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3:8~10  ...십일조와 헌물... 나의 것을 도적질하였으므로 저주를 받았느니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

위의 구절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경제적으로 고통당하는 이유는 그들이 하나님께 온전한 십일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풍요로운 물질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십일조를 드려야 한다. 그럴 때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될 수 있고 가난한 자는 그 지옥같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위협과 희망의 쌍날 검 십일조

본 구절은 이렇게 십일조를 제대로 이행할 때 경제적인 손해나 물질적인 어려움이 없게 된다는 ‘신령하고도 엄위로우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이 말씀에 입각하여 십일조를 잘 하는 사람은 경제적인 풍요를 보증받게 되지만 십일조를 하지 않고 하나님의 것을 떼 먹는 도둑놈은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어느날 갑자기 빈털털이가 될 수도 있다는 협박의 말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본문은 물질적인 문제에 관한 한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을 시험해 봐도 좋다는, 분명하고도 당찬 구절로 지목된다.

그러나... 그러나 이 말씀은 그렇게 해석되어야 할 말씀이 아니다. 절대로!!

하지만 본 구절은 ‘십일조를 하면 물질적으로 풍요해지고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물질적으로 고통받게 된다’는 이분법적인 흑백논리식의 복과 저주를 말한 것이 아니다. 십일조에 관하여 어떤 의심이 생긴다면 일단 먼저 십일조의 효과를 점검해 보고 정말로 십일조를 잘 할 수록 경제적으로 풍성해지는지, 그 여부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최선을 다하여 정성어린 십일조를 하라는 내용의 말씀도 아니다.

십일조는 투자원리나 혹은 심고 거둠의 법칙에 의한 보상심리에 근거되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십일조는 투자원리나 혹은 심고 거둠의 법칙에 따라 보상심리에 근거하여 설명되면 결코 안된다. 왜냐하면 말라기 3:10은 그런 차원에서 십일조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라는 의미의 말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십일조는 신앙인의 의무인가?

또 십일조는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종교적, 신앙적 의무라고 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십일조를 말씀하는 성경의 본문 어디에도 이 의무가 이행되지 못했거나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그에 대해 가해지는, 의무 불이행에 따른 어떤 제재나 불이익 처분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 불이행에 따른 불이익처분이나 의무를 이행시키는 강제집행 규정이 없다

예를 들어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도둑놈에 준한 벌을 받게 될 것이라든지, 과징금을 물게 될 것이라든지의 식으로 십일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십일조의 의무를 이행시키기 위해서 혹은 의무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그에 따른 강제조치 혹은,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법적으로 압박하는 벌칙 등이 성경본문 어디에도 없다.

십일조가 마치 세금과 같은 성격의 것이라면 십일조를 하지 않았을 경우 탈세자에게 가하는 문책성 조항 또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에 따른 불이익 아니면, 그에 해당하는 강제 납부 조치 등에 관한 법적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십일조는 믿는 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부과되는 시행 의무사항도 아니고 세금같은 성격의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십일조는 믿음의 표현인가?

그러면 십일조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의 믿음을 가늠하는 척도인가? 십일조를 양심적으로 드린다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되는 것인가?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드렸다는 것은 아브라함의 신앙의 의무였던가, 아니면 믿음의 표현이었던가?

야곱의 십일조 서원은 그 동안 떼어 먹었던 신앙의 의무를 앞으로는 잘 시행하겠다는 선언이었던가, 아니면 복주시는 하나님을 앞으로는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의 표현을 십일조로 하겠다는 약속이었던가? 이에 대한 답변은 모두 ‘아니다’로 지정된다.

구약 최초의 십일조인 아브라함의 일회성 전승기념 감사 십일조

아브라함의 십일조는 전쟁에서 승리한 그를 축복했던 멜기세덱에게 그가 자발적으로 반응하여 자원했던 일회성 감사표현이었다. 더군다나 그 때의 아브라함의 십일조는 전쟁에서 노획한 전리품 중에서 뺀 것이었다.(창14:20) 그리고 소돔왕의 배려로 부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서(창14:21~23) 전쟁하느라 소요된 실경비만 제하고는(창14:24) 나머지 재산 모두를 다 되돌려 주었다. 아브라함의 십일조는 자신의 재산 중에서 구별된 것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재산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실질적으로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의 십일조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표현이었다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구나 신앙인으로서의 의무도 아니었다. 축복에 대한 자발적인 감사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야곱의 조건반사적 서원 십일조

야곱이 하나님께 십일조를 서원했다. 그러면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표현이었던가? 그는 말하길 하나님이 먼저 자신에게 복을 주시면 그 이후에 십일조를 하겠다고 했다(창28:20~23). 이 대목은 분명 아브라함과의 차이를 보여준다. 일종의 거래같은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에게는 이런 식의 거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주신 것에 한하여 하나님께 감사표시를 하겠다는 자발적인 약속이다. 그래서 서원이라고 한다(창28:20a). 그렇다면 야곱의 십일조는 신앙인의 의무도 아니고 믿음의 표시도 아닌, 자발적으로 자원한 약속이었다는 결론이다. 그가 이 약속을 어떻게 시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십일조가 신앙인의 의무라면 야곱의 경우에 관한 한 성경은 십일조에 대해 무심하다고 해야 할 판이다.

십일조 정신의 근간

그러면 십일조는 무엇인가? 하나님을 믿는 신앙안에서 자아 정체성이 분명하게 확립되었을 때 자기를 나타내는 “최소한으로 규정된 신앙적 자기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말라기서의 제사장 질타 본문이 잘 이해된다. 그들이 질타당한 이유는 그들의 믿음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종교적 의무를 태만하게 수행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들의 믿음이 약해서 질책당한 것이었다면 그 질책의 목적은 믿음을 강화시키는 것에 있어야 하는데 믿음의 강화는 야단치고 질책하고 꾸짖는다고 될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다독거리고 위로하고 격려해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재정비하도록 해야 될 일이다.

왜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십일조를 제대로 안했을까?

질타당한 그들은 신앙적으로 자아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기대했던 하나님의 심판은 도래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처지는 낭떠러지 밑으로 한없이 추락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야웨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방 권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심판의 날은 고사하고 승승장구 그 기세만 더해져 갔다. 엎친데 덮친다는 격으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하여 겪는 물질적인 고통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니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십일조를 드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하나님께 선택받았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던 이스라엘은 총체적으로 야웨 하나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스스로 야웨 하나님과의 관계를 절연해 버리는 삶을 살게 되었다. 말3:7의 ‘내게로 돌아오라’는 외침은 바로 이런 정황을 반영한다. 따라서 본문의 십일조 관련 언명은 이런 배경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단순히 십일조를 하면 물질의 복을 받고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어워진다는 흑백논리식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십일조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 왜 십일조를 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는 것이라고 자극적으로 말했던 것일까? 극도로 심각한 가뭄의 상황속에서 십일조를 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을 뻔히 보면서 온전한 십일조를 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무도 아니고 세금도 아니고 믿음의 표현도 아니라면 십일조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닐 때 십일조를 못한 것에 대하여 도적질을 운운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