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안내는 민들레문화학교의 조 선생

언제나 그의 해박과 지식과 친절로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으로, 이번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아침 8시15분에 서울을 떠났어도

전주에 도착한 시각은 점심때라서 곧바로 식당으로 들어가

맛깔스런 전주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애당초 계획했던 전군가도(전주와 군산을 잇는)관광은

벚꽃은 이미 다 졌다고 해서 취소했다.

그리고 한국 천주교 순교1번지로 알려진 전동성당으로 갔다.

마당 한켠엔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비탄<피에타>의 모조가 있는 게 아닌가?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대리석의 피에타가 떠올랐다.

넋을 잃고 보다가 일행을 놓쳤던 아찔했던 순간을...

다음에는 경기전에 들러

조선왕조 이성계의 어진과 순종 고종을 배알하고

한옥마을을 두루 관람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이란 문패를 단 경내로 들어서자

나는 신이 났다. 오늘의 하이라이트같은 느낌이라서.

취미였던 역사탐방이 야생화로 옮겨지고 난 뒤부터는

꽃보는 일이 우선한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데다가 비마저 맞았으니 처량해진 꽃잎

차분히 꽃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으며

향기에 취하고 싶었는데

쏜살같이 앞질러가는 일행을 따라가자니

가랑비만큼이나 눅눅하고 어지러운 심경

아직 화단은 비었지만 

머지않아 화사해질 저들의 세계....

내 가슴만큼이나 붉은 저 꽃이

시들 즈음엔 내 사랑도 시들려나?

내일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릴 거며

어떤 슬픈 일이 나를 눈물짓게 할까?

웃는 일도, 우는 일도 모두가 살아있음의 증거라서

아무래도 좋다.

그저 내일이 나에게 있기만 하는 것으로

행복할 이 생,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