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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4월 14일 (토) 00:00:00 [조회수 : 3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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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순>
점호시간이 멀었는데 복도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와 비명소리까지 들리기에 모두들 잠에서 깨어났다.
“브이스트라!(빨리!)”
갑자기 철문이 열리며 곤봉으로 철문을 치면서 밖으로 나오라는 고함소리에 얼른 안경을 쓰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복도로 나갔더니, 긴 복도에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무 곤봉을 든 자들이 벽에 서 있었으며 수감자들은 양 손을 머리에 끼고 오리걸음 행진을 하고 있었다.
오리걸음이 늦으면 곤봉은 여지없이 등판 세례를 퍼 붓는 것이다. 오리걸음 왕복 후에는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벽에 붙어 섰는데, 팔이나 다리를 벌린 간격이 좁으면 복면을 쓴 자들이 구둣발로 발을 크게 벌리기에 어린 딸이 무용학원에 가면 다리 찢기부터 한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였다.
“퍽!”
복면을 쓴 사나이가 등 뒤에서 나에게 질문을 한 것 같았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 가만히 있었더니, 등 뒤 갈빗대를 쳤는데 얼마나 아픈지 바닥에 쓰려졌더니 곤봉으로 내려 치려고 하였다.
“유지노 꼬레 첼라벡. 빠루시끼 니 뽀니 마유.”
옆에서 같이 벌을 받던 젠이 ‘이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 러시아 말을 모른다’는 말을 하자, 날 일으켜 세우더니 작은 골방으로 데리고 가선 가두어 버린다. 한 30분 동안 복도에선 질문소리, 고함소리, 비명소리가 울리기에 귀를 막고 싶었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방에 들어 왔더니 난장판이었다. 아래칸과 위 칸 사이에 친 천도 날라가고 옆에 놓여있던 물건과 바닥의 가방 속 물건까지 다 뒤져 바닥에 비빔밥처럼 흩어 놓았던 것이다. 한 시간 가량 자신의 물건 찾기를 했더니 종이 한 장 빠지지 않고 제 자리에 놓여지는 신기한 곳이 감방이었다. 더욱이 겉옷을 뺏겨 낱장 신세인 톰슨2 성경을 러시아인들이 일부러 나에게 갖다 주는 모습은 성경으로 도매를 하는 한국 구치소 사람보다 종교성이 높아(?) 보였다.
자신의 짐도 챙기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던 스타식에게 감방장은 땅바닥에 내려가라는 손짓을 하자 그는 스스로 개가 되어 마루 밑으로 들어간다.
“우리보고는 싸움 때문에 감옥에 왔다고 말한 저 새끼 강간범이요. 아몬에게도 거짓말 하다 되게 터졌지요. 저 놈이 터지는 동안 얼마나 오래 다리를 벌리고 서 있었는데… 더러운 놈!”
복면을 쓰고 나타난 자들은 ‘아몬’이라 불리는 특수 기동대로 마피아들도 두려워하는 국가조직 단체인데 회사나 개인도 계약을 하면 경호를 해 주었기에 호텔이나 유흥업소 입구에 정장을 하고 지키는 자들도 이들이었다. 도선생이 복면을 써도 두려운데 개구리 복장에 복면까지 썼으니 더 무섭게 보이는 같았다. 그러나 엉터리 법을 정해놓고 ‘안면몰수’를 외치는 독재자나 기업인이 실제로 더 무서운 것이다.
러시아에선 성폭행범은 살인과 같은 징역 15년이 기본이라고 한다. 러시아 여자들이 섹스를 악수 하듯 쉽게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거절하는 여자 건드리면 바로 감옥이며 더욱이 감옥에선 바닥의 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16세 이하의 미성년자를 건드리면 인생 망친다며 조심하라고 젠은 충고를 해 주었다.
난장판의 방을 치우고 한 시간 정도 숨을 돌리자 또 다시 곤봉이 철문을 때리며 똑 같은 장면이 벌어지는 것이다. 단지 복면을 쓴 기습자들의 가슴에 새긴 글자가 달라 다른 소속 부대인 것 같았다. 다행히 나에겐 질문을 하지 않아 독방으로 가지 않고 벌을 선채 지켜볼 수가 있었는데 역시 성폭행자 스타식은 신나게 곤봉세례를 받는 것이다. 돌아온 방은 역시 난장판이었으나 다시 정돈을 하였으며 젠이 이번에는 경찰 특공대라고 하였다. 도대체 특공대의 종류가 몇이나 되는지 묻고 싶었으나 알면 더 괴로울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정리가 끝나고 세 시간 후 다시 기습대가 습격을 하였다. 이번에는 복면도 쓰지 않았고 전투복 대신 경찰복을 입었으나 곤봉을 들고 후리 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16호의 앞방인 탈옥방에서 옮겨온 자들을 집중적으로 질문을 하였는데 소형 줄톱으로 쇠 창살을 절단했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라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추궁 같았다. 다시 방을 정돈한 후에 누웠으나 언제 습격을 할지 몰라 배도 고프지 않았으며 잠도 오지 않았다. 평소에 점잖은 사람이 성이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듯이 러시아 사회나 감방에서도 많은 자유를 허용하나 위반할 시에는 인정 사정없이 혼을 내는 특유의 러시아 기질을 엿볼 수가 있었다.
다음날도 3차례의 습격은 계속되었고 나는 ‘한국인’이란 개 목걸이를 만들어 주었기에 다리 벌려 손 드는 기압은 받았지만 질문을 받거나 맞지는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기습에는 만성이 되었고 팔과 다리를 크게 벌리려면 배를 벽에 꼭 붙이면 된다는 요령도 생겼지만 사식이 중단되었기에 모두들 죽을 맛이었다. 재판을 받고 실형이 떨어지면 바로 형무소로 가는데, 형무소는 15일마다 30kg의 사식전달과 면회가 허용되기에 마루 바닥에는 항상 15일 비상품은 준비되어 있었으나 상하기 쉬운 빵과 소시지 등은 절대 부족이었다.
재판 날자가 잡히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 비상식품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담배가 바닥이 났다. 그래도 사할린 사람들은 겨울철에 폭설로 3~4일 집에 갇히는 훈련이 되어 있기에 노동자들이 피우는 ‘빠르라멘’이라는 담배는 남아 있었다. 길이는 조금 짧으나 긴 필터는 두꺼운 원통으로 속이 비어 있었고 무지하게 독했으나, 필터를 가로 세로 눌러 파이프를 만들어 피우는 멋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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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무질서로 만드는 것은 간수들이 질서를 어지럽힌 수감자들에게 내리는 세계적인 공통적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감옥도 세상의 일부분의 공동단체이기에 성경에서도 간수들이 쇠사슬이 죄인들과 같이 묶여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교회도 주님을 믿는 공동 단체인데 목사는 간수요, 성도는 죄인이라는 월권의식이 너무 강하게 집착되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원죄”를 타고난 인간은 모두들 죄인이라는 사상이 교회를 치유할 수가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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