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일심회’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한국교회 논평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소위 ‘일심회’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장민호씨 징역 9년과 자격정지 9년, 손정목 씨와 이정훈 씨에게 징역 6년과 자격정지 6년, 이진강 씨는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 최기영 씨는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각각 선고했다.

1. 재판부는 일심회는 강령과 체계도 없는 조직으로 존재사실과 활동에서 실체를 인정하기 어려워 이적단체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의 이 판결은 그동안 간첩단 사건으로 성격이 규정되어 온 소위 ‘일심회’ 사건이 실체가 없는 조작사건임을 사법적 판결로 입증한 것이다.

그동안 국정원과 검찰, 수구 언론은 마치 일심회가 어마어마한 반국가적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선전하고 우리 사회를 매카시적인 반공반북 선풍을 일으켜왔다. 전 국정원장까지 앞장선 소위 ‘일심회’ 사건은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맞물리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는 이러한 소위 간첩사건이 6.15공동선언과 6자회담 합의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화해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시대착오적인 조작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에 의해 규명되었다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후로는 이러한 조작간첩이 생산되는 불행한 냉전과 대결의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2.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민호씨가 대북 연계활동을 펼치고, 북한공작원을 만나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장씨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장씨의 주선으로 북한공작원을 만난 것은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장씨를 비롯한 이들 모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즉 대북정보활동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으면서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이 시대 사법부의 모순적인 판단에 대해 실망감을 표명한다. 재판부가 평화와 화해의 시대정신과 시대전환의 요구를 부정한 채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의 문구를 일면적으로 적용하여 판결한 것은 재판의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몰역사적인 판단이다. 재판부가 간첩조직은 인정치 않으면서도 간첩행위는 인정하여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스스로가 모순에 빠진 것이다.

지금 시대는 6.15공동선언의 채택과 6자회담의 합의로 인해 한반도에 근원적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때이다. 이런 때에 사법부는 다이상의 모순에 빠진 판결이 아닌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판결을 해야 할 것이다.

3.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한 새로운 간첩단은 언제든지 조작될 수 있다고 본다. 개성과 평양 등의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올림픽 공동선수단 구성마저 논의하고 있는 이때, 북한공작원을 만나고 정보를 제공했다는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 또한 신뢰할 수 없다. 진실은 훗날의 역사에 의해 밝혀질 것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철폐만이 이러한 공안조작사건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 주장하여 왔듯이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하며 그 일을 위해 우리의 기도의 걸음을 계속할 것이다.

주후 2007년 4월 17일

한국교회인권센타

이사장 이명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