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이승균기자의 기사입니다 .

	▲ ‘32킬 29양념 1데쓰’라는 말은 버지니아공대 참사를 컴퓨터 전투게임에 빗댄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이후 컴퓨터를 바라볼 때마다 두렵습니다. 사진은 컴퓨터 게임의 한 장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컴퓨터 게임에 빗댄 이 말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범인이 32명을 죽이고(킬), 29명에게 부상을 입히고(양념), 자기도 죽었다(데쓰)는 말이랍니다.

물론 게이머 중 한두 사람이 장난스럽게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32킬 29양념 1데쓰’라는 말을 들은 이후 컴퓨터를 바라볼 때마다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컴퓨터는 분명 살아 있습니다. 컴퓨터는 인간이 특정한 자판을 건드리는 순간 인간의 뇌신경과 연결되어 자신을 건드린 인간을 도무지 불가능한 것이 없는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컴퓨터는 인간의 머리와 마음 혹은 본능이 애타게 갈망하는 세계로 인간을 인도합니다. 총을 들고 사람을 살생하는 전장으로, 생면부지의 사람과 어떤 종류의 얘기도 털어 놓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광장으로, 화투와 포커 판이 벌어지는 도박장으로, 아니면 온갖 음란물이 가득 찬 포르노의 세계로 인간을 순식간에 옮겨다 놓습니다.

서재나 안방의 컴퓨터는 항상 얌전한 자세로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전원을 켜고 CPU(컴퓨터중앙처리장치)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마치 대뇌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처럼 전 지구상에 퍼져 있는 컴퓨터들과 한 몸이 되면서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숨을 쉬기 시작한 컴퓨터는 자신을 통제하는 인간이 특정한 키를 건드릴 때마다 거역하지 않고 충실하게 반응합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인간은 자신의 대뇌가 원하는 명령을 손가락 근육을 움직여 컴퓨터에 전달합니다. 즉 컴퓨터와 인간의 대뇌는 손가락 근육을 통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대뇌가 원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컴퓨터 앞의 인간은 어떤 키를 눌러야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모니터에 나타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손가락 움직임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컴퓨터 모니터에 성경말씀이 펼쳐질 수도 있고, 적나라한 악마적 영상으로 가득 찰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변덕스러운 인간의 대뇌가 원할 때마다 어떤 때는 신성한 영상이, 어떤 때는 죄악이 가득한 영상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인간의 대뇌와 컴퓨터 사이의 이 같은 속성을 생각하면서 필립 얀시와 폴 브랜드의 저서<육체 속에 감추어진 영성>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예수님께서 ‘머리의 역할’을 하신다는 말씀을 실제 인간의 대뇌의 역할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은 유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정말로 인간의 대뇌 즉 머리가 예수님의 뜻에 따라 그 역할을 수행한다면 인간의 몸과 모든 행동은 죄악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이 유추는 머리되신 예수님의 뜻을 전달하는 대뇌 신경세포가 인간이 범죄를 저지른 후 ‘죄’라는 불순물에 오염되어 그만 예수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게 된 우리의 상황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대뇌의 명령을 받아 손가락 근육을 움직여 들여다 본 컴퓨터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머리되신 예수님의 말씀이 그대로 전달된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예수님의 뜻이 ‘죄’라는 불순물에 막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세계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