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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러 나가려다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고 다시 집을 나섰다.
그건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찍으려 함이었다.
대체로 우리 동네는 꽃이 적고 꽃나무가 많은 편인데
개나리와 목련이 지고나면 벚꽃이 화사하게 핀다.
울타리로 심긴 개나리는 깡뚱하게 잘리어
아쉬운 마음에 길게 늘어진 개나리를 그려본다.
그렇다면 어제 탄천에서 본 개나리를 보러 갈까?
방향을 바꾸어 탄천으로 향하는 나를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정상은 아닌듯하여...
황사주의보를 귀담아 들은 시민은 거의 마스크를 해서
나도 마스크를 했지만,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가 흐리다.
詩情을 일으켜왔던 봄날의 아지랑이는 황사현상때문이었던가?
복수초를 위시해서 노루귀, 바람꽃, 돌단풍, 할미꽃, 현호색같은
작은 풀꽃을 보아왔던 나는 크게 드러나있는 개나리를 보면서
저나름대로 피어있는 꽃의 존재의미를 헤아려본다.
나는 나대로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E-Mart에 갔다.
아직도 못다 나눈 사랑의 만두를 빚기 위해
얻어온 김치를 다지면서 사랑은 돌고 도는 것
어쩌면 공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솜씨보다 정성 하나만을 믿고 빚는 만두라서
맛의 평가는 내 몫이 아니다.
그런대로 나는 행복한 순간을 빚고 있을 뿐.
김치만두는 돼지고기라야 제 맛이라
들깨가루에 들기름을 넣고, 표고버섯가루에 스캇치위스키를 넣었다.
고기의 맛을 더하기 위해 술을 넣어본 것이지만 자신은 없다.
두부와 고기의 간은 소금과 후추가루로 하고
끝으로 달걀 노른자를 넣어 만두속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빚은 만두가 오늘은 70여개밖에 안된다.
속을 넉넉히 넣어서였던가
그래도 세 사람에게는 나누어줄 수 있는 분량이라 안심.
맛을 보는 이유로 만두를 많이 먹었더니 체중이 늘었다.
고기를 별로 먹지 않은 나는 이런 핑계로
매일같이 고기만두를 먹어
사랑을 베푼다는 일이 결국은 사랑을 받게 되어 흐뭇하고.
나날이 저하되는 체력때문에
사랑의 표현마저도 한계에 이르렀으니
앞으로는 어떤 모양의 사랑을 해야 할까?
아니다.
이웃에게 폐만 되지 않은 사람이기만 해도
사랑하는 일과 맞먹는 일인지도 모를 일.
황사가 극성을 부린 오늘
만두를 전하기 위해 전철을 갈아타며 다녀왔지만
오히려 주기보다는 더많은 사랑을 받고왔다.
황사도 내 극성에는 어쩌지 못했던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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