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고광태님이 당당뉴스 이메일로 보내준 칼럼입니다.

글 쓰고자 하는 주제를 사색하던 중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을 접했다. 처음 속보는 용의자가 아시아계라고만 보도 되었다. 그러나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 용의자가 한국계라는 소식에 설마 했던 마음에 격동이 일어났다. 아무리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요 남 일이라지만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가히 충격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의 방법이 없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미 NBC 방송에 보냈다는 사진 동영상이 공개 되었다.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모습은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모습이다.
‘조승희’ ‘23세’ ‘이민 1.5세’ 정말 젊음의 혈기가 넘치는 나이다. 젊은 대학생이 저지른 사건치고는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시간의 광란의 찰나들이 남겨 놓은 순간은 정말 끔찍하다. 전 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참사에 눈물을 흘리며 애도하고 우리 한국의 대통령도 전 국민을 대표해 위로의 전문을 보냈다.

그에 대한 보도들이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내듯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그가 스토커였느니 자폐증을 앓았느니 정신병 치료 경력이 있느니 하는 말이다. 그리고 덧붙여 교회에 다녔다는 증언이다. 사회적 약자였고 조롱거리와 왕따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를 아는 이들의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신적 심리적 분석이 뒤따른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가치관 정립에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력 보다는 사회적 분노와 복수심을 심은 것이다. 그의 분노의 표출이 참으로 어이없는 참사를 가져온 건 사실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과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한 사람의 광기로 무고한 32명의 생명을 처참히 앗아 갔으니 말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조승희’와 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또 일어 날 수 있는 가능성을 또 예고한다. 소위 인간성 상실 시대의 피폐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것은 조승희라는 개인의 고통과 분노로부터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회적 책임과 성찰을 해야만 하지 않을까?

특히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핏줄을 벗어 날 수 없는 한 우리 자신들을 투영해 보아야 할 사건이다. 필자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요 더구나 외국에 나와 살면서 이런 사건을 접해보니 여러 각도로 해석을 해본다.

인간의 욕구는 생물학적 욕구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과 인정을 해주고 인정을 받을 필요성을 가진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조승희, 그는 그런 면에서 인정받을 수 없었던 자괴감이 자신을 스스로 무너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은 아무도 이해 할 수 없다. 세상에 대한 분노가 그로 하여금 무차별 공격의 대상을 찾게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상식적 기대감은 더 이상 조승희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단순한 사건이 아닌 한국인으로서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메시지를 찾고 있다. 그것은 한국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관에 대한 것이다. 내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남에게 뒤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무의식적인 경쟁의 사회에서 자녀들이 느끼는 중압감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로서의 실패를 말하고 싶다. 사회공동체를 통한 인격과 사회성을 배우게 하시 보다는 자기 자식에게만 투자하여 얻고자 하는 이기적 욕심의 산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뉴스가 이젠 다반사로 보도되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시대는 이제 꿈도 못 꾼다. 제자와 스승은 없다. 오직 ‘너와 나’라는 이기적 관계만 있을 뿐이다. 물론 다는 아니다. 인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직업적인 가르침만 있고 인격적이 배움이 아니라 이기적인 배움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것은 제2, 제3의 조승희가 만들어 질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의 책임이다. 가정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아니 가정교육이 절대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부모의 무한 책임이다. 물론 인격적인 교육현장을 만들지 못하는 교육자들의 책임도 있다.
공교육의 부실로 사교육의 경쟁력이 인격을 가르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삶의 질을 누릴 수 없는 핵가족의 병폐가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 오직 일등주의에 길들여 진,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영어’라는 언어에 사로잡힌 또 하나의 경쟁력이, 날개가 있어도 추락하게 하는 시대임을 깨달아야 한다.

‘조승희’ 그가 남기고간 무책임한 상처를 우리는 빨리 회복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배움의 중압감에서 인격과 책임성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교육의 실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만 세워서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목적의 부재가 오직 처세와 출세의 수단만 배우게 하고 있다. 목적을 상실한 자녀교육은 인생의 반을 잃은 것과도 같다.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루어 질 수는 없지만 정확한 목적에 대한 가정교육이 절실한 때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유대인의 교육은 철저한 가정교육으로부터 출발한다. 가정과 사회, 국가에 대하여 신앙에 의한 철저한 목적의식을 심어줌으로서 이기적인 존재가 아닌 이타적 존재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조승희 사건은 분명히 시대의 아픔이다. 희생자들의 유족들뿐만 아니라 공분하는 자들에게도 용서받을 수 없는 광기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잘못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자녀교육의 거울을 삼아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잠언의 말씀이 새롭게 깨달아 진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 이니라 나 지혜로 말미암아 네 날이 많아질 것이요 네 생명의 해가 더하리라 네가 만일 지혜로우면 그 지혜가 네게 유익할 것이나 네가 만일 거만하면 너 홀로 해를 당하리라”(잠언 9:10-12)
(글쓴이/ 고광태목사, 다스마리냐스 남영한인교회 담임, 까비테한국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