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생활 |
|
아내의 긴 편지 : 나의 짧은 편지이렇게 뒤만 따라다니며 잔소리로 내 인생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
|
|
|
입력 : 2005년 08월 12일 (금) 00:00:00 [조회수 : 3227] |
|
| |
 |
|
|
| ▲ 영원한 아빠의 강적 아내와
딸 |
|
쉬는 시간에 글을 써 봤어요. 파일로 보내니까 보세요.
To 이일배
당신은 글로 보내면 더 좋아할 것 같아서 멜을 보냅니다.
사람의 성격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마디 안 할 수 없군요. 어제 모임 때 다들 모여서 박 형제 어머니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신은 컴퓨터 앞에 가서 자기가 쓴 시인지 뭔지 출력하고 있고, 내가 대신해서 아는대로 얘기해 주는 상황.. .꼭 주고 싶었으면 점심시간에 준비해도 될 것을... 당신의 기분대로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의 모임은 무시한채 혼자 그런 일을 해야 했는지... 점점 갈수록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 되어가는 것 같군요. 남들을 배려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 외에는 다른 사람들은 감히 당신에게 충고를 하거나 제지하지 않아요. 우선순위라든가, 그 시간에 꼭 맞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지 않고 그저 생각나는대로 하고 싶은 일 먼저 하는 당신을 보면서, 갈수록 어린아이같다고 생각되고 대책이 없어져요.
샤워도 하고 싶을 때 한다는 단순무식한 말만 하고. 발도 씻지 않은채 양말을 신고 자고, 아침에는 이도 닦지 않고 가고, 그냥 보고 있는 나는 답답해지기만 하네요. 아이가 나가며 인사를 해도 대답하지 않고. 와도 못 본체... 아마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걸 거예요. 봄비가 오죽하면 나에게 엄마는 왜 포기하지 않고 일일이 얘기하느냐고 하네요. 이젠 지쳐서 내버려 둘 때도 되었나 봐요. 당신은 우리 식구보다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먼저 하고 그 일에 종일 마음이 빼앗겨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글도 이야깃거리만 될 뿐.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마음이나 시원하자고 쓰는 거예요. 시간만 나면 컴에 앉아서 남들에게 격려하고, 그것도 그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이라고 생각되지만... 남을 위해 글을 쓰고 시를 쓰고 답장을 하고... 내내 남들 생각 아님, 자기 생각만 하고 사는 것 같아요. 우리 애들이 무엇을 하든 관심 없고, 디카 사 왔을 때도 본체만 체하고 나중에야 한가할 때 물어 보더군요. 옆에서 노래하든 춤을 추든 관심 없는 요즘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 같아요. 소유권에는 관심이 많더니만....
어젠 왔다갔다 정신 없고 바쁘고 마음 산란한 걸 보면서도 머리 깎으러 가라 해도 아들을 안 깨우고, 아니 못 깨우고... 겨우 내가 연락하고, 지시해야만 움직이고... 그래서 더 바쁜 나 때문이 아니라 당신 두 사람 때문에 모임에도 늦은 거예요. 갔다 와서도 청소 좀 하래도 컴에 매달려서 이따가 하겠다고 미루고... 나는 그 사이에도 온갖 고민과 고통속에 왔다갔다 뛰어다니고, 어머니에게 호박죽 쑤어가지고 나가면서 밥 챙겨 먹으라니까 겨우 호박 죽 한 그릇만 먹고 밥도 굶은 채, 그릇은 말라 비틀어지게 식탁에 둔채이고.. 안 차려 주면 밥도 안 먹는 거야 항상 경험하는 일이지만, 정리 되지 않은채 나의 귀가만 기다리는 집안 일들... 힘들 게 일 끝내고 집으로 오다가 피곤한 몸 풀고 기분 전환하려고 사우나에 간다고 하니, 2시간도 채 안 되어서 왜 안 오느랴고, 요즘 주부들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성화 전화나 해 대고... 당신이 힘든 내게 관심 가지고 도와 준 것은 잘못될까 봐 쉬는 사람을 빨리 오라고 성화 부린 것 뿐이네요. 아니. 내가 잔소리 끝에 청소기 돌리고 방 닦은 것, 빨래 널 때 옷걸이에 걸어 준 것도 있긴 하지만. 그 걸로 감지덕지 감사해야 하나요?
장모님이 아픈 것을 남의 일처럼 관심 없고 비난과 판단의 대상일 뿐 자기는 구경만 하면 내가 뛰어다니는 것이 못마땅한가 봐요? 자기에게 시간을 안 내 주고 거기에 시간을 많이 쓴다고 질투하거나 불만이라도 가진 건가요? 반찬 만드느라 수고하고 고생하는 생각보다는, 냉장고에 반찬이 쌓여있는 것도 큰 불만인가요? 먹을 게 아무것도 없는 게 불만이라면 몰라도... 남에게 그런 말하면 도움이 되나요? 친구들이 우리 집 반찬을 가지고 오라잖아요, 먹어 준다고... 그렇게 스스로 우습게 바보 만들고 사네요. 당신 친구들과 농담으로 얘기한 게 그렇게 걸리나요? 칠순 노인에게 돈에 팔려 가서 당신 버리고 갈까 봐? 나를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우린 어차피 남남이니까. 당신의 마음속에 사로잡힌 게 뭔지 모르겠네요. 온 세상에 관한 관심과 그저 노닥거리는 글들 뿐인지... 내가 먼저 죽으면 누구보다 먼저 슬프다며 애도사를 써서 내 영전에 바치겠지요? 나는 그런 거 좋아하지 않으니까 아예 나를 위한 글은 쓰지 말아요. 나는 현재가 중요한 사람이니까. 자기 만족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런 것처럼, 누구보다 애통한 척하고 슬픈 눈물 흘리지 말고요.
이제 나도 손놓고 싶어요. 더 이상 관심과 참견을 그만두고 내버려 줄래요. 씻고 싶을 때 씻고, 입고 싶은 거 입고 머리도 감고 싶을 때 감아요.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더 이상 밥 먹으라고 5번 이상이나 아침마다 말하는 것도 질리는군요. 한번만 하고 싶어요. 바로 듣지 않으면 무시하고요. 나도 살고 싶군요. 이렇게 허우적거리며 남의 뒤만 따라다니며 잔소리로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어른들이니까 현명하고 지각있게 이성과 지성으로 살아갑시다.
의지하거나 주관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도록 지금이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여생을 그렇게 계속 살아야 할 거에요.
나도 노력할게요. 당신도 알아서 노력하시구랴.
2003-12-22, 월, 오전 11시 38분
집사람 석
[뒷글]
난 이렇게 형편 없이 사는 사람... 수많은 잔소릴 듣고 살지만, 이런 쓴 잔소리를 약으로 삼아 두고두고 꺼내 보는 편지 중 하나. 이보다 몇 백배 심한 글은 언제 공개할지 모르지만... 늘 아내에게 미안한 사람이 그걸 읽은 즉시 보낸 답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파일을 아직 안 열어 봤지만, 뜬금 없이 웬 편지를? ㅠ.ㅠ'
'나는 짧은 글로 답해야겠네. 당신이 고생하는 것을 알고 내가 도움이 못 되는 것도 알고.. 하지만 어제는 귀가가 늦어져 은근히 걱정 되더군. 스스로 보기에도 난 너무 지저분하긴 하지.. 미안하고 안쓰럽고 죄송하다는 말로 위로는 안 되겠지.'
2003년 12월 22일 월요일, 오후 12시 06분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82 |
 |
|
|
|
|
|
|
|
| 이승칠
() |
 |
|
|
| 샤워 소리가 사할린까지 들리네요 |
아들은 없으신지요? 내일 교회 가시기 전에 꼭 목욕은 하시데 샤워는 여자의 바가지 끓는 소리와 같음으로 오랜만에 대중 목욕탕을 전 가족이 가서 남탕과 여탕으로 헤어지면서 ‘남녀는 평등하나 기능이 다르다’는
사도 바울님의 말씀을 들려 주십시오.
선생님에게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임꺽정 두목이 청춘인지 산에서 폭우를 맞고 왔기에 물을 퍼 낸다고 밤을 새었습니다. 내일 답장을 보내죠. 진짜로 아들은 없나? 그럼 지금이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네…. |
|
|
리플달기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