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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마지막] 마지막 재판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사람이 미혹의 길로 들어서는데 왜 말리지 않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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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4월 23일 (월) 00:00:00 [조회수 : 29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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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이 부경대학 산업경제학과에 붙었습니다. 힘 내세요.”
수갑을 차고 재판실로 들어가자 방청석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는 사할린 한국교육위원회 성백경 부원장이 고함을 지르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는데, 부도 내고 아버지 마저 외국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담대하자’는 의지로 견디어 온 아들이 고마웠다.
한국교육위원회는 한국에서 교사들이 파견되어 동포와 러시아인에게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가르쳤으며 동포들의 애로사항도 돌보아 주었기에 항상 바쁘게 일을 하는 기관이다.
방청석에는 그 동안 보고 싶었던 김완일 목사님과 교회 성도의 모습도 보였으며 앞에는 게나지와 선박회사 회사에서 각 자의 변호사를 동반하여 앉아 있었다.
러시아 재판장의 색다른 풍경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피고는 재판장과 방청객 사이의 닭장에 갇혀서 재판을 받는 것이다. 나는 수갑을 찬 채 아비본을 손에 쥐고 닭장에 앉아 있고 곁에는 교회 통역인 여전도사님이 재판상황과 나의 질문을 통역해 주었다. 곧 판사가 들어와 재판이 시작되었는데, 아비본을 받을 때 변호사가 3인 재판과 단독재판 중 어느쪽을 원하는가를 물었던 기억이 났다. 3인 재판은 판사 한 분에 인격 있는 시민 두 분이라 하기에 나는 단독을 원했던 것이다.
오전에는 검사의 사건에 대한 설명으로 끝이 나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는 닭장차로 다시 가서 오후 2시부터 재판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이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의 증언이 시작되었다. 이미 아비본에 기록된 상황들이지만 증인들에게 상대의 변호사나 피고들이 질문을 할 수가 있었다.
아비본을 수 십 차례 검토를 하면서 나 자신이 검사인 양 거짓말을 한 자들에게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꼭 밝혀내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와나지 할머니 여사장이 출두하여 자신의 회사는 법적으로 아무 잘못이 없음으로 100t 알루미늄을 돌려 달라고 열변을 토했는데, 말하는 여사장이나 듣는 판사의 태도는 한국의 법정에서 느끼는 권위보다 예절을 지키며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진행되었다. 실제로 와나지 회사는 나와 물물교환의 계약을 맺었고 정식수출 업무도 대행해 주겠다는 제의도 했으나, 나와 게나지가 거절을 했기에 나는 변론을 통해 와나지 회사는 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 해 주었더니 할머니 사장은 마피아처럼 주먹 쥔 손을 나에게 흔들어 주었다.
선박회사는 밀반출로 인해 배에 묶여 있었던 부분에 대한 보상을 나에게 청구하려 하였으며, 세관은 절대 돈을 받고 짜고 한 사실이 없음을 주장하기에 상당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선박회사가 시인을 하면 배가 몇 개월의 영업정지를 당하며 세관원이 시인을 하면 직장도 쫓겨나고 감옥에 가야 하니 변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집의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려는데 뚜껑이 닫혀있는데 열지도 않고 그냥 사용합니까?”
“네트.(아뇨)”
“당신은 외국에 나가는 배에 무슨 물건이 실렸는지 조사하는 책임을 맡은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인데, 뚜껑을 열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서 돈을 받았기 때문이죠?”
방청객은 웃음을 터뜨리고 세관원은 얼굴이 벌게지며 조그만 소리로 ‘빈 배라기에 그냥 믿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였다.
게나지가 증인으로 나서자 나의 변호사는 세찬 질문을 하였으나 게나지는 크레인을 구해달라는 부탁과 배에 물건을 싣는 작업을 지휘하였을 뿐이지 세관원 일은 알지를 못한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그의 친척의 이름을 밝히고 싶었지만 이것만은 지켜주고 싶었기에 자제를 하였으나, 사식 한번 넣어주지 않고 밖의 돌아가는 사정을 철창으로 통해 알리지 않은 그가 너무나 미웠다.
“게나지, 이제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이 사건을 마감을 하자. 너도 누구에게 속았을 뿐이니 그가 누구인지 제발 좀 밝혀주기 바란다. 부탁이다.”
세상 사람들이 노름꾼이며 마피아라 흉을 보지만 게나지는 양심은 바르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이 붉어짐을 나만이 느낄 수가 있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나는 아비본을 보며 하나하나씩 증인들을 향하여 따지고 든 것은 어둠 속에서 한이 맺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선생님, 게나지와 선박회사 변호사들이 이정도 선에서 마감을 짓자고 합니다. 물론 진실을 밝히고 싶겠지만 다시 조사를 하여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군요. 게나지도 고철을 부두에 준비해 두었는데 한국에서 배를 보내지 않기에 이선생님이 나오시기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목사님께서 지금까지 고생하신 것은 다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었다고 생각하시고, 일을 잘못 처리한 동포나 돈에 욕심을 낸 러시아 세관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요새 금요기도 예배에서 이선생님을 위해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판결을 짓던지 재판을 연기하든지 결정을 한다고 하니 주일날 기도 많이 하십시오.”
교회 통역 여선도사님은 88 올림픽을 보고 처음 한국의 모습을 알았으며 바로 한국교회가 사할린이 들어오면서 예수를 믿게 된 분인데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으나, 하나님의 자녀라는 결론을 얻는 후에는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신앙의 소유자였기에 고집스러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버렸다.
“변호사에게 더 이상 따지지 않을 터이니 월요일에 재판에 끝나도록 해 달라고 전해주십시오.”
왕복 80km의 거리를 매일 운전 하시며 나를 보러 오시는 목사님, 매일 한마디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써 통역해 주시는 전도사님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기에 항복을 한 것이다.
월요일 오후, 각 자의 변호사들이 최후 변론을 마치자 판사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였다.
“자신의 근무날이나 교대시간은 알려주면서 돈의 욕심으로 사할린에도 4월 20일부터 관세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통보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섭섭합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알려주었으면 모든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일 필요가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러시아 법을 어겨가며 돈을 벌려던 저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7개월 동안 말도 모르는 이방인을 따뜻하게 대해준 많은 러시아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여전도사님이 ‘빠잘루스타’를 섞어가며 판사에게 선처를 부탁한다는 통역을 하는 동안 나는 법원 창문을 통해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지난 일을 눈으로 덮어버리고 싶었다.
“한국인 리슨칠과 러시아인 게나지는 일년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세관원 4명은 세관 자체에서 징계조치 하기로 한다.”
판사의 선고가 끝나자 바로 법원경찰이 닭장 문을 열어주며 나를 수갑을 풀어 줌으로 자유의 몸이 된 나는 판사에게 머리 숙여 감사함을 표시하였다.
“이선생님, 축하합니다.”
“좀 더 고집을 피우려 했지만, 나 없는 동안 남편 집사님이 예배시간에 혼자서 주무신다고 눈치 보였을 터이니, 제가 다시 도와 드려야죠.”
“호호, 안 그래도 우리 남편이 제일 기다리십니다.”
구치소 입구에서 큰 가방을 찾아 비상식품을 감방에 있는 동포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목사님의 승용차에 탔다. 운전대를 잡으신 목사님은 ‘우리 아내가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했으니 빨리 가서 즐기도록 합시다’며 카세트를 집어 넣자 “인애하신 구세주여”라는 찬송이 흘러 나온다. 어두운 감옥에서 얼마나 속으로 많이 부른 찬송인가! 이제 곧 성도들과 힘차게 같이 부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한 구석에서부터 감방 동료들의 “Love me tender”도 울려 퍼진다. 그래! 나의 팔자는 찬송가와 유행가가 손잡고 건너는 징검다리 팔자인가 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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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사람이 미혹의 길로
들어서는데 왜 말리지 않았을까요?
자유의지를 존중한 것일까요? 저도 결론은 내리지 못하나 주님은 어디서나 함께 하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법을 어기고 감옥에 간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글을 적는가 하는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살아온 일부분이기에 염치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그 동안 읽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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