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 전부터 무릎이 아팠다.

헬스에서 사이클링을 해서인가보다 하고

우습게 여기고 계속 페달을 밟았다.

그랬더니 다음엔 오른 쪽 무릎이 이상하여

올 것이 왔다고 체념 비슷하게 내버려두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병은 소문을 내랬다고....

친구와 통화하다가 이런 사연을 말했더니

사위의 전문이 관절이니 청주로 오라 한다.

신세지는 게 싫어서 대답만 건성으로 했었는데....

결국 오늘 청주에 다녀왔다.

그럴 것이 24일로 예약이 잡힌 서울대병원은 너무 멀고

당장 걷기 힘드니 어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급해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자역에서 계단을 힘겹게 내려가다가

막 도착한 전동차가 문이 닫히려는 바람에

재빨리 몸을 날린다는 것이 잘못해서 넘어지고 말았다.

바로 아픈 무릎이 다쳤다. 일어설 수가 없을만큼

온몸이 두들겨맞은 듯 아파오기 시작하지만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니 약간의 안도가 밀려온다.

병원에 가서 X-Ray을 찍고 골다공 검사도 하고

치료도 받고 주사도 맞고....원장님의 지시도 들었다.

오늘의 충격때문이었던지 피가 보이니

며칠 두고 보자 하지만 내 마음엔 대수롭지 않다.

목발도 샀다.

약처방전을 받고 계산을 하려는데

친구가 벌써 계산을 마쳤다니...

어쩌나!

그러지 않아도 번번히 폐만 끼치고 살고 있어 안되겠다.

근10년 전에도 팔목을 삐어 친구를 괴롭힌 일이 있다.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있어 걱정이지만

친구는 오히려 전생에 내 신세를 져서 이승에서

갚는 거라고 위로하니, 그렇게 믿어도 되는 건지?

그래도

친구라면 힘이 되고 기쁨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친구에게 번번히 근심만 안겨주고 있어

큰 걱정이다.

그뿐이 아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삼계탕을 끓여 놓았다.

귀한 인삼뿌리무침에 두릅나물

여기에 맥주가 빠질 리 없고

자상한 응대에 나는 그저 가슴이 메여진다.

목발 짚고 돌아가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버스정거장까지 와서 버스가 떠날때까지 함께 있어 줬다.

나는 그의 성의에 비하면 100분의 1도 못미치는데

어쩌나...?

친구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나의 사랑을 보일 때가 있으리라고 믿으며

두 시간이 넘는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서울에 닿을 즈음엔 비마저 뿌렸다.

교통체증도

내 아픔마저도 오늘만은 문제 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만만디로 살아야 한다고 결심하니

남부터미널의 엘레베이터가 고장나도 무심할 수 있었고

길고 긴 계단을 절룩거려도 짜증나지 않았다.

내게는 그래도 미래가 있어 희망이 있다.

내일은 이옥자씨의 생일을 축하할 일이 있고

15일은 김포에 가고, 16일은 또다른 약속이 있다.

몸은 아픈데 마음은 이리도 편안하고 행복한지

나도 모를 일이다.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어도 행복했으니까.

김진수씨,

미안해요. 당신을 너무 힘들게 해서....

그러나, 언젠가는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할 날이 있을 거에요.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세요.

우리는 수필로 맺어진 사이이니

언제까지나 그윽한 향기 지닌 문학세계에서 같이 살아요.

오늘은 좀 피로하네요.

안녕!

Bon N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