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항쟁이 전국에서 성난파도처럼 확산되던 때에[6월28일] 나 또한 그자리에 서 있었다. 암울한 사회부조리 속에서 정규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상처로 얼룩진 인생 속에 사회의 미아로 방황하던 때였다. 천안 단국대 학생들이 천안역에 집결하여 살인마 전두환의  퇴진과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데모를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올라온 전대협 소속의 학생대표도 찬조 연설을 한듯 하였다.

나는 그 때 역전앞에서 구두 딱이를 하던  친구를 만나러 놀러 갔던 것이다.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대학생들의 데모도 구경하고 씰대없는 이야기로 무료함을 달래고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가만히 구경하자니, 집회가 끝나고, 전투경찰과 대학생들이 대립하고 대치하더니 서서히 긴장이 가열되고 점차 폭력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밀고 당기고 하더니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며 최류탄을 발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학생들은 인도의 벽돌을 깨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점차 가열의 조짐이 보이고 열기가 무르익기 시작하자 한 대학생이 텔레비젼속에서  구경만  하던 화염병을 꺼냈다.

대학생 하나가 옆에와서 병을 달라고 하더니 불을 붙여 던지니, 전투경찰들의 한가운데에 떨어져 경찰들이 피신하였다. 이 모습을 보던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환호성을 쳤다. 가만히 구경을 하고 있자니 예전에 신발 한켤레와 동전 만원을 훔친죄로 구속까지 시켜 소년원에 보내 버렸던  형사가 내 눈에 띄였다. 또한 발길질 한번 한것으로 소년 교도소 까지 보냈던 형사도 눈에 나타났다. 내 인생을 도저히 회생불가능하게 만들었던 경찰들이 몰래 숨어서 데모를 주동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자들을 촬영하고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머지 않아 구속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려 놓았다고 생각하던 형사들을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었고, 결국 나는 구경만 하던 처지에서 대학생들과 합류하여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서 데모를 하기 시작했다. 화염병을 던지기를 꺼려 하는 대학생의 화염병을 뺏어서 직접 던졌다. 그런데 얼마후에 일명 백골단이라는 전투경찰이 투입된다는 소리가 들렸고, 그러더니 그 말처럼 청바지를 입은 일명 백골단 이라는 전투경찰이 나타났다.

전면에서 데모를 주도하던 대학생들을 향하여 기습적으로 체포하기 위해 백골단이달겨드니 대학생들은 걸음아 날살려라 하고 도주를 하였다. 나 또한 별수 없이  정신없이 도망을 쳤다. 대학생이 아니라면 굳이 도망갈 필요가 없을텐데 화염병을 던진 죄가 있으니 도둑이 제발저린 탓일게다. 산산이 부서진 파편처럼 흔적을 찾기 힘들정도로 대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극소수의 대학생들이 천안역전 근처 우체국 앞에 모였지만, 해산을 하자는 측과 계속 항쟁을 하자는 측으로 갈라졌다. 나는  죽기 살기로 싸우자고 하면서 일단 도로를 점거 하고 끝까지 항쟁을 하자고 옆에서 거들었다. 강경파들의 요구대로  항쟁을 계속하기로 하고 도로를 점령한 후 시위를 계속하였다..   얼마후에 다시 백골단이 나타났다. 최류탄을 쏘면서 달겨드는 전투경찰들에 의해 데모대는 순식간에 해산이 되었다.

데모를 주도하던 대학생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남은 자들은 일반 시민들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