. 손님은 옷이 홈빡 젖은 우리 부부 뿐. 기념 사업회의 부회장님이 아담한 전시관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둘이서 당시의 독립운동가를 악보를 보고 감격스럽게 불러도보았다. 완도군 의원을 겸한 회장님도 우리에게 차를 대접했다. 그분은 소안도를 일주하는 도로건설계획, 소안도의 산업, 독립 운동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자연보존지역이고 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소안도는 국가로부터 개발허가를 받기 어렵다고 하니, 그 땅을 이용해 볼까 하는 꿈이 깨어져 좀 맥이 풀렸다.
일본 침략에 대항하여 자녀들을 사립소학교를 세워 교육시키고, 간도까지 사람을 보내 무장독립투쟁을 하고, 감옥에 갇힌 가족들을 생각하여 한겨울에도 이불을 덥지 않고 잤다는 강인한 정신력에 놀랐다. 여의도 면적 3배만한 외딴 섬에서 무슨 힘으로 일제의 강압에 감히 맞설 수 있었을까? 소안도에 직접 와 보니 그들의 애국심과 애향심 및 교육열을 더 실감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밤에는 동창식당의 주인 박씨 부부가 전복 양식업자인 '(장)보고 수산' 대표와 젊은 면직원 하나를 불러 회식을 했다. 두 시간 남짓 독립운동과 소안도인의 정신에 대해 그 섬 사람들이 얼마나 자부심이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 여러 해 전부터 책자나 인터넷 검색으로 그들의 독립운동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오후에도 기념관에서 충분히 들었는데, 또다시 장황한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게다가 박씨는 독립운동을 안 했다는 맹선리 출신의 아내를 은근히 얕잡아 보니까, 얌전한 그 아내도 눈을 흘기는 거였다. 비교적 객관적 시각을 가진 완도 출신 공무원은 소안도 사람들이 독립운동만 자랑할 게 아니라 관광객을 반기고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젊은 양식업자는 새로운 전복 상품을 계발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서 인상 깊었다.
진종일 배가 끊기는 바람에 소안도에서 보낸 하루는 추억도 많았고 정겨운 섬마을 사람들을 만나 즐거웠다. 공무원은 내일도 배가 못 뜨면 미라리 상록수림과 해수욕장도 자기 차로 모시고 구경시켜 주고, 식당 부부는 아침에 전복죽을 거저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새벽부터 바다가 잠잠해지고 첫배가 6시 50분쯤 도착하자, 그 섬 사람들의 살가운 인정을 뒤로 한채, 아쉽게도 황급히 떠나야만 했다. 여비가 동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보길도도 마음에 들었지만, 독립 운동에 목숨도 아끼지 않은 소안도 사람들이 더 귀해 보이고 존경스러웠다. 앞으로도 소안도 사람들과 더 친해지고 싶다.
2005-08-27
이일배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81 |
 |
|
|
|
|
|
|
|
| 이일배
() |
 |
|
|
| 전복이요.. |
실없는 연예인들 토크쇼 야심만만을 보았는데.. 매일 매끼 전복을 먹는 사람이 가장 부자래요.그러니 진짜 부자는 소안도 사람들입니다.
남산의 동상은 이황과 또 안중근 말고 누가 있던가요? 오라 장충동의 이준 열사? 저는 동상을 많이 세우는 것은 별로입니다.
집사람 호강 한번 못 시켜 주고 왔네요. 글쎄 사람이 쪼잔해서요.... 쩝 |
|
|
리플달기 ▼
|
|
|
|
|
|
|
|
|
|
|
| 이승칠
() |
|
|
|
| 안녕 하세요. |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부부동반 섬 구경을 가다. 좋은 풍경입니다. 한국의 모든 주부들이 부러워 할 것 입니다. 그런데 길이 가파르기에 “빤쓰고개”라 불립니까? 빤질빤질한 ‘쓰’가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전복이라! 나 같으면 마누라 저당 잡히고 전복을 먹고 왔을 터인데… 역시 남산이 용두산보다 큰 산 입니다. 용두산은 바다를 보고 생겼기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어울립니다. 그런데 남산의 중앙에는 누구의 동상이 서 있는지요? |
|
|
리플달기 ▼
|
|
|
|
|
|
|
|
|
|
|
|
|
|
|
|
| 천연기념물 제 340호 맹선리 상록수림 |
|
|
|
|
|
| 신설한 소안도 항일운동기념탑과 기념관 전경 |
|
|
|
|
|
| 떠나는 날 먹구름에 가린 가학산 정상 |
|
|
|
|
|
| 기념관내-'팔미도등대습격사건' 모형 앞에서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