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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20일 (토) 00:00:00 [조회수 : 32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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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는 집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창 밖을 보면서 스쳐가는 풍경들이 오늘따라 색다르게 보인다. 큰 길과 주변의 건물들은 거의 변함이 없으며 자신이 매일 타고 가는 103번 버스도 바다처럼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자신의 생활이 버스 속 같은 작은 공간에서 일정하게 사는 듯하나 오르내리는 수많은 승객으로 인해 큰 변화를 받는 것이다. 일년동안 너무나 많이 달라진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놀라고 있으며 특히 전 의원의 일로 자신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처럼 무서운 속도로 인생 길을 질주하는 것이다.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예감이 한번씩 스치나, 엄청난 힘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에 의존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가 광야에서 죽었으나 여호와를 거스려 모인 고라의 무리에 들지 아니하고 자기 죄에 죽었고
아들이 없나이다. 어찌하여 아들이 없다고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 그 가족 중에서 삭제되리이까? 우리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우리에게 기업을
주소서> (민수기27장3~4절)
“저의 이름은 딸딸이 엄마이고 남편의 별명은 딸딸이 아빠인 것은 하나님이 딸만 다섯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딸딸이란 말이 자위 행위를 뜻하는 속어인지라 성도들은 웃음이 나오려 했으나 자신이 딸들을 낳았다는 말 대신 하나님이 주셨다는 표현에 입을 막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삼대 독자 집안에 시집을 와 딸만 다섯을 낳은 여자로서 집안에서 받은 설움을 이야기 하자면 눈물이 강물이 될 것입니다. 딸을 냉대하는 집안 사람들이나 세상을 원망도 해 보았지만 하나님의 큰 뜻이 있으리라 생각을 하며 계속 낳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중단 없는 전진’이란 구호아래 유신체제까지 찬성한 백성이 계속 낳기 운동을 외치는 자매에게 박수는 보내지 못하더라도 웃을 수는 없는 법이라 성도들은 계속 입을 막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요셉의 아들 므낫세 가문에 슬로브핫의 다섯 딸이 있었죠. 그들의 이름은 말라, 노아, 호글라, 밀가, 디르사 입니다 성경에 여자의 이름이 적힌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데 그들은 회막 문에서 모든 이스라엘 백성의 앞에서 탄원을 하는 장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400년 전에 성경 속의 여자들은 여성의 권익을 강하게 부르짖고 있는 것이죠. 현대 여성들은 이 슬기로운 5공주를 잘 보아야 합니다. 성경은 죄로부터 구원에 대한 책이지만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길도 아울러 말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슬로브핫 딸들의 말이 옳으니 너는 반드시 그들의 아비의 형제 중에서
그들에게 기업을 주어 얻게 하되 그 아비의 기업으로 그들에게 돌릴지니라> (민27:6~7)
“여기서 ‘옳다’는 말은 문자적으로 ‘의롭다’는 뜻이죠. 5공주의 청원에 하나님은 공정한 판결을 하시면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판결의 율례가 되게 하셨습니다. 멋진 하나님이십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에게 대한 여호와의 명이 이러하니라 이르시되 슬로보핫의 딸들은 마음대로 시집가려니와
오직 그 조상 지파의 가족에게로만 시집갈지니 > (민36:6)
“므낫세 지파에서 남자들이 슬로보핫의 딸들에 대한 판결을 대해 이의 신청을 제기 하였죠. 땅은 움직이지 못하는데 여자들은 자유로워 다른 지파에게 시집을 가면 땅까지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죠.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모세는 여호와의 말씀으로 명하여 남자들의 주장이 옳다고 인정하고 자기 지파에게만 시집을 가라는 명을 하자 5공주는 순종을 합니다.
남자의 항의에 판결에 번복을 하시는 하나님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근본정신은 바꾸지 못하지만 살아가는 법은 바꿀 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을 해야 합니다. 저의 이 땅에서의 소원은 저의 딸들이 여성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다행히 시어머님도 건강하시어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고 남편도 안정된 직장에 다니기에 제가 벌지 않아도 되기에 시어머님과 남편의 뜻에 복종하여 지금 임신 2개월째 입니다. 여러분들이 많은 기도를 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리며 저는 아들이든 딸이든 주님이 주시는 대로 낳기 운동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할렐루야!”
“아멘!”
학교 앞에서 은주를 기다리는 영이가 휘파람을 불고 싶은 것은 삼돌 엄마 집에 이사 온 새댁에게 원호가 공부방으로 사용하던 방의 전세금을 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과 구조는 같으면서도 절반이나 비싼 가격이나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며 숫총각의 우정으로 사부가 3년간의 등록금, 학교에서 지급하는 최고의 3년간의 장학금, 화대와 엄청난 금액의 특별수당이 영이의 통장에 입금되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부자가 된 자신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몰랐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굳세게 전진하며 살도 찌는 은주를 돕게 된 사실이 즐거운 것이었다.
“영이 언니, 오늘 애인이라도 만나기로 약속을 했어요?”
어느새 왔는지 길에 두 개의 가방을 내려 놓고 영이의 곁에서 이마의 땀을 닦는 은주의 말이다.
“이 무거운 가방을 2개나 들었으면 나를 부르지.”
“먼 산을 보며 생글생글 웃고있는 언니의 즐거움을 깨기 싫어서 제가 킹킹대고 밀고 왔죠. 서울로 올라 올 때는 가방이 하나였는데 책 때문에 두개가 됐어요.”
킹킹댄다는 은주의 말에 ‘이제 너도 개들 때문에 킹킹이라는 단어를 잊고 말거야.’는 말이 목구멍에서 절반이나 나오는 것을 겨우 참고 둘은 가방을 하나씩 들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은주와 홍능의 골목을 향하여 발길을 돌렸다.
먼저 영이의 자취방에 들어가서 가방을 놓고는 커피를 마시면서 앞집과 전 의원의 집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은주는 영이가 대부해 준 앞집의 보증금 문제로 상당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었다. 이럴 때는 희조가 있어야 하는데….
“은주야, 너에게 의논도 없이 방을 구한 것은 미안해. 현실적으로 전의원 댁은 입주가 불가능해, 하지만 나는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잘 보살펴줄 사람에게 대한 나의 호의라고 생각했어. 현실적으로 과외비도 고3보다 많으니 6개월이면 갚을 수 있는 금액이야. 돈은 3년 이내만 갚으면 돼. 그 대신 4년 동안 아이들을 동생처럼 보살피겠다는 약속만 해 줘. 이것이 나의 부탁이야.”
은주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영이의 손을 잡는다. 살결이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다.
“영이 언니, 미안해요. 남에게 금전적으로 절대로 신세를 지지 말자는 저의 강박관념이 언니의 마음을 몰랐어요. 남의 집을 전전하며 공부하겠다고 살아온 절 이해 해 주세요. 고맙구만이라.”
둘은 한 살 차이 나이에 어제 처음으로 만난 사이지만 잡고 있는 손의 맥박과 체온을 통해 고난을 견디며 이겨낸 마음의 전파가 교류를 하는 것이다. 둘은 손을 잡은 채 빈 손에 가방을 하나씩 들고 은주를 보고 놀라는 시커먼스의 멍청한 모습을 보며 은주의 새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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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마을 옛터에 빨래하는 순이”처럼 은주가 삼돌 엄마의 역할을 하여 개천에 도로 빠진 영이를 건져야 하겠다. 전에는 은주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계속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도 어려운 환경 속의 사람들이 소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을 하는 것이 구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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