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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12] 알라의 후예들이란하면 석유와 얼굴 가린 여자가 생각나지만 배꼽춤이 더 유명하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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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4월 05일 (목) 00:00:00 [조회수 : 28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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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성격 좋은 젊은 쿠라는 6일 만에 변기통에 앉았으나 알리는 2주일이 지나도 참고 있었다. 성욕은 참을수록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대변은 너무 오래 참으면 병이 되기에 나는 걱정이 되어 알리를 변기통에 올라가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방법은 천으로 변기통을 가려주면 되는데 그림쟁이 두목이 한사코 반대를 하기에 대변보는 모습을 보아야 그림이 잘 그려지는 미친놈이란 결론 밖에 나지 않았다.
이란하면 석유와 얼굴 가린 여자가 생각나지만 배꼽춤이 더 유명하기에 쿠라와 나는 변기통 앞에서 배꼽춤을 추는 사이 알리가 대변을 보기로 하였는데, 엉터리 배꼽춤을 20분이나 추어도 발사를 못 하기에 트위스트로 바꾸었더니 놀랐는지 겨우 성공을 하였다. 몸 파는 창녀도 처음이 힘들지 얼굴에 철판만 깔리면 당연한 일로 생각하듯이 알리는 하루에 3번을 변기통에 올라가기에 나는 얼마남지 않은 화장지 걱정이 앞설 뿐이었다.
19일 경 모스크바 이란 대사관에서 직원이 와 일용품을 해결해 주었고 잡혀온 5명 전원을 햇볕을 볼 수 있는 큰 구치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두 부하는 나에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주며 꼭 한번 오라고 한다. 철문을 나서는 쿠라는 악수를 하며 미소를 지었으나 알리는 지극히 조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머리 숙여 인사를 하였다. 17일 동안 같이 있으면서 서로 속을 털어놓는 대화는 불가능했지만 같은 이방인의 처지였기에 마음은 통했던 것 같았다.
<하순>
이란 부하들이 떠난 다음날 바로 새 부하가 생겼는데 검은 종자였다. 사할린 동포들이 검은 종자라 부르는 인종은 흑인이 아니라 소련 시절에는 같은 민족 구성원이었으나 러시아로 변함으로 떨어져 나간 그르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 바이잔 같은 나라의 사람들이다. 많은 검은 종자들이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큰 땅에서 공급되는 과일과 샤시릭(한국불고기 고치구이)은 독점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들끼리 잘 단합되어 있어 러시아 문화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아마 미국에서 멕시코 인종이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코스쟈는 도로변에서 지나가는 차를 상대로 약혼자와 과일을 팔았는데 못된 러시아 마피아 녀석이 약혼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계속 추근대기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동안 쌓였던 울분이 터져 상대를 수박 쪼개는 칼로 찔려 버려 큰 부상을 입힌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마피아 두목의 막내 동생이라 합의를 보기에 상당히 어렵기에 일단 구속이 되어 합의를 기다리는 처지였다.
다국적 민족으로 구성된 러시아이기에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대우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검은 종자들은 단결력이 강하고 이슬람교를 믿으며 행동이 거칠었으며 상대를 잘 속이는 편이라, 유독 따돌림을 받았는데 감방 안에서도 역시 따돌리는 신세였다. 허나 이들은 상당히 정이 많았기에 이웃이나 친구가 되면 간도 빼어 줄 정도였다.
코스쟈의 약혼녀 정성으로 사식은 과일과 통닭 전기가 들어오는 별식 덕분으로 나도 호강을 하였고 검은 종자도 잘 씻지 않는 성격이라 나와는 반죽이 잘 맞았으며, 주사위 2개를 던져 각자 15개의 말로 상대방의 길을 막으며 골인점에 도달하는 그들의 오락인 ‘나르디’는 한국의 윷놀이처럼 무척 흥미롭기에 열심히 배웠다.
오랜 만에 정보국에서 조사를 받았기에 통역 노인을 만났는데, 다른 문제는 거의 해결이 되었는데 통관서류에 찍혀진 세관도장이 사건 나기 한 달 전에 분실된 것이라 세관과 짜고 한 사람이 밝혀지기 전에는 빨리 재판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을 거듭 한다. 러시아에서 도장의 개념은 철저했기에 많은 서류를 갖추어야 지정된 곳에서 새길 수가 있었는데 분실된 관공서 도장이 서류에 찍혔으니 비상이 걸릴 만 하였다.
변호사가 10일 후에 한 달 동안 휴가를 다녀온다며 실토를 하고 빨리 재판을 할 것을 당부하였다. 일년에 한 달은 휴가비도 지원 받고 의무적인 휴가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이 부러우나 그가 없으면 면회도 못하는 죄수는 답답한 것이다.
정보국에 다녀온 지 며칠이 되지 않았는데 다시 정보국에서 부른다. 연락도 없고 사식도 한번 넣어주지 않은 게나지에게 실망도 되지만 아직 의리를 저버릴 수가 없기에 실토를 할 수가 없었으나, 정보국에 조사 받으러 가야지 거리 구경도 하고 햇볕을 볼 수가 있기에 즐거운 시간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조사과장실로 들어가니 통역 노인 대신에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와 동포 여집사님이 앉아 있었다. 14개월 만에 만나보는 아내. 껴안지는 못해도 손이라도 잡고 다정한 말을 해 주어야 하는데 경상도 문디는 무뚝뚝하여 속으로만 애를 태웠다. 한국에서 77일 동안 구치소 면회를 다니더니 이제는 외국 구치소까지 면회를 오는 팔자이기에 나의 아내는 참으로 복도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면서 목이 메여 넘어가지를 않았지만 천천히 먹으면서 14개월 동안 가족들이 지내온 이야기를 들었다. 옆에 이 집사가 있기에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나 부도난 가정의 어려움은 피눈물로 쓴 편지였다. 아내는 게나지가 아직도 고철을 부두에 실어보내지 않았기에 오사장이 걱정을 한다며 게나지를 믿지 말고 솔직히 실토하고 빨리 감옥을 나와 고철을 실어보내라고 하였다.
아내는 올 4월 달부터 시커먼 개가 동굴 속에 갇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꿈이 이 일이었다며 계속 울기에 ‘아멘’으로 대답해야 하나, 멋적은 나는 ‘이제는 하늘에서 돈벼락이 내리는 꿈을 꾸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라’고 웃으며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다정한 위로의 말은 입에 감도나 표현은 엉뚱하게 하는 남편에게 이미 아내는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요새 사식이 들어오지를 않으니 통역 노인 부인보다 시간이 많은 이집사가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30분이 되자 구치소 면회는 곧 허락이 날 것 같다며 기도하며 기다리라며 눈물을 닦으며 돌아선다.
감방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돈이 무엇이길래 허무한 인생을 더 허무하게 만드는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의 30만원짜리 소액 가계수표를 할인도 해 주고 나에게서 항상 10장을 빌려 금액을 고쳐 사용하던 크게 사채놀이 하던 친구도 자살을 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나의 부도액수도 커졌지만 사람의 목숨까지 요구하는 것이 돈이란 괴물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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