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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스승 변선환 / 이현주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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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22일 (월) 00:00:00 [조회수 : 54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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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스승 변선환
------이현주
우리의 스승 변선환, 이분을 두고는
어줍잖은 축시 같은 것을 쓸수가 없다.
축사나 축시 따위와는 어울릴 수 없는 분이다.
세상에는 이분을 존경하고 따르는
우리같은 못난 올꾸니들도 있지만
가만보니 참 똑똑하다는 이들은 이분을
욕도하고 비난도 하고 웃기도 하더라.
허물이 있다면 한없이 고지식한 것뿐
책속에 길이 있느니라, 외곬 신앙으로
끝없는 활자의 세계에 평생 묻혀
동서양 관통하여 지구를 몇바퀴 돌고도
아직도 까마득히 남은 여정에 조금 어지러워
어허, 이거 내가 평생 무엇을 했던고
죽은 문자들 속에 묻혀서
내가 이거 지금까지 무엇을 했던고?
요즘 들어 자주 이런 말을 입밖에 내며서도
여전히 책더미 속에 묻혀
돋보기 닦고 쐐기 문자 비슷한 글씨로
깨알같이 메모하고 밑줄 끗고 감탄하는
당신의 모습대로 당신의 방식대로
이 세상 살아가는, 이것, 이 솔직함뿐이다.
우리의 스승 변선환, 이분을
책과 떨어뜨려 생각한다면 그것은 신성모독이다.
이분을 감옥에 가두고 독방에 가두어 버리면
아마도 금방 시들어 버릴 터인즉 그 이유는
음식을 먹지 못해서 자유를 빼앗겨서가 아니라
책을 읽지 못해서 일게다.
믿는 대로 된다고, 우리의 스승 변선환
이분에게는 책이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어느 놈이 이들 두고 비웃으며 손가락질 하느냐?
즈믄 강에 달이 뜨고
예수의 길이 일천가지로 벋나니
그 중 어느 한강에 이르면 달을 안고
그중 어느 한가지를 타면 예수를 만나거늘
들어라, 너희 똑똑한 자들아
우리의 스승 변선환은 무식해서
오로지 한 길밖에 모르신다.
한길로 해서 마침내 모든 길로 통하는
오로지 그 길 밖에 모르신다.
수천 권 책을 읽은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변변한 책 한권없다고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자들도 있더라만
어느 날 꿈에서 나도 비슷한 생각으로
선생님, 선생님은 왜 책한권 내지 않으셨소
물으니, 꿈 속에서 꿈결처럼 들리는 대답
책이란 읽으면 되는 거지, 허허허.......
이 무슨 청천벽력과도 같고
봄 들판 아지랑이와도 같은
오랫만의 성스런 화두란 말이냐!
우리의 스승 변선환, 이분이
충정로 샛길을 구부정하게 걸어갈 때
우리가 충정로에서만난 것은 한때 도스트예프스키였고
어느해 여름엔가는 비오는 날의 욥이었다가
작렬하는 태양아래 까뮈였다.
이 분이 다시 독일을 한바퀴돌아
냉천동에 나타났을 때 우리가
그 은행나무 아래 돌계단에서 만난 것은
나가르주나였고 엔도 슈사쿠였고
고뇌하는 아시아, 아시아였다.
갑자로 따지면 60년 회갑이라 하지만
우리의 스승 변선환, 이분의 실제 나이는
아직도 한살, 영원히 계속되는 외곬의 한 살
제야의 종소리 한번 울린적 없는
시작과 끝이 한결같은 학문의 한살이시다.
어느날 홀연히 이분이 우리 곁을 떠나
한 줌 흙으로 돌아가신다면
우리는 비로소 마음 놓고 불러 이르리라.
우리의 진실한 친구 변선환
살아있는 동안 너로 하여 우리 외롭지 않았노라고.
[http://www.nathanjo.net/pyun.html 일아
변선환박사 추모 홈페이지 / 조병철목사운영]에서 허락얻어 전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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