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주목사의 글인 이 기사는  '드림교회' 카페(http://cafe.daum.net/DreemtheLORDSGame)에서 퍼왔습니다.

  돔 헬더 까마라의 기도문을 번역하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당신 아닌 다른 데에서 나오는 사랑, 
            당신 아닌 다른 데에서 이루어지는 사랑, 
            당신 아닌 다른 데로 돌아가는 사랑,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여기 ‘당신’은 물론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주님한테서 나와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고 다시 주님께로 돌아가는 행위,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말씀이지요. 주님한테서 나오지 않고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주님께로 돌아가지 않는 행위는 사랑이 아니라는 거예요.

  자, 그러면 무엇이, 어떻게 하는 것이, 그분한테서 나오고 그분 안에서 이루어지고 그분에게로 돌아가는 행위일까요?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들이라고 하시며,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부분으로 한 전체요, 우리는 전체인 당신의 부분이라는 겁니다. 전체와 부분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올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이 없는 거예요. 주님이 있어서 내가 있고 내가 있어서 주님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무엇이 여기에 존재한다는 말은 그 ‘무엇’이 주님께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지요. 제가 지금 이렇게 감기 기운을 느끼며 재채기를 하며 종이에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저의 주님이신 그분과 붙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도(道)는 불가수유리(不可須臾離)라, 도는 한 순간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 하였지요. 저와 ‘예수’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도(道)’ 사이가 그런 관계입니다. 단 한 순간도 그분으로부터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저란 말씀이에요. 만약에 제가 그분한테서 떨어진다면 그와 동시에 저도 없고 그분도 없는 겁니다. 존재란 얽힘입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음, 그게 곧 존재요 행위입니다.

  그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에게 침을 뱉은 자들도 예수와 한 몸으로 연결되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예수’라는 이름을 부르면서 그 이름에 담겨 있는 우주 전체를 보지 못한다면, 아직 예수의 정체를 모르고 있는 거예요. 그를 ‘다윗의 자손’으로, ‘아브라함의 후예’로, ‘나자렛 목수의 아들’로 보는 것은 틀리지는 않았지만, 그분이 보여주고자 하셨던 당신의 정체를 아직 다 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분은, 당신과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서는 당신을 부정할 수도 없는, 그런 분이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어서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버린다.”(요한 15, 6)고 하십니다. 이건 무슨 말씀일까요? 그분과 우리 사이가 서로 떨어지면 함께 없어지는 그런 사이라면서, 어떻게 떨어지면 버려진다는 말을 하시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만해(卍海)의 유명한 시구(詩句), “님은 나를 떠났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에서 찾을 수 있겠네요. 사람들은 자기가 하느님을 등지거나 그분한테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착각’일 따름이요 ‘진실’은 아무도 그분을 등지거나 그분한테서 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누가 해를 등지고서 자기 눈에 해가 보이지 않으니까 이제 해와 나는 남남이라고 생각할 수야 있지만, 과연 그가 해와 남남이 된 걸까요? 그의 돌아선 등에 내려쬐는 햇살은 어떻게 합니까?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달아나봤자 부처님 손바닥인 걸 어쩌겠어요?

  그러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나를 떠난 사람”은 “나를 떠난 줄로 착각하는 사람”으로 고쳐 읽을 수 있고 사실 그렇게 읽어야 말이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그분을 떠나서는 “잘려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마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떠나면 이미 없는 사람인데, 없는 사람이 어떻게 어디로 버려진단 말입니까?

  우리가 그분으로부터 떨어졌다는 ‘어미 착각’이 우리가 잘려나간 가지처럼 버려질 것이라는 ‘새끼 착각’을 낳고, 착각도 생각인지라 힘이 있어서 우리 인생을 시들게 만듭니다. 누구든지 이 ‘어미 착각’의 껍질을 깨고, 자기가 하느님으로부터 한 순간도 떨어진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분을 떠날 수 없다는 ‘진실’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그가 하는 모든 행위가 “그분한테서 나와 그분 안에서 이루어지고 그분께로 돌아가는” 사랑의 실현이 되겠지요.

  “사랑이신 하느님을 중심에 모셔라. 그런 다음, 하고 싶은 일을 마음 놓고 하라.”는 성현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공자님이 고희(古稀)에 이르셨다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하늘법도를 어김이 없다.”는 경지가 바로 그것이겠지요. 당신이 하고 싶은 게 오직 “나를 죽여서 모든 너를 살리겠다.”는 것인데, 그의 행위가 누구를 해치고 누구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한 마디 말씀을 더 얻는군요.

  “네가 사랑하려 하지 말고 사랑이 너를 움직이게 하라는 말은, 만사를 네 뜻대로 하지 말고 너를 세상에 보내신 아버지의 뜻이 너한테서 이루어지게 하라는 말이다.”

  그렇습니다. 살구꽃을 피우는 것은 살구나무가 아닙니다. 천지간의 조화가 살구나무로 살구꽃을 피우는 거예요.

  지금 제 육신은 완벽하게 그분과 한 몸을 이루고 있어서 이렇게 감기로 콧물을 흘리며 종이에 글을 적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제 육신은 완벽하게 그분의 사랑을 실현하고 있는 거지요.

  문제는 마음이에요. 이 마음이 못가는 데, 안 가는 데 없이 돌아다니며, 제가 주님한테서 떨어져 나왔다는 어미 착각을 움켜잡고는 그것으로 온갖 엉터리없는 새끼 착각들을 생산하여, 자신과 남을 괴롭히고 실망시키고 미워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굴복시켜 유일한 실재(Reality)이신 그분께 오로지 복종토록 할 것인가? 아무래도 우리 삶이 옹글게 ‘사랑의 실현’으로 충만해지려면, 우리 마음을 온전히 주님께 굴복시키는 방법을 찾아 그렇게 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을 만사에,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오직 주님께 복종시켜 그분이 이끄시는 대로 움직일 것인가? 역시, 사랑으로 사는 길의 입구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