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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나기무더위 때는 일하는 사람이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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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04일 (목) 00:00:00 [조회수 : 24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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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낮잠을 자도 기분이 좋지 않다. 옆 사람이 살을 스치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 갑자기 후련한 소나기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소나기 소리를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해진다. 창가에 다가가 하염없이 빗줄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빗소리에 실려 오는 그리운 사람들 목소리와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수원에서 연수를 받던 날, '빗방울 수만큼 행복하라'고 빌어 준 어느 친구의 살가운 문자 메시지도 떠오른다. 이렇게 빗소리 속에서 즐거운 회상에 빠져 보는 것도 그 희열이 오래 가지는 못한다. 소나기의 단막극에 불과할뿐.
재활용함에서 집어 온 김성동의 추리 소설 '비밀의 연인'을 밤새 탐닉했다. 여제자를 사랑하여 그 죄를 뒤집어쓴 사팔뜨기 최 교수의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라는 절규가 저려 온다. 하지만 그것도 더위를 식혀 주지는 못한다.
어쩌다 돌려 보는 천편일률적인 텔레비전 드라마나 콘서트에서 웃고 떠드는 기계음 소리는 한여름의 강적이다. 계곡에 가서 찬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피서법이라지만, 오가는 길의 더운 바람에 시달리다 보면, 이따금씩 땀나면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는 편이 실속이 있다.
담양의 상우가 잘라 준 푸른 대나무 통 두 개를 등에다 대고 누워도 보았다. 아킬레스건 안마를 위해 고안한 것인데, 베개로도 활용하고 죽부인처럼 가슴에 끌어안고 자기도 한다. 그러면 배나 등이 뼈속까지 서늘해진다. 등받이로는 배기고 좁아서 불편은 해도 잠깐 눈을 붙이면 신선이 된 듯하다. 그러나 그 짓도 따분하다. 휴가 중에 일 없이 쉬는 것이 이렇게 지겨울 줄이야!
방학 날부터 여행, 수양회, 연수 등등 쉴 틈없이 싸돌아다녔다. 홀로 원고 쓰기에 부심하는 아내를 두고 자주 집을 비우는 것도 염치가 없다. 이젠 잦은 외출에 용돈마저 달랑거려 누가 만나자고 해도 응하기가 두렵다. 고교 동창생 친구가 운영하는 명동한의원에 가서 아내 보약이나 한 재 사 주고, 가는 길에 인근에서 일하시는 누님과 매형도 뵙고 올까 한다. 토요일에는 당직근무를 하러 오가는 길에 한동안 방치해 둔 텃밭도 둘러보고 싶다. 무밭은 가뭄의 피해를 받았지만, 콩과 피마자는 잘 자란다는 소식을 듣고 숨겨놓은 사람처럼 보고 싶었다. 다음 주에 태풍이 안 오면 집사람을 대동하고 소안도에 가서 윤선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까 한다.
방학 전에 버스 기사가 임무 교대하러 올라타면서, 무더위 때는 일하는 사람이 부럽다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지금도 일하는 그대여, 나처럼 쉬는 것을 부러워 말찌어다.
2005-08-04
이일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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