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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25일 (목) 00:00:00 [조회수 : 30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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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전 의원의 운동화를 신은 은주가 교회 갈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빨리 준비하라고 성화를 댄다. 영이는 머리를 빚으며 이제 주일예배에 결석한다는 것은 방학이 아니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자 긴장은 되었으나 기분은 좋았다.
성경책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 사람의 신앙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개 말처럼 은주는 오래된 낡은 성경책을 큰 젖가슴에 소중히 간직 하고는 하며 꼬마가 소풍을 가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홍능 길을 걷는다. 교회에서는 새 식구에 대해 따뜻하게 대해 주었으며 전도를 한 영이의 신앙이 자랐다는 증거가 되었으며 일요일의 식당은 토요일에 준비된 빵, 우유, 삶은 계란이었으나 은주는 마음껏 점심을 먹는 당당한 새 신자였다.
그 다음날 저녁, 은주가 부엌문을 두드리며 자꾸만 마당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하기에 부엌 문을 열어 보니 마당에는 쫑이 은주가 들고 있는 봉투에 코를 대고 있고 은주는 발을 까닥거리며 폼을 잡고 서 있었다.
“비 올 것 같은데 빨리 들어와.”
“언니는 눈도 없소. 이 멋진 농구화가 안 보이요.”
멋진 농구화를 뽐내던 은주는 갑자기 한쪽 다리를 걸고 닭싸움 자세를 취하며 부엌 문을 열고 나오는 영이에게 달려든다.
“하루 공부를 배워주고 가불 받은 돈으로 통닭 인심을 쓰면 너무 빠른 것 아니야?”
영이는 방에서 통닭을 먹으면서 넌지시 은주를 떠 보았으나 이미 영이는 토요일에 전 의원에게 간단한 편지를 아주머니를 통해 남겨 둔 사실을 모른체 하였다. 단순한 선배에 대한 감사 편지였으며 은주의 성품을 알려 주면서 이사 관계로 돈이 떨어진 것 같으니 반달치만 가불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걱정 말아요. 키퍼가 손님에게 실수를 했다면서 운동화 값과 입주를 원했지만 자기 집 형편으로 시간제를 하게 되어 미안하다며 반달 분을 가불을 해 주네요. 언니, 나는 너무 감격해서 ‘졸업할 때까지는 쫓아 내어도 나가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선배님’이라고 했더니 선배님은 ‘요새 우리대학 사학과 여대생들이 상당히 의리가 있네요’하더먼유.”
영이는 은주가 제발 4년 동안 강원과 춘원을 잘 가르쳐 주기를 진심으로 바랬으며 은주는 영이에게 미국으로 이민 간 언니의 공간과 아이들을 떠난 공간을 말끔히 채워주는 천사였다.
“언니, 신발값 봉투는 따로 주던데 오면서 열어보니 제가 갖고 싶었던 최고급 농구화를 사고도 돈이 남아 통닭을 사 왔어요. 다 언니가 그 식구들에게 잘한 득을 제가 받는 것 같아요. 참말로 고맙구만이라.”
운동화보다 농구화가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키퍼가 알았는지 확실히 농구화를 신은 은주는 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FM라디오에서 음악이 감미롭게 흘러 나온다. 대학 2학년의 4월은 영이에게는 모든 일에 도전하려는 의욕을 주는 달인데 사부로부터 숫총각 이후로는 소식이 거의 없었으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과거를 알기 위해선 한자를 알아야 하며 미래를 추구하는 젊은이로서는 영어가 필수인지라 아이들에게 한 약속처럼 한자공부와 영어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였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마다 나라의 힘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이른 봄의 어둠이 내릴 무렵, 영이는 오랜만에 은주와 저녁을 함께 하기위해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 하고 있었다.
“박연~ 폭포~ 십리하에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영이의 방에서는 경쾌한 팝송이 은은하게 들리는데 마당에서 난데없이 타령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에 조금 열어 둔 부엌문을 활짝 열어 보았더니 은주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데 예사 솜씨가 아니었으며 타령은 그녀의 어깨에 매달린 라디오에서 나는 소리였다.
“달뜨기 전에 준비 체조하는 그대는 누구인고~”
“오늘 일등 묵고 라디오 따오는 남 낭자로소이다.”
“은주야, 무슨 일등을 했는데? 혹시 신입생들 투표환 던지기 시합을 했지?”
“근데 언니는 모든 면에서 지적인데 한번씩 육감적이고 감각적인 향수를 뿜지라요.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지 무슨 올림픽 전당입네까!”
육감적이고 감각적이라는 은주의 날카로운 지적에 영이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혹시 은주가 미용사 알바도 해 보았는지….
“소자가 오늘 신입생 장기자랑에서 일등 먹은 방아타령 한 곡 들어 볼라요.”
영이는 조용한 골목에서 주위에 방해가 될까 봐 말리고 싶었으나 벌써 방아는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타령을 열창하는 여인이 과연 은주인가 싶은 것은 민요가수가 아니라 정통타령을 노래하는 명창이기 때문이다.
“앵콜! 앵콜! 얼시구 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시구 씨구 씨구 들어간다~, 앵콜!”
은주 옆집 하숙생들의 함성뿐만 아니라 이웃의 2층에서 모두들 내다 보고 있는 것이다.
“앵콜이 머지라이, 재창이지. 언니, 저 머슴아들. 시커먼스 처가집 동네 애들이지요? 골목에서 마주쳐도 나 같은 우량아에게 눈길 한번 안 주데요, 역시 수준이 떨어진다 싶었는데 맞구먼.”
“처녀, 재창이요! 부탁하네.”
몸이 불편하여 골목에 잘 나오지 않는 분이신 옆집의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의 부탁으로 방아는 더 힘차게 돌아가며 골목에 새 공기를 뿜어대기 시작을 하는 것이다.
“언니~요~ 밥을~ 차 리 시 이 소~, 설거~지는~ 나가~ 하리~이다.”
은주가 골목에 등장함으로 새로운 삼돌 엄마가 탄생을 한 느낌인 것은 뚱뚱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어려움 속에서도 남에게 베풀기를 즐겨 하는 성품이 공통분모인 것이다. 집집마다 깡통을 하나씩 돌려서 버리는 음식의 찌끼기를 모으게 부탁을 하여 시커먼스는 물론이고 친구 개들까지 다 먹이기에 시커먼스는 은주 덕분에 정력이 넘쳐(?) 애인들이 더 많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은주처럼 살이 쪄서 귀한 집의 개로 보일 정도로 변해 있었다.
토요일이 되면 옆집 남자 하숙생들은 담으로 은주에게 데이트 자금을 빌린다고 야단들인 것은 -물론 이자는 과자로 대신하지만- 돈을 빌러 주면서 잔소리로 여자에게 너무 돈을 헤프게 쓰는 것을 보이면 매력을 잃는다는 충고때문인지도 모른다. 새침데기 영이와는 정반대의 은주 때문에, 국가도 지도자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변하듯이, 골목도 한 사람으로 인하여 담을 헐어버리는 장소로 변해가는 것이다.
“언니, 동네 체육기금을 좀 부탁해요.”
“골목 운동회 하나? 무슨 종목인데…”
둘은 저녁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시면서 은주가 골목 운동회란 말을 꺼내는데 영이는 삼돌 엄마에게서 골목 운동회란 소리는 듣지 못했기에 궁금하였다.
“언니는 참말로 무드가 없으라이. 요새 운동회 하는 골목도 있남.”
“없지람.”
“옆집 머슴아들이 데모 때문에 방구석만 박혀 있어 담배만 축내니 보다 건설적으로 골목 농구대를 세우자는 결의문을 작성 했어예. 지도 덕분에 살도 좀 빼고….”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의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은지라> (창6:1~2)
“오늘의 주제가 노아의 홍수에 대한 각 자의 소감을 발표하는 열린수요예배인데 제가 제비 뽑기로 첫 발표자가 되었는데 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종주 형제는 목수인데 건설 현장의 일이 없으면 집의 창고에서 주문 받은 소품을 만들며 주위에서 작은 수리를 부탁하면 자신의 일처럼 꼼꼼하게 챙겨주기에 주일 외에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성실한 분으로 이 동네에서 소문이 난 사람이다.
“이 구절에서 하나님의 아들과 사람의 딸이란 표현은 여자에 대한 경시 사상이 아니라 행위언약을 맺은 남자와 최초로 선악과를 따 먹은 여자를 비유하는 표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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