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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퍼가 자신이 훈련시킨 매에 관해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 얘기하는 장면이다.

(선생)- 좋아, 카스퍼. 앉거라. 자, 그럼 그 매 얘기 좀 해줄래? 어디서 났지?
(카스퍼)- 제가 발견했어요
- 어디에서?
- 숲속에서요
- 어디다 두니?
- 창고에요
- 뭘 먹이는데?
-쇠고기하고 생쥐, 새들이요
-창고에 가둬두는게 너무 잔인한건 아니니? 자유롭게 날아다니는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종일 가둬두진 않아요, 선생님. 매일 날게 해주는걸요
- 그럼 날아가버리진 않니?
- 안 날아가 버려요. 제가 훈련시켰기땜에

-그 얘길 좀 들려 주겠니? 어떻게 매를 훈련시키지?
-차근차근 조심성있게, 참을성을 가져야 해요
배가 고플때에만 먹이를 줘야돼요
먹이 주는 시간에만 청소할 수 있고요
- 그래?
- 발목끈을 하고 있어요, 항상요
- 발..뭐라고?
발목끈(Jesses)이요
- 철자가 어떻게 돼지?
- J-e...
-안되겠다, 이리 나와서
칠판에 써서 보여주려므나
-"발목끈Jesses"이라 나는 처음들어 보는데
이 단어 전에 들어본 사람  손들어 볼래?
없구나. 거기다 한번 써봐라
그래, 이제 이게 뭔지 설명 좀 해줄래?

-가죽끈인데요. 이걸 매 다리에 잡아매는 거예요
내 손위에 매가 앉으면 끈을 이렇게 내려요
그리곤 회전고리로..

-"회전고리"라, 칠판에 쓰거라

- 그런 후 리쉬 줄을 가지고

- "리쉬 줄"도 칠판에 써주렴
- 우선 손 위에 올려놓고 먹이를 주는 거예요
그런 다음 익숙해지면 장갑낀 손위에서 먹이를 줘요
그렇게 한지 얼마후에
먹이를 발톱에서 2인치 거리에 놓았어요
그러니까...이 정도요, 맞죠?
그랬더니 고기를 향해 뛰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되면 손을 멀리할 수 있어요

- 볼 수 있게 손을 올리거라
- 이렇게 손을 멀리 옮기는 거예요
4인치, 6인치, 식으로요
그렇게 되면 그땐 리쉬 줄로 훈련해요

(친구)-매도 물을 먹니? 잉꼬 기를때 보면 새장 안에다 물 넣어주잖아 매도 물을 먹니?
-목욕같은 거...아침 일찍 목욕같은걸 해
-언제 먹이주는데?하루에 몇번 주니?

-맨처음엔 하루 서너번 포동포동해지도록 줘

- 아주 흥미롭게 얘길 잘했다
(친구)- 진짜 흥미로워요
-제일 흥미로웠던 장면은, 처음으로 줄없이 날렸을때였어요

- 너희들도 그 얘기 듣고 싶니?
- 예, 선생님

-그래, 계속해라

-크리앙스 줄을 달고 연습시킨지 일주일쯤 되었을땐데
매는 30에서 40야드씩 내게 날아왔어요
매가 30-40야드씩 날아오면 책에 써있기론,
줄없이 날릴 시기라는 거예요
물론 저도...
줄없이 날려보고 싶었는데, 못하겠는거예요
날아가버리거나 잘못되면 어떡하나 겁이 나서요
그렇게 4, 5일을 끌었어요
나 스스로에게 계속 말하면서요
"내일은 줄없이 해보자"
결국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는 
"그래, 내일은 꼭 줄없이 날리는거야" 라고 했어요
그게 어느날 밤 -금요일 밤이었는데
먹이도 주지 않았어요
그래야 다음날 아침, 예민해질테니까요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금요일 밤
그날 밤엔 잠도 한 숨 못 잤어요.
날아가 버리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서요
다음날 아침이 됐을때
난 스스로에게 계속 말했어요

"날아가 버리려면 날아가라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그래서 회전고리를 벗기고
울타리 기둥에 매를 내려 놨어요
이제 매를 붙잡아 둔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날아가 버릴 수 있었고, 발목끈만 달고 있었죠
전 생각했죠 "날아가 버릴거야
날아가 버리게 되어 있는거야"
하지만 안 날아갔어요
그냥 그 위에 서있는거예요.  전 겁이 덜컥 났어요
매는 거기 서있었고, 전 들쪽으로 물러났어요
매는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내가  70야드 정도 거리쯤 되는 거리인
들 한가운데까지 갔을때에 매를 불렀어요
"케스, 케스야 이리와. 케스, 이리 날아 와"
아무일도 안 일어났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도로 가서 그냥 데려와야겠다"
그래서 막, 도로 가려는데
매가 날아오는 거예요, 마치 폭탄처럼 곧장!

바닥에서 1야드쯤 떨어져서, 번개처럼요
고개도 안 움직이고

날개소리도 안 들리게
곧장 장갑위로 내려앉았어요, 슉!
그리곤 고기를 움켜 잡았어요
난 너무나 좋아서 어쩔줄 몰랐어요
그래서 확실히 하기위해 다시 해보자, 생각했죠
운이 아니었다는걸 증명하고 싶어서요

다시 매를 울타리 기둥에 풀어놨어요
그리곤 들 한가운데로 가서매를 다시 불렀죠
그랬더니 아까번하고 똑같이
곧장 장갑위의 먹이를 잡으러 날아오는 거예요

대강 그런 얘기예요, 선생님. 제가 매를 훈련시킨거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아주 잘 했구나. 정말 잘했어, 빌리.
모두들 큰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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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영화속에서 빛이 번쩍번쩍 난다. 그저 특이한 취미에 관한 서술같은 매기르는 얘기가 카스퍼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올때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아이의 척박한 가정과 학교생활이 적나라하게 전편에 흐르는데 카스퍼는 눈을 가리고 유령처럼 살아갈 뿐이다. 10살 남짓한 아이에게는 가혹한 세상풍경이지만 내 과거의의 풍경이기도 하다. 노동계층의 버석거리는 삶속에서 매와의 달콤한 교감속에 한없이 몰두한 카스퍼의 이야기는 평범하기도 하지만 매혹적이라고 할만큼 큰 울림을 준다. 흔히 통과의례의 과정으로 이 작품을 해석할 수 있지만 인생에 대한 영원한 알레고리 같다고 생각이 든다. 고단함과 매혹이 공존해서 버텨나가는 인생에 관한 얘기 말이다.

  켄로치의 후속작들을 먼저 봤지만 초기작인 이 작품에도 그의 솜씨와 철학을 주머니 속에 꼬깃하게 감춰놓지 않고 화면에 고스란이 담아 놓고 있다. 그의 휴머니즘은 냉철하면서도 뜨겁다. 그 뜨거움은 살아 숨쉬는 듯한 진정성의 무게와 관념적인 삶의 자세를 거부함으로써 얻어진 질량감에서 나온다. 빌리엘리어트의 특별한 재능에 기댄 시나리오보다 빌리 카스퍼의 평범하면서도 집념어리고 사려깊은 매에 대한 태도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누군가에게는 더 생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저 거부할 수 없고 피할 곳도 없는 리얼리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삶의 자극적인 양상이나 유려한 대사, 영감어린 장면구상으로 이루어진다고 착각해 왔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켄은 이 모든 영화적 기법들이 하나의 재미일뿐 진실성과는 상관없다고 일찌감치 깨달은 것 같다. 카스퍼는 영화내내 꼬질꼬질한 옷과 씻지않은 얼굴로 초라하게 나오지만 카메라는 생활의 열악함에는 관심이 없다. 그와 그의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은 설명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지고 또한 영화에서 얘기하는 본론에는 관심밖의 대상이라고 무시되는 것이다. 또한 가난함은 스토리나 플롯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형 쥬드의 불평어린 태도, 학교 교사들의 파렴치한 폭력과 망언들이 지겨울정도로 화면을 채우고 내 학창시절의 불운한 추억의 냄새를 맡게 해준다. 카스퍼는 이 비이성적인 세계에 발가벗겨진채로 남겨져 있고 진저리치며 떠올리게 될 이 시간들을 무감각하게 견뎌낸다. 얼음같이 굳어진 그의 감각에 하늘을 나는 매가 보인다. 그 유려한 움직임과 단호한 태도에 금새 매혹당하는 카스퍼.

  다큐감독으로써의 전력이 낳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드라이한  카메라의 시점과 (물론 시나리오의 시점또한 그렇다) 생략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스토리의 단도직입적인 구성은 잔인하다 할만큼 빠른 진행을 보인다. 나는 매를 훈련시키는 장면이 더 나와주길 기대했지만 초반에 잠시 보여지는 것을 빼고는 모두 생략된다. 카스퍼의 방언이 터지듯이 주체할 수 없는 설명은 외침에 가깝게 들려오는데, 위의 장면을 보고서야 그가 겪은 매와의 교감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등장인물을 다 알고 있다고 하는 교만한 자세, 관객에게 아는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거짓된 작가의 자세를 켄로치는 조롱하듯이 피해가고 있다. 그는 이 장면을 찍으면서 소년에게 경외심을 갖게 되었으리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수없이 울었을 그의 가슴이 화면에 보이지 않음으로써, 카스퍼의 가족과 학교선생들에게 분노했을 떨리는 목소리가 가라앉은 뒤에야 작업된 차분한 화면속에서 새로운 감정들이 솟아오르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화면에는 차분한 목소리와 눈물을 닦은 흔적만이 남은 손수건의 끝자락만 보일 뿐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형 쥬드를 따라 광부가 되는 과정까지가 나와 있다는데 켄로치는 매가 죽은 시점에서 잔인할 정도로 과감하게 결말을 맺는다. 그럼으로써 완전한 개인적 서정시에 도달하는 미적인 성취를 이뤘다고 보여진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카스퍼의 일단의 시기를 다룬 지극히 개별적이고 보편적인 개인성에 호소하는 뛰어난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의 감각과 판단을 되짚어보자니 또 혀를 끌끌차게 된다. 이미 그는 대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여튼 켄로치의 작품은 구해지는대로 무조건 본다, 라는 결심대로 받자마자 봐버렸다. 필름의 상태가 너무 희미하고 번역이 직역이라 조금은 아쉬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