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자는 하나님과 맞짱토론을 했다. 아니 끝장토론이다. 원래 주제는 ‘조승희’였는데 이게 끝장 토론으로 비화된 것이다. 듣기에 거북스러우시면 눈을 닫아 주시라. 귀를 닫아 주시라.

 

토론자 : 하나님! 솔직히 너무 하십니다. 서른 세 명이 뭡니까? 아드님 서른 세 살에 돌아가셨다고 서른 세 명이나 잡아가신겁니까?

하나님 : 뭐야? 그래 이번 사건에 대해 솔직히 한 번 말해보자.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토론자 : 에이.... 그래도 하나님 답지 않게 왜 흥분을 하세요. 점잖지 못하잖아요?

하나님 : 넌 하나님 답다는게 뭐라고 생각하냐? 너는 내가 꼭 흥분하지 않고 점잖게 얘기해야 하나님 답다고 생각하는거냐? 성경에도 내가 그렇게 나와 있었냐? 글구 서른 세 명이든 삼백 삼 십 명이든 그게 내 잘못이냐? 조승희가 쏜거잖아?

토론자 : 하나님....그러니까 이렇게 끝장토론하자고 나선거잖아요? 그런데 조승희가 총 쏜거하고 하나님하고 관계가 없다고요?

 

하나님 : 없다!!

 

토론자 : 그런 게 어디있어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불위하시고 아니 계신데 없이 계신 분이시잖아요?

하나님 : 그래. 너가 잘 대답하고 있네! 나 거기 있었어.... 나 거기서 총맞아 죽었다고!! 너네 말대로 총 맞아 죽은 사람이 죄가 없잖아? 나도 죄 없다구!!

 

토론자 : ...........

 

하나님 : 솔직히 너희들이 ‘하나님! 하나님!’하는데.... 하나님이 뭔지 알고 이야기 하는거니? 그래! 조승희는 나도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왜냐.... 조승희도 내 새끼거든.... 내 새끼가 지 어미인 날 향해 총을 겨눴고 난 그 총에 맞아서 죽었다. 어미가 새끼 위해서 죽었는데 그게 잘못이냐?

토론자 : 눼눼눼.... 알았슴돠....근데요... 하나님은 그렇게 죽었다손 치더라도 다른 서른 한명은...아니지 조승희까지 포함해서 서른 두명은 억울한 죽음이잖아요?

 

하나님 : 그래서 내가 너한테 ‘하나님’이 뭐냐고 물은거야.... 너희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통독하고 분석하고 연구해서 나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가설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서 생각하고 또 그것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해왔잖아....수천 년 동안~!!

 

토론자 : 네.... 그걸....신학연구라고도 하고.... 때로는 신앙생활이라고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십자군 전쟁이나... 뭐...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죠...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조승희 건은 이민자 출신의 젊은이가 자신의 세계속에서.... 망상속에서 헤매며 살다가 결국은 타인의 목숨을 끊어가면서 자신을 합리화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잖아요? 하나님 새끼면 하나님이 책임져야 당연한 일 아닌가요?

 

 

내가 아파서 피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 승희의 눈동자 속에 있는 그 증오의 다른 말이 “날 좀 살려주세요~~~”라는 절규로 보였기 때문이야.... 그래서 승희의 이 사건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은 세상의 비극에 대해서 어떻게 답하고 있는가?’하고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 난 끝장 토론을 하려고 하는거다......

토론자 : 뭐..... 하나님이라서 어렵게 이야기 하는 건지 아니면 제 머리가 짧아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요..... 하여튼 대략 이해는 가려고 합니다.

 

 

토론자 : 전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어요.

 

토론자 : 말 끊지 마시고요(흥!), 교회를 다니다 보니까 하나님을 알게 된거라니깐요.... 그 이야기 하려고 어릴 때 이야기를 한겁니다. 예장 합동이라는 소속의 교회를 다녔는데.... 아! 예수님이 생각나네요.... 아드님이요..... 아드님이 멋지게...요즘 말로는 섹시하게 생겼어요.... 적당하게 흰 피부, 수염, 금발의 어깨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품새..... 하여튼 벽에 걸린 예수님 그림은 정말 멋지게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믿어볼만 하네....하고 생각했어요.

 

하나님 : 그게 내 아들이라고?

 

토론자 : 네?? 아녔어요?

하나님 : 그는 내 아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가 여기서 아들이라고 하는 이유는 세상 모든 것이 내 아들이자 딸이라는 것이고,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이...특히 기독교입네 기독교인입네 하는 것들이 모두 다 내 뜻대로 살지 않기 때문에 아니라는 것이다.

 

토론자 : 어렵네.....요. ㅡ,.ㅡ;;;;;

 

하나님 : 난 네게 ‘하나님’이라는.... 그 개념을 아느냐 모르느냐...물었다. 그 대답을 아직 하지 않았어!!

 

토론자 : 찬찬히 이야기 하려고요..... 음..... 일단 저는 하나님을 믿어요.... 아니, 이제 생각해 보니까 믿는거 같아요.... 아니, 좀 더 생각해 보니까 믿는걸로 보이는 거 같아요.

 

하나님 : 참으로....안습이다.....불쌍하다...네 인생이!!

 

토론자 : 사이버 시대니까 하나님이 안습이라는 말씀도 쓰시네 @.@ 하여튼, 저는 어릴때부터 그러니까 어머니 뱃속부터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녔고..... 왜...기억하시잖아요...어릴때부터 기도도 잘하고 찬양대에서 노래도 잘하고....그렇게 살았잖아요?

 

하나님 : 이젠 정말 물어보는 거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니? 그게 하나님을 아는거냐? 아니, 하나님을 믿는거냐? 맞냐?

 

토론자 : .......

하나님 : 넌 아까 승희의 사건 때문에 내게 대들었지? 세상 참..... 좋아졌다. 하나님한테 대들어도 멀쩡한 세상이라니....

토론자 : 아니, 하나님.... 솔직히 하나님은 제가 무슨 의미로 말씀 드렸는지 알고 계시잖아요? 어디 비단 이번 일만 그렇습니까? 이번에 버지니아공대 사건 말고도요, 1990년대 들어서도 오하이오 대학에서 대학원생이 난사한 사건으로 다섯명이나 죽었고요, 아칸소주에서도 요네스보로 웨스트사이드 중학교에서 학생 11살, 13살짜리들이 난사하는 바람에 학생과 선생님이 다섯이나 죽었잖아요? 이번에 승희가 언급한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이 무려 13명이나 죽었고요...... 다 아시잖아요?(울먹) 애들이 총을 쏜다고요!! 어디 한 두명이 죽었습니까? (우쒸... 진짜 하나님 맞아?)

하나님 : 얘야.....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이런 비극적인, 아니 이보다 더 비극적인 사건들이 너무나 숱하단다..... 너도 잘 알고 있지? 히틀러 의해서 행해진 인종청소 사건....

 

토론자 : 아우슈비츠요.....ㅡ,.ㅡ;;;;;

하나님 : 어디 비단 아우슈비츠만 있었겠니? 인류의 온갖 비극적인 상황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단다. 너도 잘 알고 있잖니? 한국전쟁에 무고한 수 백만의 사람이 죽었고 또 5. 18에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총칼에 죽었잖니?

토론자 : 하나님! 하나님은 화도 안 나세요? 그렇게 무력하게 사람들이 죽어 나자빠질 때 정말 하나님은 어디 계셨어요? 모세가 홍해바다 가를 때는 같이 계셨잖아요? 이스라엘 민족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잘도 나타나시더니..... 정작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지고 제주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할 때는 나타나지 않으시더라고요..... 난 솔직히 그런 하나님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납니다.

하나님 : 그래서 이렇게 끝장토론을 하자는것 아니냐..... 앞으로 얼마나 더 끝장토론이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은 여기서 결론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여기저기서 나랑 맞짱 뜨자는 연락이 많아서 말이다.... 쿨럭 ㅡ,.ㅡ;;;;

 

 

 

토론자 : 눼...알겠슴돠.... 하나님이랑 계속 끝장 토론이 이렇게 진행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담에는 언제 또 토론하실래요?

 

토론자 : 오늘 결론은 조승희의 총탄으로 하나님이 숨졌다...... 로 전 이해했습니다. 그럼 다음 주제는 ‘죽은 하나님 살리는 법’, ‘하나님을 구원하자’ 정도가 되겠네요..... 다음 끝장토론은 제가 핸펀 함 때릴께요..... 꺼놓지 마시고 받아주세요.

하나님 : 교우들에게도 안부전해라....

 

토론자 : 눼.....

 

                      - 글쓴이 : 최요한 기자 (시사평론 및 정치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