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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 사람들[3] 율법보다 사랑을 택한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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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24일 (수) 00:00:00 [조회수 : 2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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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가라사대 모세가 너희 마음의 완악함을 인하여 아내 내어버림을
허락하였거니와 본래는 그렇지 아니하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연고 외에 아내를 내어버리고 다른데 장가 드는 자는
간음함이니라> (마19:8~9)
집 주인 갈라 할머니가 8년 전에 남편이 암으로 죽자 한 동네에서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의 남편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였기에 온 사할린 동포 사회에서 소문난 여인이 되었다는 말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소문이 난 것은 이 동네가 한국 동포들이 많이 사는 보수적인 동네이기 때문이며 나이가 많은 분들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갈라 할머니는 자식이 셋인데 이혼을 하지 않는 자녀는 큰 딸 뿐이며 둘째 딸은 전 남편이 마약을 하였기에 이혼을 했으나 러시아 여자와 재혼을 한 전 남편의 집에 종종 놀러도 가며 자신의 집에 초대도 합니다. 물론 이 딸도 재혼을 했으며 러시아 법에 따라 자식은 여자 몫이며 자녀 양육비는 전 남편의 월급에서 강제 징수가 됩니다.
막내 아들은 동거 생활 2년, 결혼 6개월 만에 첫 애가 백일이 되기 전에 별거 상태라 곧 이혼을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런 갈라 할머니의 집안을 ‘개 같은 집구석’이란 힐책을 했는데, 차츰 살다 보니 우리와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의식구조가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저녁의 레스또랑(식당)은 결혼 피로연이나 생일 잔치가 열리는데 50회 생일은 우리의 환갑처럼 성대하게 거행 합니다. 이들의 생일에 대한 개념은 탄생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중시여기는 성경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동포의 생일에 초대를 받았는데 저의 통역이 왠 여자와 무척이나 반가워 하기에 누군가고 물었더니 “3년 전에 이혼한 아내”라고 하기에 저의 머리는 혼잡해 지기 시작을 하더군요.
남의 지나간 상처를 묻는 것은 실례나 용기를 내어 헤어진 이유를 물었더니 “잠시 동네 아낙과 눈이 맞아 바람을 피웠는데 저의 보따리가 집 밖에 던져져 있기에 헤어졌지요.”라고 하네요. 부인이 남편의 보따리를 던진다는 말은 우리와 정반대라 이상하게 들릴 것 입니다. 러시아 여성의 인권이 얼마나 센지는 다음에 이야기를 하죠.
“남자의 바람은 일시적인데 그만한 일로 20년 결혼생활을 포기하시면 너무 경솔하지 않나요?”라고 반문을 했더니 통역은 싱긋이 웃으면서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상대의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라는 이상한(?) 사랑론을 펼치더군요. 아마 이 분이 말하는 바람은 훈훈한 정이 담긴 바람(?)인 것 같았습니다.
“만일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어떻게 되죠? 성경에는 이혼사유가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의 부모시대 같았으면 한국식으로 다리를 부러뜨릴 일이지만 남편보다 다른 남자가 더 아내를 사랑함으로 용서를 합니다.”
“참으로 러시아는 사회복음으로 가득 차 있군요.”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짐을 챙겨 사랑이 없는 남편을 떠나 자신을 더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갑니다.”
저의 혼잡한 머리는 드디어 항복을 했습니다. 한국 문화와 전통이 타국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고수 되어 가는가를 조사하러 오셨던 사학과 교수들이 사할린의 동포들에게는 항복을 하고 두 번 다시 오지를 않습니다.
보름 전에 한국으로 일을 하러 다니다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한 25세의 동포 여인이 한국 남편이 아내를 죽였기에 유골이 되어 사할린으로 돌아와 많은 사람들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같은 민족이라도 문화가 다룸을 서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더군요.
가부장적 환경에서 자란 한국 남성과 모계 중심의 러시아 환경에서 자란 동포여인이 연합을 함은 상당히 힘이 듭니다. 외로움 속에 동포 여인은 사할린과 부산을 왕래하는 선박에서 일하는 동포 남성과 사랑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포여성이 남편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으니 사할린으로 돌아가겠다는 당당한 소리에 성이 난 남편은 아내의 목을 졸라 죽이고 도망을 친 남편은 며칠 후에 어머님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다는 슬픈 사연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외국영화에서 “I love you”를 연발하며 뽀뽀하는 부부가 부러웠고 나이 들어선 길에서 뽀뽀하는 러시아 젊은이들을 부러워 한 적도 있으나 이들의 사랑론을 안 다음부터는 남자들이 독한 워드카를 먹는 심정을 이해할 것 같더군요. 오늘은 사랑 때문에 아내를 버리고 갈라 할머니에게 새 장가를 든 용감하게 보이던 할아버지가 불쌍해 보이는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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