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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09일 (화) 00:00:00 [조회수 : 3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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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밖으로 나오자 세찬 바람과 샘이 난 추위가 두
남녀를 맞이한다. 영이는 평소에 많이 다녀본 듯한 걸음으로 포장 마차들이 즐비한 호텔의 뒷골목으로 향하여 손님이 하나도 없는
<갈매기>라 써놓은 천막으로 먼저 들어서자 말없이 따라오던 태철도 몸을 움츠리며 따라 들어 왔다.
“어서 오이소~.”
예상대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고 처음 온 집이지만 단골처럼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일부러 가운데에 앉은 것은 숫총각의 기죽이기 1호 작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닭 똥집하고 오뎅주세요.”
“할머니, 큰 새우도 한 접시 구워주세요. 경혜씨, 솔직히 오늘 마지막으로 ROTC 후배들을 기압을 주는 통에 점심을 굶었어요. 먹고 더 먹어도 되죠?”
“소주도 한 병 주세요.”
백핸드로 스핀을 잔뜩 걸어 코너로 깊게 넣은 서브를 태철은 가볍게 받아 넘겼기에 영이는 조금 토라진 음성으로 주문을 하였다. 태철은 자신이 직접 소주잔을 꺼내더니 소주를 부어 영이에게 권한다.
“딱.”
영이가 태철의 소주잔에 먼저 부디 치자, 매서운 스핀이 걸린 서브를 태철이 자신의 코드에 닿자마자 넘기기에 영이가 과감하게 공격을 한 것인데 공은 네트에 맞더니 영이의 코드에 도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이는 스핀이 걸려있는 공을 너무 성급하게 공격한 것인데 숫처녀를 땐지 두 달도 안된 영이가 숫총각을 너무 무시한 것이다. 상대는 소문난 부잣집의 아들이 아닌가! 정신을 가다듬어 조직 플레이를 하라는 사부의 음성이 들린다.
“태철씨, 갈매기 집에서 술을 먹으니 우리 새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봐요. 비둘기와 까마귀 이야기를 아세요?”
“성경에서 비둘기는 착하고 까마귀는 나쁜 놈이지요.”
“교회에 다니세요?”
숫총각들이 교회에 많다는 사실이 당연하지만 영이에게는 의외의 사실이었기에 즉시 질문을 던진다.
“고등학교 때 한 2년 다녔어요.”
“왜 관두었는데요?”
“예수가 부활하고 40일을 이 땅에 계셨어요. 그러면 자신을 죽인 로마 총독과 이스라엘 제사장들에게 ‘내가 다시 왔노라’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인류는 구원을 받았겠지요. 게다가 이 중요한 40일의 일을 성경에는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모습만 아주 조금 적혀있어요. 그리고 예수가 산에서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 가시는데 제자들 눈에는 보이고 예루살렘 성의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가 않아요. 큰 모순이지요.”
태철은 영이도 잘 알지도 못하는 성경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늘어놓으며 교회탈출을 회상하듯 닭똥집을 맛있게 씹어먹고 있는 것이다.
“방법론의 문제겠지요.”
“방법론이라~, 말은 되는군요.”
영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신앙이라는 말을 하고 싶으나 확신이 없고 분위기에 맞지 않아 자신도 오뎅을 하나 집었다.
“목사님에게 물어 보셨어요?”
“그냥 믿는 것이 믿음입니다 라는 절간의 중들 염불소리만 해 주시더군요. 상대가 은근히 강요를 하면 이 쪽은 반발을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예요. ‘안녕히 계십시오’인사 하고는 그 동안 가슴에 담았던 좋은 말씀을 던지고 나왔어요. 경혜씨, 예수쟁이예요?”
너무나 엉뚱한 질문이 많았던지 태철은 영이를 빤히 보면서 묻는다.
“솔직히 이상한 전도사를 만나서 왔다 갔다 해요.”
“경혜씨는 잘 믿어서 하늘나라에서 포장마차를 해요. 내가 낮에는 벌 받고 저녁에는 매일 출근해서 매상을 올려 줄께요.”
빈말이라도 도와주겠다니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수비가 막강한 숫총각의 아래 머리껍질을 벗기기 위해선 준비한 무기들을 핸드백에서 꺼내야 하는 임무를 지닌 영이였다.
“제가 책에서 비둘기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메모를 해 두었거든요. 한번 들어보세요.”
“기대 할께요.”
“어느 여성 은행원의 체험담 입니다. 작년부터 경로우대금이 발급된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경로 승차권 대신 통장에 석 달에 한번 동사무소에서 자동으로 입금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석 달에 한 번이지만 버스비가 나오는 그 달에는 은행안이 마치 경로잔치를 하듯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이 많습니다.
그날도 다름없이 할머니 한 분이 번호표 접수도 하지 않으신 채, 저에게 다가와 통장 하나, 도장 하나를 한복 치마 안의 고쟁이 속바지 안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돈들 사이를 헤치고는 비닐 봉지 속에 묶인 걸 풀어 저에게 내밀었습니다.(으~ 할머니 체온에 의해 데어진 뜨끈뜨끈한 통장과 도장)
그래도 친절과 봉사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직원으로서 전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여쭈었습니다.
- 할머니, 버스표 타러 오셨어요?
- 응 아가, 버스표비 좀 주라.
- 할머니, 그러시면 청구서를 작성해 오세요.
- 나는 몰라,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저는 평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하던 대로 제가 청구서를 작성해서 도장 찍고 할머니에게 비밀번호를 물어보았습니다.
- 할머니, 비밀번호가 몇 번 이세요?
할머니는 아무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다시 할머니들에게 통하는 말로 여쭈어보았습니다.
- 할머니 암호요, 암호가 무엇이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감 잡았다는 듯 저에게 할머니에게로 다가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벌떡 일어나 할머니에게로 다가가며 생각했지요. ‘다른 사람이 만약 비밀번호를 들으면 얼마 되지는 않지만 할머니 재산 상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겠지….’ 하지만 할머니께서 귓속말로 하신 비밀번호는 단 두 마디.
- 비둘기, 비둘기.
- ‘….??!! Oh My God!, 세상에 이건 너무 심하잖아!’
수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상대해왔지만 비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가끔 ‘작대기 네개(1111)’ 또는 ‘원 투 쓰리 포(1234)’, 22-7605’이라고 전화번호를 이야기해주셔서 비밀번호 유추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비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할머니들이 많이 사용하시는 번호 등을 입력해 보았지만 실패를 하여 할 수 없이 할머니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복잡하게 비밀번호를 조회해 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할 수 없이 제가 할머니에게 한번 더 다가갔죠.
- 할머니, 비밀번호요, 비밀번호.
- 9999 비둘기가 ‘구구구구’ 운다고 구 4개를 지었나 봅니다.”
열심히 듣고 있던 포장마차 할머니와 태철은 영이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는 것은 오래간만에 멋진 공격이 성공을 하였기 때문이다.
“경혜씨의 수첩을 빌려가서 전방에서 소대원들과 읽어 보아야 하겠어요. 할머니, 기분으로 새우하고 오뎅, 소주 한 병 추가!”
“무시오뎅과 배추오뎅을 섞어 줄까요?’
“무시오뎅으로만 주세요.”
남자는 술이 들어가면 마음이 넓어지고 자세가 흩뜨려지기에 이제 은밀히 숨겨둔 공포의 스카이 서브를 발사할 때이다.
“제가 만든 까마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 볼래요?”
“물론이죠.”
“며칠 후, 이 여성 은행원에게 몇 달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는지 머리에 때 기름이 뻔질거리는 홀아비 할아버지가 찾아와서 암호를 대는데 ‘까마귀, 까마귀’라고 했어요. 이 할아버지의 비밀번호는 무엇이라고 생각을 해요?”
영이는 손바닥을 펴서 가운데 정지시킨 탁구공을 높게 위로 띄웠다. 상대의 눈을 현혹시켜 자세를 흐트리고 낙하된 공이 탁구채에 닿는 순간 스핀을 넣는 비장의 중국산 스카이 서브인 것이다. 할머니는 아직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태철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한 손으로 구이새우의 꼬리를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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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는 길을 걸으며 음식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반면에 길거리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문화는 위생적인 문제 때문인지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러시아에서 한국 사람이 제일 그리워 하는 것은 포장마차인데 미국인은 초기의 개척정신을 한국인은 사라져가는 정을 그리워 하는 때문인 것 같다. “아줌마! 통집 한 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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