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 다 된 이야기이다. 그 때 나는 오랜세월 지은 죄값을 치르고 나온지 몇달 되지 않은 때였다. 오랜세월 눈물로 날 기다린 아내에게 내가 해줄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의 손에 주어진 돈은 어머님이 주신 50만원 뿐이였다.어쩔 수 없이 남동생부부가 세들어 사는 집에 얹혀 살다가 홍성에 사는 분이 함께 살자고 해서 그곳으로 이사를 가게되었다.함께 수인으로 지내면서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이였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은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다.

 내가 돈푼깨나 있는 줄 알고 나를 오라고 해서 나의 돈을 울거 먹으려고 하였던 것이다.그의 열심이던 신앙생활과 달리 그 사람은 교회에서  만난 여자를 꼬셔 동거 하면서 온갓 감언이설로 그녀가 평생 모아놓은 1억여원의 돈을 모두 탕진시켜 버린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모든 것이 사기였다고 고백을 하면서 우리보고 빨리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귀뜀을 해주었다.하루하루 막노동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던 그 때에  월세를 얻어 단칸 셋방에 살던 시절인지라 떠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떠나지를 못하는 시절이였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자, 몇년을 어머님이 덮다가 준 이불이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좁은 단칸방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었고, 너무 무거워서 덮고 자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버려야 한다 버리지 말자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버리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이 커다란 이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없었다. 폐기물처리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소리를 언듯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돈이 너무도 아까워서 도저히 스티커를 살 마음이 들지 아니했다.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은 이불을 태워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태워 버리는 것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줄 알았다.시골 동네에는 간이 소각기가 있는 것을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태워버리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한 것과는 달리 아무도 없는 야밤에 그 커다란 이불을 친구가 사준 오토바이에  아내와 이불을 싣고 한적한 시골길로 내달렸다. 오토바이에 이불을 싣고 가는 것을 이웃사람들이 볼까봐 긴장을 하였는데, 그 염려대로 이웃주민 하나가 이상한 듯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죄지은 사람처럼 얼굴을 돌리면서 한참을 달렸다.

쓰레기를 태울만한 장소를 발견하고는 이불을 내려놓고, 태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불타는 화력이 대단하였다. 야밤에 화마처럼 치솟는 불길을 보고 누가 달려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활활타는 이불을 보다가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한탄이 밀려 왔다. 스티커 값 몇천원을 아끼기위해 쓰레기태우는 것을 정당화 하고, 오토바이 기름을 낭비하며, 아내와 공범이 되어 이런 짓을 하는 내 처지가 참으로 한탄 스러웠고. 부끄러웠다. 후회를 하면서도 이미 엎지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기에 타들어 가는 이불이 채 꺼지기도 전에 도망치듯 재빠르게 집으로 되돌아 왔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생각과 행동이였지만, 그 때는 백원짜리 하나도 내게는 너무도 귀하게 여겨지던 시절인지라, 내 죄악을 정당하다라는 변명의 가면으로 합리화 시켰던 것이다. 그랬다. 인간은 언제나 주어진 환경적 조건을 탈피 할 수가 없는 존재다. 다만 그 질적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그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이 나면서 역시나 나는 쓰레기 만도 못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과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나쁜가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이 나쁜 것인가? 라고 말이다.

어차피 쓰레기는 우리나라 땅 어디엔가에 묻혀 지는 것인데, 쓰레기를 아무곳에 버리는 것이나 정해진 장소에 버리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코에서 파낸 코딱지를 우리몸의 어느 부분에다가 묻힌다 해도 똑같듯이 말이다. 독거미가 우리몸의 어느 부분을 깨문다해도 죽을 수 밖에 없듯이 말이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친환경적 삶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생각하기에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 상대성에 기반을 둔 인간의 삶인 것이다.하느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자연적교회를 망가뜨려 가면서 시멘트로 만든 세상적교회를 세우겠다고 열성을 보이는 것은 위선과 가식의 극치라는 생각이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