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활동가들이 나무를 심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기독교사회선교연대·기독교환경운동연대·고난함께·성서한국 등의 활동가들 50여 명은 4월 12일 민족화합운동연합(민화련·상임의장 주종환)의 '평화 통일 숲 가꾸기' 행사에 참가했다. 이들은 북측 사람들을 가까이 만나고,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행사에 참여한다고 했다.

	▲ 개성 가는 길. 개성은 서울에서 60Km 거리에 있다. 북녘 땅을 버스로 한 시간 만에 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뉴스앤조이 유헌

시원한 봄비가 내린 이른 아침 '평화 통일 숲 가꾸기' 팀이 광화문을 출발했다. 평소 달릴 수 없었던 자유로의 끝자락을 넘기자 곧 남측 CIQ(출입국사무소)에 도착했다. 검문이 없었다면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을 가까운 거리였다. 행사 참여자들은 출입증을 나눠준 뒤 방북교육을 받으며 대기했다.

"북한이라고 하면 기분 나빠하니 북측이라고 해야 합니다."

"호칭은 선생님이나 OOO씨라고 해야 합니다. 특히 어르신들 '아가씨', '아가야'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버스에 다시 올라타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남북을 오고가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에는 하루 4차례 정도밖에 출입할 수 없었는데, 최근 들어 20여 차례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는 기독활동가들 외에도 100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따금씩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지만, 노인과 장년층이 대부분이다.

남측 CIQ에서 북측 CIQ로 넘어가는 동안 버스 안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네에서 흔히 봤을 개 한 마리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인민군들의 행렬이 보이자 숨죽이고 지켜본다. 특이할 만한 것은 비무장지대를 지나면서 산에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개성공단 내 훼미리마트의 모습. 방문자들의 낯설음을 덜어주었다. ⓒ뉴스앤조이

북측 CIQ를 지나 개성공단에 들어서자 낯익은 간판들이 눈에 띈다. "어 훼밀리마트잖아", "한전(한국전력)도 있네." 신기한 듯 창밖을 내다보던 이들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은 개성공단 입구였다. 사실 오전에 나무 심기 행사를 하고, 오후에 개성공단을 견학하는 게 일정이었지만, 북측에서 변경한 일정에 따라 개성공단부터 방문했다. 인솔자는 "아직은 북에서 하자는 데로 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개성 시내에 들어가서 고려역사박물관도 볼 수 있었는데 미사일 발사 이후 관계가 서원해져 어쩔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그린 닥터스'라는 병원이다. 하루에 100여 명 이상이 진료를 받는 병원이지만 아직은 남측의 환자는 남측 의사가, 북측의 환자는 북측 의사가 따로따로 진료하고 있다. 마침 남측 환자의 진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찾은 곳은 한국전력 개성지사. 북측 여자 직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들은 간단한 브리핑을 마친 다음에는 수많은 디지털카메라들의 모델이 되어야 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이제 북측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풀렸는지 간단한지 질문이 오가기 시작했다. "어디 사세요?", "결혼은 하셨어요?"

	▲ 북측 안내원과 이야기하고 있는 구교형 목사. 종교 이야기가 서슴없이 나오자 구 목사 스스로도 당황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유헌

대화의 내용이 어찌됐든, 북측 사람이 남측 목사의 기독교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자체가  북측이 많이 열렸으며,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개성공단의 가능성을 보다

이후 본격적인 개성공단 견학에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공단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보고 찾아간 곳은 'TS정밀'이라는 기계부품 생산업체다. 공장 내부에서 만난 노동자는 대부분 북측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얼핏 보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남측)는 "반도체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생산 공정을 갖추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 북측의 여성노동자들이 부지런히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헌

현재 개성공단에는 29개 업체가 입주해서 24개 공장이 가동 중이며, 신발·의류를 만드는 수공업 공장이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배경은 다양하다. 교사나 의사를 하다가 온 사람도 있다. 특히 개성공단은 평생 직장이라고 한다. 자신이 그만두고 싶을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받는 월급은 57.5달러로 5만 원 정도다. 잔업수당이나 사회복지기금 등을 합하더라도 임금이 저렴한 편이다. 임금에 비해 노동력이 우수해 기독교인들에게 잘 알려진 신원에벤에셀은 베트남과 중국 등의 공장을 이쪽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봉동관의 점심식사와 여성접대원

	▲ 봉동관의 점심식사. 고기와 해산물이 주메뉴였고, 담백한 냉면도 나왔다. ⓒ뉴스앤조이

"작년에 이미 12만 명이 다녀갔습네다. 여기 개성공단에서 최소한 8시간 이상씩 어깨를 두르고 일하는데 무리가 없습네다. 이것만 봐도 우리가 한민족인 것 확인되지 않갔습니까? 빨리 자유왕래하는 날이 와야 할 것인데. 그래도 오늘 잘 오셨습네다. '통일합시다'를 외치고 잔을 쭉~냅시다. 아. 쭉~냅시다는 남쪽말로 하면 '원샷'이라는 뜻입네다."   

	▲ 식사 중에 공연을 펼치고 있는 북측 접대원. 이들은 대체로 20대 초중반의 나이였으며, 평양에서 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점심식사 이후 발걸음이 빨라졌다. 현대아산도 둘러보고 나무도 심으려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인지 인솔자들의 목소리도 바빠졌다. 안내하는 현대아산의 직원들은 피곤해보였다. 현대아산의 한 직원은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견학이 예정되어 있어요. 그리고 오늘 오전에만 4팀이 왔다 갔죠"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공단을 찾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화의 나무를 민둥산에, 그리고 가슴에

이곳 개성공단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이곳에서 일하는 남과 북의 젊은 노동자들이 사랑에 빠져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심각하고 행복한 고민에서부터 남북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남측 인솔자의 설명이다. 최 참사는 한술 더 뜬다. "사랑은 국경을 넘는 거 아닙네까. 눈 맞으면 어쩔 수 없는거지요"라며 웃어버린다. 

일행은 개성방문의 목적(나무 심기)을 이루기 위해 인근 야산으로 이동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나무 한그루씩을 들고 나지막한 산에 올랐다. 시간이 촉박해 한 그루 정도를 심을 수 있는 시간만 주어졌다. 김진호 군(11)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북에 처음 와봤어요. 재미있었고요. 밥도 맛있고, 북한 사람도 무섭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한나절 남짓의 북녘 체험이었지만 느낀 게 많아 보인다. 한 기독활동가도 중얼거린다. "이거, 나무 한 그루 심는데도 가슴이 울리네." 

	▲ 개성공단 주변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사람들. 앞에 보이는 할머니는 '장기수'임을 밝혀 북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유헌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도 "나무 심기는 우리가 했어야 하는데(웃음)"라며 "북의 민둥산을 보며 '저게 북의 모습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북쪽의 마음을 열리게 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군인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철조망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다시 차창 너머로 북녘을 바라본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참석자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 최정애 참사. 그는 통일처녀로 통한다. 통일이 되면 결혼할 거라는 뜬소문도 들렸다. 그는 시종일관 재미있는 말솜씨로 남측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 개성공단의 북측 노동자들은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경우가 많다. ⓒ뉴스앤조이 유헌

	▲ 한국전력의 프론트에 있던 두 명의 북측 여성. 일행이 처음 접한 북측 사람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뉴스앤조이 유헌

	▲ 우리은행의 모습. 지점장은 남측 사람이고, 일하는 2명의 여직원은 북측 사람이다. ⓒ뉴스앤조이 유헌

	▲ 매대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북측 접대원. ⓒ뉴스앤조이 유헌

	▲ 위성방송용 안테나를 설치하는 기술자들. 개성공단에서는 남쪽 TV방송과 신문 등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유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