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유헌기자의 기사입니다.

민족화합운동연합(민화련·상임대표 주종환)은 9살 된 통일운동 단체다. 6·15공동선언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펴온 이들은 무엇보다도 남북의 교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려면 일단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펼치고 있는 사업이 '개성 평화통일의 숲 가꾸기'다. 이들의 나무심기 행사에는 올해에만 벌써 5천명이 넘게 참가했다. 4월 10일 민화련의 강병용 집행위원장을 만나 나무심기를 이용한 통일 운동에 대해서 들어봤다.

강 위원장은 민둥산에 나무를 심다보면, 사람들 가슴에도 통일의 나무를 심게 된다고 강조한다. 또 개성공단을 견학하면서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간다고 말한다. 아직은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 서로 잘 모르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독교인들의 대북사업에 대한 아쉬움도 이야기했다. 그는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도와줄 때 통일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무심기 사업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는지?

	▲ 민족화합운동연합의 강병용 집행위원장. 그는 우리가 북 측 사람을 더 존중해주고 배려한다면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나무 심는 것 자체가 우리 강산을 푸르게 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많은 단체들이 북 측에 나무를 심는다고 하지만 나무를 북 측에 전달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남과 북이 화해하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교류가 중요하지 않나.

남쪽은 이미 조림이 거의 끝난 상태다. 경제림이나 좋은 수종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마찬가지로 북 쪽의 산은 굉장히 헐벗었다. 큰물피해난 산사태가 많이 나기도 했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恪?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난방을 위해 나무를 많이 쓰지 않았겠나 생각해본다. 평양에도 가봤지만 산림이 우거진 곳을 못봤다.

사업 진행은 잘되고 있는지?

작년부터 개성공단 주변의 산에 잣나무·은행나무 등을 심었다. 나무 심는 데는 (정치적) 색깔이 없지 않나. 잘 되고 있다. 올해에는 약용·과일 나무를 심는다. 이번에 대추나무·헛개나무·산수유나무·고로쇠나무를 1만 그루씩 심는다. 손이 적게 들고, 거름을 적게 줘도 잘 사는 종류다.

또 북 측에서 요청해 사과나무도 5천 그루 보냈다. 제천시의 경우 이미 북에 사과나무 단지를 조성하는 중이다. 우리는 기술을 지도해주고, 북에서는 인력을 투입해 전문단지를 만드는 이런 게 교류협력 아닌가.

수해 예방용으로 빨리 자라는 나무도 개성의 양묘장에 보낼 예정이다. 물론 보내는 나무들은 충분한 검증을 거친 나무다. 남 측에서 발생했던 꽃가루 문제 등도 없다. 우리가 저질렀던 실수를 다시 겪지 않게 하도록 산림자원학과 교수들이 노력을 기울였다.

행사 일정을 보면 개성공단 견학도 있는데?

나무를 심고, 북 측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개성공단을 참관하고 그곳 노동자들을 보면서 북 측 사람에 대한 마음을 열수 있다.

개성공단에는 1만 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완성되면 창원시 규모의 도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인천항까지 도로가 뚫리는데 물류비용도 적게 들고, 인건비도 싸게 먹히는 경제적인 사업이다. 남북이 함께 하는 경제활동으로 62년을 따로 지내면서 생긴 갈등의 골을 극복해가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가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 점도 중요하다. 평화체제가 확립돼 군사비가 복지로 쓰이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기는 지도 깨닫는다. 아직 개성 시내까지는 못 들어가지만, 곧 들어가게 되면 선죽교·고려역사박물관도 구경할 수 있다. 다녀온 사람들은, 특히 아이들은 할 얘기가 많이 생기더라. 이런 부분이 마음 속에 있는 갈등을 허무는 과정이 아닌가.

	▲ 개성공단 인근 야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 ⓒ뉴스앤조이 유헌

그런데 아직은 서툴러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북 측은 전기가 모자라서 불을 잘 안켜는데, 어떤 사람이 고려역사박물관을 관람하러 가서 '왜 전기가 안 들어오냐. 이게 뭐냐. 너희들 체제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따지면 다툼이 생긴다. 그것을 보여주는 북 측 사람들도 부끄럽고 괴로울텐데 그것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더라.   

상대를 존중해야지, 괴로운 부분을 파고드는 질문을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 살아갈 마음이 있으면 존중하는 게 가능하다. 사람들이 더 많이 만나다 보면 줄어들 거라고 기대한다.

민둥산에 나무를 심는 것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가 통일 시대를 살아갈 자녀들에게 해줘야 할 일이다. 지금 프로그램에 북 측 청소년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지만, 북에서 꺼리는 분위기다. 만나서 서로 실수할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곧 좋은 소식이 있지 않겠나

기독인들의 대북사업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기독교인들이 어떤 종교단체들보다 열심히 해주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상한 일도 저지른다. 미국에서 인권을 위한 지원금이 2500만 달러가 나오는데 그 돈을 이용해 북 측 사람들을 탈북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건 노예장사가 아니냐. 탈북할 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돈으로 사람을 빼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 사람들 알아보면 다 기독교인이더라. 굿네이버스 같이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북을 도우려면 시원하게 가슴을 열고 도와주던지, 맘에 안 들면 공식적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겠다고 하던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감동을 주는 선교가 진짜 선교다. 중국에서 농사꾼으로 살면서 선진농업 전수하고, 땅 살리기 운동 하면서 중국 사람과 함께 사는 분이 계시더라. 나중에 알아보니 목사님이라고 하더라. 중국 사람들은 아직도 그분이 목사님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목사님이 가지고 있는 진심(신앙)이 그들에게 전해지지 않겠는가. 그런 게 진짜 선교다.

그 외에도 기독교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오래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투쟁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갈등 현장에 가면 오히려 갈등이 증폭 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어렵다. 대안을 가지고 나서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 갈등의 현장에 신앙인이 있으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미국자본주의에 의해 빈익빈부익부가 가속화 되는 세상에 우리 사회에서 도태되는 사람을 누가 책임져 줄까. 교육·의료 등 우리사회의 버려진 자들을 위한 일에 기독교인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경쟁적으로 교회세우고, 돈 모으는 건 이제 그만하고, 특히 성조기 들고 시청앞에 나가는 건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앙인이라면 갈등과 혼란이 극에 처한 장소에 가서 거기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투쟁단이나 사회운동가들이 모이면 갈등만 증폭되더라. 갈등이 폭발해서 문제가 해결되면 그렇게 하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앙인은 마지막 휴머니즘을 지켜내는 보루다. 기독교인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분명히 있다. 그래도 신앙인들에게는 대안이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