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5 민족대축전 셋째 날인 8월16일, 종교부문 상봉행사가 열려 오전 9시40분 북쪽의 각 종교 대표들이 들어서자 남쪽 대표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뉴스앤조이 김동언

남과 북, 해외의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8·15 민족대축전 셋째 날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부문별 상봉 행사에 모인 종교인들은 종파를 떠나 한 마음으로 민족의 통일을 소망했다. 이날 행사에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천도교 등 4개 종단 대표 등 모두 40여 명이 모였다.

남쪽 개신교 대표로는 김상근, 이명남, 안흥기 목사(이상 KNCC)와 김병균, 권오성, 나핵집, 김성복 목사(이상 목정평) 등이 참석했고, 북쪽에서는 오경우 서기장과 리정로 국제부장(이상 조선그리스도교련맹) 등이 참석했다. 또 윤길상 목사 등 3명의 해외 대표들도 함께했다.

9시40분 경 북쪽 종교인들이 상봉 장소에 나타나자 남쪽 종교인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환영했다. 종단 대표들은 반갑게 악수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들은 곧이어 종단별로 앉아 그동안 못 나누었던 얘기들을 쏟아냈다.

인사말을 한 북쪽의 강철원 부위원장(조선가톨릭교회협회)은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준 것에 대해 전체 서울시민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오늘 여러 종단이 함께 모여, 찬란한 6·15시대, 통일시대에 맞게 우리 민족이 단합해서 민족의 선구자적 역할에 앞장서자"고 말했다.

남쪽에서는 명지 스님이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것은 북쪽의 대단한 결단이 필요했다"고 평가하며, "우리 종교인들이 앞장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열어가자"고 화답했다.

종단 대표들은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12명씩 앉았다. 맨 왼 쪽에 자리를 잡은 개신교 대표들은 복날을 주제로 얘기를 시작했다. 오경우 서기장은 "남쪽에 오면 목사님들과 삼계탕을 먹고 싶었다"며 말을 건냈고, 김상근 목사는 "청와대 근처에 유명한 삼계탕집이 있다"며 "다음에 꼭 같이 먹자"고 답했다.

▲ 오경우 서기장(왼쪽)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사회봉사를 비롯한 선교사업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서울을 처음 방문한 리정로 국제부장.  ⓒ뉴스앤조이 김동언

오경우 서기장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위원장 강영섭)이 북쪽에서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사회봉사 사업을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쪽의 기독교 단체들이 밀가루 등을 보내오면 보도를 통해 북쪽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며, 이런 사업들이 조그련의 위상을 높이는 데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그련의 위상을 높이는 일 자체가 북한 선교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 서기장은 남쪽의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반북집회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런 집회 역시 보도가 된다며 이런 일이 자주 있을수록 사회봉사 사업 등으로 위상을 높인 조그련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것이라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오늘 종교인 부문 행사에 모인 기독교인들이 민족의 통일을 이루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민족공조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병균 목사는 "이미 6·15공동선언 자체가 민족공조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한미공조 또한 현실"이라면서도 "앞으로 미국과의 동맹은 군사동맹이 아닌, 외교동맹으로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또 "남쪽의 일부 수구보수 세력들이 6·15정신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지만,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상근 목사는 "남쪽의 일부 기독교인들은 봉수교회, 칠골교회 등 북쪽 교회에 대한 실제적인 모습을 느낄 수 없다"며 "각종 언론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 북쪽의 교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남쪽의 불신을 해소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쪽과 해외 인사들은 남과 북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길상 목사는 봉수교회 성가대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며, 서울을 한 번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핵집 목사는 KNCC 총회 때 조그련이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명남 목사는 남과 북의 목사들만 만날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까지도 이런 만남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경우 서기장은 "KNCC와의 금강산 기도회는 정례화해야 할 것 같다"면서 "상황이 좋아지면 차차 교류를 확대하가자"고 답했다. 

다양한 제안과 당부가 쏟아지는 사이 부문별 상봉행사로 정해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들은 짧은 만남을 아쉬워 하며,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헤어졌다. (2005년 08월 16일 13:25:42 ⓒ뉴스앤조이 이승규기자)

▲ 남과 북, 해외 개신교 대표들은 1시간의 짧은 만남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뉴스앤조이 김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