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찬송가공회 사태는 한국교회의 자정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다. <21세기 찬송가> 출판권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일은 찬송가공회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세금 미납 의혹 등으로 불거졌다. 많은 교계신문에서 연일 찬송가공회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공회는 이와 관련, 한 번도 속 시원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공회는 그저 "잘 될 것이다" "아무런 문제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렇게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교회연합을위한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에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이광선 목사) 등 6개 교단장이 모여 찬송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대책위원을 뽑고, 공회에 조사위원을 파견하는 등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 일은 진척되지 않았다.

이러면서 자정을 얘기하나?

대책위는 지난 4월 2일 회의를 열고, 지난 10년 간 찬송가공회의 재정 운영에 대해 회계사를 동원해 조사하기로 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또 생명의말씀사·성서원·아가페·두란노서원 등 일반 출판사들에 대해서는 출판 중지를 즉각 정지하라고 촉구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공회 임원과 총무의 전원 사임 △불응할 경우 공회 위원들의 교단 소환 △공회 기구 축소 △결정에 불복할 경우 사법조치 단행 등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 뒤로 아무런 소식이 없다. 문제를 제기한 대책위도, 반발했던 찬송가공회도 감감무소식이다. 공회는 총무와 임원이 사임하지도 않았다. 기구 축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찬송가대책위원회는 공회가 반발할 경우 교단에서 파송한 위원들을 각 교단으로 소환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어떤 교단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법조치는 먼 옛날 얘기일 뿐이다.

	▲ 이렇게 조촐하게(?) 총회를 하는데, 회의비는 약 700만 원이 들어간다.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뉴스앤조이 이승규

왜 항상 이런 식으로 사태가 마무리될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에 자정 능력이 있다고 말하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찬송가공회 사태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다.

그럼 왜 이럴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 얼굴 보고 갈 사람인데, 그냥 은혜로 넘어가자'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어떻게 매몰차게 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파헤치고 진실을 드러내봐야 선교에 좋을 것 없다는 생각도 자리 잡고 있다. 서로 약점을 알고 있는데, 건드려봐야 사태 수습만 어려워진다는 것도 있다.

예장통합 총회장 이광선 목사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 목사는 찬송가대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찬송가공회 공동회장에 임명됐다.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주체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모든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관의 회장에 임명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다.

조사하겠다는 사람이 조사 받아야 하는 단체의 회장으로

이 총회장은 4월 30일 열린 찬송가공회 정기총회가 끝나고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찬송가문제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총회장은 찬송가공회의 문제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여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던 사람 중 하나다.

물론 이 총회장은 이날 찬송가공회의 투명화를 위해 법인화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인화 이전의 벌어진 일에 대해 어떻게 해결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한국교회는 일반 언론이 자신들을 비판한다고 볼멘소리를 낼 자격이 없다. 이런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우리에게는 자정 능력이 있으니, 내버려 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