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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3월 24일 (토) 00:00:00 [조회수 : 3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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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순>
6월 말까지 매일 조사를 받았으나 각본대로 게나지는 나의 지시대로 움직였다고 주장하고, 나는 가공의 인물을 내 세웠으니 그들은 안개 속을 헤매는 꼴이었다. 한국 같으면 조사관이 고함을 지르거나 한 대 올려 부칠 상황이나 참을성이 많은 러시아인들은 침착하게 증언 서류를 비교하며 질문과 확인을 되풀이 하였다. 변호사는 세관원과 접촉한 사람을 밝혀야 감옥에서 나올 수가 있고 빨리 재판을 받아 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가 있다는 충고를 한다.
7월 1일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조사를 할 것이라는 통역 노인말로 장기화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 조그만 방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느 집단이나 두목이 있기 마련인데 6호 방의 감방장은 40세 정도 되었으며 도장 위조 전문가답게 그림만 열심히 그리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이 그린 제법 많은 양의 스케치 북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나에게 항상 자랑을 하였다. 그러나 나의 눈에는 그는 화가가 아니라 신화 속의 인물들을 너무 섬세하게 잘 그렸기 때문에 간판쟁이로 보였다.
일본 야쿠자들의 문신은 절의 천정처럼 웅장한 맛이 있으나 러시아 마피아들의 문신은 기독교적 배경으로 뱀과 악마와 칼이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 한국 구치소에서는 칫솔을 갈아 구슬을 만들어 거시기에 예술을 표현하고 러시아 구치소는 몸에 문신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것이 인간인 듯 싶어 나도 공책에다 성경을 적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감방에는 아래칸 바닥에서 잠을 자는 사람 개는 구멍을 통한 옆 방과의 서신교환이나 물물교환의 접수자이며, 철문을 지키는 자는 복도의 동태나 앞 방과의 서신교환의 접수자였기에 번갈아 24시간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경찰서의 지하실이라 배관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인데, 아무리 구멍을 막아도 할 일 없는 사람쥐들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으며 변호사 입회 외는 면허가 없기에 일부러 방치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은 먹으면 배설을 해야 하기에 화장실은 필수인데 갇혀있는 작은 공간에서 화장실은 요강이 제일 편리한 방법인데 개인요강이 아니라 10명 이상이 사용하는 공동요강이기에 커야 하며 사용규칙도 상당히 까다롭게 정해져 있었다. 철문의 오른쪽에 세면기, 왼쪽에 공동요강이 놓여 있었는데 주위에 천을 두른 것도 없기에 대변보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었으며, 냄새를 줄이기 위해 종이를 손에 지고 천천히 태우면서 연기를 내어야 했다. 식사 시간은 물론이며 누구인가 무엇을 먹거나 모두들 잠자는 시간에는 사용이 금지 되어 있었다.
비철이 흔한 나라라 요강도 무거운 쇠가 아니라 둥글고 큰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인데 그냥 신발을 신은 채로 올라가면 중심을 잘 잡아야 했기에 헌 신발을 허벅지 밑에 바치고 대변을 보는 것이다. 아무리 외국이지만 나는 남들이 보는 곳에서 대변을 볼 수가 없기에 일주일을 참고 참다 태울 종이를 쥐고 똥통에 앉았다. 항문이 찢어지도록 힘을 주었으나 변이 나오지 않기에 주기도문을 50번을 외우는 다섯번의 똥통 도전에 새까만 토끼똥으로 해결함으로 배설의 기쁨이 큼을 다시 한번 느꼈다.
러시아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가 아무 장소에서나 방귀를 뀌는 일인데 특히 식사 중에 방귀를 뀌면 손님이라도 망신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며 잠자면서도 방귀를 뀌면 뺨 한대는 각오를 해야 한다. 꼭 방귀를 뀌고 싶으면 화장실에서 뀌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방귀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것처럼 다른 문화도 개방적이면 벌써 선진화가 되었으리라 생각도 들었다.
“뚱! 뚱!”
신나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벽을 치는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새로 들어온 듯한 동포가 방을 서성이며 주먹으로 벽을 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신입생이 설쳐도 감방장은 아무 소리도 않고 그림만 그리고 있었으며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것이다.
“유지노 코레? 야(나는) 도변소.”
몸은 말랐으나 또렷한 눈을 가진 25살 정도의 동포가 나에게 말을 걸었는데 도변소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그가 내미는 손을 잡고 악수를 하였다.
“라직, 도변소가 무슨 말이요?”
나는 옆의 라직에게 통역을 부탁했으나 마약의 후유증이 덮쳤는지 괴로워 하며 대답이 없다.
“페밀리(성) 도씨, 이메(이름) 변소. 마마(엄마) 야(나를) 똥칸 삐용~. 뽀야(알겠나요)?”
동포 청년은 자신의 배꼽을 가리키며 ‘삐용’하는 소리가 어머니가 변소에서 대변을 보다 낳은 자란 뜻 같았는데, 전설의 고향에서 듣던 이상한 이름의 소유자를 실제로 사할린 감방에서 만난 것이다. 사할린 동포들은 우리에게는 단절된 옛 한국문화를 지니고 있기에 어떤 면에서는 옛 문화의 보고지 같았다. 고통에서 조금 회복된 라직의 통역으로 도변소는 차를 훔친 죄로 일년의 징역을 살다 3일 전에 출소를 하였는데, 삼일 후에 처가의 장인 생일에 참석하여 술에 취해 다시 자동차를 훔치다 잡혀 들어왔기에 분해서 벽을 치며 탄식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주일 월, 수, 금요일의 오후 3시경은 감방 식구들에게 즐거운 시간인 것은 밖에서 전해주는 사식이 전달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철문 중간의 조그만 마마입이 열리고 복도에서 이름을 부르면 물건이 담긴 검은 비닐 봉지들이 전달되었다. 한국이나 러시아나 간수를 믿지 못해 품목과 수량을 확인하는 것은 같은 모습이었으나 냄비 채로 집에서 만든 음식이 들어오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물론 속은 철저히 검사를 했으며 철냄비는 감방 안의 플라스틱 기구에 옮겨 담고 반환된다. 세상 어디 가든 돈이 힘을 쓰는 시대임으로 감방에도 먹을 것이 많이 들어오는 자가 힘을 쓰고 감방장이 되었으며 조직으로부터 공급을 받는 마피아는 당연히 장교대접을 받는 것이다.
감방에서의 재미 중 하나는 새 손님이 들어오면 여관주인처럼 시간손님인지 숙박손님인지 첫 눈에 알아 맞추는 일이었다. 문이 열리고 새 손님이 등장을 했는데 23세 가량의 잘 생긴 동포와 16세 정도의 러시아 학생이었는데, 러시아 학생이 손에 짐을 잔뜩 든 것으로 보아 동포의 비서인 것 같았으며 방을 이전하는 자들 같았다. 위로는 고장 난 환기구멍을 통해 비둘기가 날아들고 밑에는 통신병들이 대화를 한 후, 8호 방에서 이방 온 자들이며 동포는 마약쟁이며 그의 매형이 마피아라는 정보로 똥개가 아님을 조사 받고 동포는 아래칸으로 러시아 학생은 위칸으로 배정이 되었다. 우 안드레이는 간단한 한국말은 했으며 내가 말하는 것은 다 알아들었기에 마약에 찌든 라직보다는 훨씬 대화가 편했으며, 마피아 쪼가리라 감방장도 무시하지 못하기에 나도 덩달아 기운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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