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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지승 양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가족과 제주도민, 온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생명경시 풍조와 아동성폭력 근절을 위한 일벌백계 차원에서 극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체가 발견된 이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했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성장한 점 등을 고려해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보다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형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우리는 여기서 재판부의 판결문 중에서 피고인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성장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는 공동체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혼자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학교 가고 부자 되어 잘 살면 되지 하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한사람이라도 고통받는 사람이 있는 한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은 누구인가를 찾아보고 그 불우한 환경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곧 복지요 더 나아가서는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국가에게 복지와 정치를 통한 일차적 책임을 지워놓고 모든 것을 국가에게 책임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 또한 우리 여건이요 환경인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자원봉사요 구제사업인 것이다. 개인과 단체가 솔선해 나서고 기본적으로 세금을 내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은 별도로 기부행위를 통해 사회복지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이 개인적인 자원봉사요 헌신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 언론에 공개된 어느 공무원의 이야기는 사뭇 감동적이다. 서울 성동구 도선동 사무소에 근무하는 박종민 씨는 외롭게 혼자 사는 할머니를 17년동안 어머니처럼 보살피다가 돌아가신 뒤 장례는 물론 호적정리까지 해주고 물려받은 유산은 방과후 공부방에 기탁하였다고 한다.
그는 17년전 동사무소에서 일하면서 김 모(83) 할머니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취로인부로 동사무소에서 일하던 할머니는 아무 연고도 없이 혼자 살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던 박씨는 측은한 마음에 집에도 자주 들르며 남몰래 할머니를 보살피기 시작했으며 공무원의 특성상 근무지가 자주 바뀌었지만 만남은 꾸준히 이어졌다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몸이 쇠약해진 할머니는 잦은 병치레 끝에 지난 6월 대장암으로 사망했고 장례를 치러줄 사람도 없던 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박씨가 지켜 보았다고 한다. 할머니 장례와 사망신고까지 조용히 처리했으나, 이 사실은 호적정리를 하던 성동구청 호적계장의 눈에 띄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4일전 박씨를 불러 그동안 취로를 하며 모아둔 은행예금과 월세보증금 등 400여만원을 남겼다고 한다. 박씨는 할머니가 평생 모은 소중한 돈이기에 다른 어떤 돈보다 값어치가 높다고 판단했으며 할머니의 유언을 따라 성동구에서 운영중인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방과후 공부방 사업에 기탁했다는 소식이다.
우리 사회가 나혼자 잘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 구석진 곳을 살피면서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 발전된 것이다. 지난 40년간의 성장 신화는 세계가 다 부러워한다. 그러나 그 성장 신화를 위해 희생적 삶을 살아온 이들에 대한 온당한 배려가 베풀어졌는가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세계 11대 강국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눔의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번 17대 대통령선거의 화두 중에 하나라고 본다.
어쨌든 남이야 알아주든 말든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것을 이웃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그런 사람 있어요." /김성복 샘터교회 담임목사샘터아동상담센터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