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이스라엘이 걸려 넘어져서 완전히 패망하고 말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의 죄 때문에 오히려 이방인들은 구원을 받게 되었고 이스라엘은 이방인들을 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범죄가 세상에 풍성한 축복을 가져왔고 이스라엘의 실패가 이방인들에게 풍성한 축복을 가져왔다면 이스라엘 전체가 구원을 받는 날에는 그 축복이 얼마나 엄청나겠습니까?  -로마서 11:11-12

  하느님이 지으신 세계다. 지극히 작은 티끌이라도 완전히 패망하여 없어지는 것은 없다. 전체인 하나(一)로 연결되지 않는 존재물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수시로 그 모양을 바꿀 따름이다.

  매우 분명한 사실 하나.

  예수가 없었다면 십자가도 부활도 없었겠지만, 산헤드린이나 빌라도가 없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둠이 따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빛의 부재가 곧 어둠이듯이, 선의 부재가 악이요 삶의 부재가 죽음이다.

  '죽음'은 싸워서 이길 무엇이 아니다. 악(惡)도, 죄(罪)도 마찬가지다.

  있지도 않은 것을 무슨 수로 싸워서 이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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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 주님, 세상의 악과 싸우느라고, 죄와 싸워서 이겨보려고, 오랫동안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바쳤습니다. 그래도, 그래서, 그게 아니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됐으니 마냥 헛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렇게 살지 않겠어요. 어둠을 물리치고 불의를 꺾으려던 생각일랑 깨끗이 비우고, 그 대신, 빛을 일으키고 의를 세우는 일에 전념하겠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하늘하고 땅만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으니,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있지도 않은 적을 만들어서 씨름하는 허깨비 장난에 놀아나지 않겠어요. 빌라도 없이는 예수의 십자가도 없다는 게 옳은 말씀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빌라도를 본받아 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주님, 제 이 각오가 물거품처럼 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