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하나누리 사무총장 구교형님의 칼럼입니다.

	▲ 3월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친북반미좌파종식3·1국민대회'. ⓒ뉴스앤조이 유헌

그래서 이들은 정권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시청 앞에 모여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펼치는가 하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주장하며 삭발 결의를 다지며 정권 퇴진을 외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놀랍게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방향들을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나라당조차도 거의 포기했던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국회로 다시 끌어올렸다.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에 위기가 발생할 때 때로는 격려로, 때로는 회초리로 질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언제나 김진홍 목사와 서경석 목사가 있다. 두 사람은 단지 개인 김진홍, 서경석을 넘어 한국기독교와 나아가 한국 사회의 수구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김진홍 목사가 월간조선 조갑제 사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던 수구기득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일순간 탈색하여 리모델링하려 했다면, 서경석 목사는 한기총으로 대변되는 부패한 보수기득권 이미지를 합리적 개혁운동으로 치장하려 했다. 그 실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상당히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이것은 이름만 바꾼 기득권 운동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

한국기독교의 정치참여 확대

	▲ '친북반미좌파종식3·1국민대회'에 참여한 그리스도인들. ⓒ뉴스앤조이 유헌

이러한 협력적 분위기는 이어진 5공화국, 6공화국에서도 달라지지 않았으나 역설적이게도 민간정부들이 들어서면서 서서히 달라진다. 기독교 지도자들의 노골적인 지지 가운데 당선된 장로 김영삼 대통령 시대에는 기대했던 만큼 큰 특혜가 주어지지 않자 서서히 정부와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보수기독교인들의 반감 속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우호적이지 않았고, 단군성전 및 동상 건립 문제가 터지면서 보수적 기독교계에서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것은 기본적 코드가 맞지 않는 노무현 정부 등장 이후 더욱 표면화되었고,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에서 극에 달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한국교회는 정치적 특혜와 그로 인한 양적 성장에 길들여져 있다. 전 인구대비 기독교인들의 비율이 10%를 넘지 못할 때도 기독교는 군종 제도에서 특혜를 받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엄연한 규제법이 있어도 교회 건축에 있어서는 예외 조항을 인정받았다. 과세 기준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목회자들은 세금의 혜택을 당연시했다. 교회와 각종 기독교 재단들의 운영과 재산 관리에서 관행화된 실정법 위반이 있어도 당국은 애써 모른 척 해왔다.

이러한 실력(?)의 바탕에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요지도자들 가운데 기독교인들의 비율이 매우 높아, 만약의 경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한 예로 현 17대 국회의원들의 종교 분포 비율을 살펴봐도 개신교 신자가 113명(37%)으로, 천주교 신자(70명/23%)와 불교 신자(40명/13%)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일반 국민들 전체의 종교 분포 비율에서 개신교 신자 비율이 20%정도에 불과하다는 것과 비교해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민간정부들은 민주화시대에 맞게 이러한 특혜들을 서서히 축소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주축이 되어 만든 <국민일보>는 세무 사찰 후 당시 사장이던 조용기 목사 아들이 구속되었고 김홍도 목사 같은 거물급 목회자도 공금유용 혐의로 구속되었다. 한국교회는 특혜의 축소를 차별과 종교 탄압으로 이해했고, 이제 명목상의 정교 분리를 외치던 모습에서 벗어나 여러 모양으로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꿈꾸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조직적 토대가 되고 있는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성공에 자극되어 뉴라이트, 기독교사회책임, 한기총 등 범 기독교 우파들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의 거대한 보수 대연합을 이끌어갈 것이다. 그 시나리오가 성공할수록 기독교는 결국 더 거대한 종파적 이기주의로 변해갈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한국교회 일각에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설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올바른 정치의식 교육 필요

이럴 때일수록 기독교인들의 올바른 정치의식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운동으로 특혜를 얻으려할 게 아니라 성경이 가르치는 정치적 원칙들과 우선적 정책들이 무엇인지 함께 도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한국기독교인들의 일반적 의식 수준은 참된 기독교 정신과 현실 기독교의 입장을 구별하지 못한다. 하나님나라와 교회주의, 십자가와 종교적 이해관계를 자주 혼동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가 영적 성숙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더 많은 특혜를 얻고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쟁취할지라도, 백성들의 가슴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갈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진리가 아닌 거품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버림받을 대로 버림받은 후라도 진정한 교회의 새싹이 새롭게 돋아나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구교형/ 하나누리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