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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23일 (화) 00:00:00 [조회수 : 33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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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야, 우리 짜장면이나 한 그릇 먹고 시장 보자.”
“언니, 돈 쓰지 말고 빨리 살 것만 사서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어요. 내가 끓일께요.”
점심대신 저녁이나 일찍 먹자는 말이 짠순이의 정답인데 덩치가 크니 점심은 굶자는 소리는 않는다. 먹순이의 먹을 것을 해결해 주는 곳으로 먼저 안내를 해 주는 것이 순서인 것 같아 영이는 나함빌딩쪽으로 은주의 손을 잡고 간다.
“와~,언니! 서울의 교회들은 광고판까지 붙이며 선전도 하네요.”
“무슨 광고판?”
은주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영이의 턱을 두 손으로 살며시 받치더니 나함빌딩의 옥상에 있는 대형 십자가를 보게 하는 것이다.
“전주의 교회에도 저런 큰 십자가는 없어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본 십자가 중에 제일 크네요.”
“참! 은주, 종교는 뭐지?”
“오직 기독교예요. 엄마 배에서부터 예수님을 믿었으니 모태신앙인 셈이죠.”
영이는 이 건물에 교회가 있다는 소리는 못하고 속으로 ‘아이고~,주여’를 연발 하면서 짜장면 공짜로 먹으러 왔다가 짜장 속으로 빠진 꼴이 된 셈이다.
“언니, 한 그릇 더 먹어도 되요?”
영이는 절반도 안 먹었는데 은주는 입술에 묻은 짜장을 닦을 생각은 않고 곱빼기 타령을 하기에 기가 차서 영이는 대답 대신 젓가락으로 주방의 현수막을 가리켰다.
“욕심, 죄, 사망. 야고보 말씀이네.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욕심 없는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 하며 옆의 사람이 남기지 않나 생각하는 것은 죄요, 곱빼기를 먹는 것은 사망이라는 해석이~ 아니고 영적인 문제를 말하는 거예요. 육적으로 몸이 큰 사람이 두 그릇을 먹는 것은 죄가 아니고 당연한 일이예요. 나 금방 다녀 올께요.”
영이는 짜장면을 입 안으로 넣고는 눈은 줄을 서 있는 은주를 보면서 조금 전에 은주의 해석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청량리의 모든 사람은 철수전도사를 위해 종전의 해석대로 해석해 주기를 바랬다.
“전도사님, 잘 먹었어요.”
“예, 내일 만나요.”
“와따메~, 전도사님이라고예, 어느 교회인데요?”
큰일났다! 그릇만 보고 대답하던 철수전도사가 낯선 소리에 영이쪽으로 몸을 돌리는 것이다. 자신은 일년 전에 계산대를 찾았는데 은주의 표현은 영적으로 교회를 찾는 것이다. 일부러 식당전용 엘리베이터도 이용하지 않고 5층에서 계단으로 올라 왔는데….
“나는 그 건물 안에 교회가 있다고는 생각을 안 했어요. 단지 교회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도서관인줄 알았죠.”
“더 필요한 것 없어. 한바퀴 더 돌까?”
영이는 교회에 대해서 은주가 많은 질문을 할까 봐 대화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됐어요. 언니, 한 달 동안 손가락만 빨게 생겼어요.”
은주는 물건을 고르면서 상당히 고심을 하는 편으로 꼭 필요한 것도 제일 값이 싼 것으로 고르는 모습에 자신과는 또 다른 가난이란 환경 속의 은주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줄줄이 매달린 여동생들이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삼돌 엄마가 살림도구를 놓고 간 것이 많아 새댁이 옷장, 책상, 부엌용품, 이불 등은 골방에 그대로 챙겨 놓았기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살림이기에 별로 구입을 할 것은 없었다.
오후 5시경, 은주를 다리고 전 의원 댁으로 걸어 가면서 일년 전에 승용차 속에서 선배가 자신에게 집안 소개를 한 것을 되풀이 하였는데 승용차가 아니라 두 다리 발동기였으나 여성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설명을 한 영이였다.
예상대로 키퍼가 신호를 보내자 영이도 따라 짖으며 은주에게 한번 해 보라고 하니 정말로 따라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이 골목에는 이상한 여자의 부르짖음이 들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은주가 키퍼를 보는 순간부터 은주의 뒤에 숨어 꼼짝하지 않는 것이다. 두 시간에 걸쳐 자신이 알고 있는 전 의원 댁의 사정을 전부 설명을 해 주었고 특히 키퍼에 대해서는 시커먼스를 세워두고 땅바닥을 기어가며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을 한 보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영이는 키퍼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며 등뒤에 숨어있는 은주를 겨우 앞으로 세워 자신이 처음 전 의원이 지시한대로 은주에게 지시를 했는데 영이의 예상이 빗나가 키퍼는 은주의 볼이 아니라 코를 핥아 버렸다.
“금메예!”
은주는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자, 키퍼는 넘어져 있는 은주의 발에서 운동화를 뺐어 달아나 버리고 은주는 완전히 잔디밭에 큰 대자로 누워 버렸다.
일층 응접실 창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과 아주머니의 박수와 환호성이 들린다. 일주일 전부터 강원과 춘원에게 자신이 한자를 잘 몰라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핑계와 언제든지 놀러 오며, 일주일에 한 번은 자신이 가르치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겨우 설득을 한 것이다.
키퍼의 장난은 떠나는 영이에게 자신들의 서운함을 감추어 주는 해프닝이 된 셈이다. 아주머니가 멋지게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일찍 나오려고 했으나 은주의 운동화를 찾을 수가 없기에 하는 수 없이 전 의원의 운동화를 빌려 신고 둘은 집으로 돌아 온다.
이제 이 길은 영이의 하루 스케줄에서 빠지는 길이라 눈물이 나옴을 겨우 참았으나 곁에 사는 은주가 대신 해 주기에 덜 섭섭하듯이 매일 눈을 뜨며 시작되는 인생 길도 막상 떠나는 날에는 자식들이 있기에 덜 서운할 것이다. 태어나는 것이나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나 떠날 때 어떤 마음자세를 가지나 하는 것은 자신의 믿음에 달려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믿음대로 하늘나라에 도착한 사람은 진정한 승자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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