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전종돈님의 기사입니다.

옛사람들은 언제나 생각하기를 천도(天道)는 공평무사하여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을 들며 복을 내려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행이 도(道)를 벗어나고 오로지 악행만을 일삼아도 일락(逸樂)한 생활을 하다가 천수를 다하고, 그들의 부귀는 자손대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당한 땅을 골라 딛고 정당한 발언을 하며 항상 큰길을 걷고 공명정대하게 행동하여도 오히려 재화를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천도란 것이 과연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고이래로 재물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모두 이익을 위해서라면 웃는 얼굴로 달려오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이라면 분주하게 달려가는 것이 인생사다. 오죽하면 천만장자의 아들은 사형을 당하는 일이 없다고 사마천은 <사기>에서 말하였을까? 탐욕한 사람들은 재물에 목숨을 걸고, 용감한 사람은 명예에 목숨을 걸고, 권세욕이 강한 사람은 그것에 끌려죽고, 일반 사람은 그저 생명을 탐하고 아낄 뿐이다.

하물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물이야 오죽하랴. 자본주의 사회는 순전히 경제적 틀에 맞추어 있어 그 토대도, 대들보도, 표지 탑도, 모두 경제적 소재로써 만들어져 있다. 부르주아적 사회란 건물은 생활의 경제적 측면만을 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상과 벌은 금전으로서 측정되고, 입신출세는 곧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하며, 몰락은 당연히 돈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가 학문을 연구한 후 정치판에 나가는 것도 군인이 전쟁터에서 먼저 공격하는 것도, 여자가 곱게 단장하고 웃음을 파는 것도 다 재물을 벌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니 물이 깊어야 물고기가 모이고 산이 깊어야 짐승이 거기로 가듯 부유한 사람이 세력을 얻으면 더욱 유명해지지만 세력을 잃으면 찾아가는 사람이 없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그러나 차가운 계절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러 조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혼탁한 세상 속에서 세상 모든 사람이 부귀를 중하게 여겨도 청렴한 선비는 그 부귀를 가볍게 여긴다고 하였건만 오늘날 안빈낙도 하는 모습을 가르쳐주는 이가 드문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40일간 금식기도를 할 때 사탄이 나타나 첫 번째로 행한 유혹이 이 돌들을 빵으로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때 예수께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

변질된 복음, 부자 되기를 힘쓰라?

그런데 요즘 예수의 종이라 자처하는 일부 목회자들이 전혀 상반된 설교를 하고 있다. 예수 믿고 부자가 안 되면 예수를 잘못 믿은 거라고 공공연히 말하거나, 그리스도인들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란 것이다. 그러니 부자 되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히 부자 되기에 힘쓰고 떳떳하게 누리라고 말한다.

이들 개신교 목회자들의 화두는 축복이다. ‘네 영혼이 잘됨같이’(영혼의 축복, The Spiritual Blessing), ‘범사에 잘되며’(생활의 축복, The Daily Blessing), ‘강건하기를 간구하노라’(육체의 축복, The Blessing of Health)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예수 믿고 복 받아 부자 되라는 것이다. 예수를 믿고 복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목사가 예수를 믿는 성도에게 축복의 은사를 권면해준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사실 '축복의 복음'은 한국교회를 매우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교회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성령 강림을 통하여 가져온 총체적 구원은 단순히 정신적 영적 차원만이 아니라 물질적·자연적 차원을 다 포함하므로 물질적 축복을 누리며, 건강을 포함한 샬롬을 향유하는 것이 바른 복음이라는 것이다. 주의 말씀이 바로 복음이며 그 말씀을 믿는다는 것이야 말로 복을 받는 행위인 것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의미가 서서히 변질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오늘날 개신 교회가 주장하는 축복의 의미는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과는 격이 전혀 다른 원초적이고 현실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기복신앙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축복의 의미는 물질의 축복이며, 네 영혼이 잘됨같이 범사에 잘되며, 강건하기를 간구하노라고 하는 성경의 의미가 전혀 상반되게 ‘예수 믿고 부자 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전락해버렸다.

실제로 대다수 부흥 강사나 목사들의 설교 내용은 오래 전에 기복신앙으로 변질되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디가나 복 타령이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복이란 하나님께 재물의 복을 받는 방법을 말한다. 이 복을 거두려면 씨를 뿌려야 하는데 하나님께 열심히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부 증가 위한 도구로 전락

개신교 목회자들의 부자열전 이야기 중 카네기와 록펠러에 관한 실화가 단연 으뜸이다.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십일조를 잘 드렸기 때문에 거대한 부를 누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들처럼 재물의 복을 받으려면 헌금을 잘 드려야 하는데 물질이 없으면 금식을 해서라도 받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카네기나 록펠러는 그들의 신앙적인 모습보다는 십일조와 헌금을 잘 드리면 하나님이 이들처럼 복을 주어 부자가 되게 해주신다는 하나의 모델인 것이다.

이 관점은 하나님과의 관계란 헌금으로 맺어지며 십일조로 유지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을 잘 믿는다는 것은 얼마나 헌금을 많이 내느냐로 판단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록펠러는 남북전쟁 당시 많은 노동자들의 생명과 그들의 고통을 담보로 부를 획득한 자다. 석유사업을 독점하고자 뇌물수수·협박·폭력의 실상이 여론에 드러나자 사면초가에 몰린 록펠러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것이 자선사업이었다. 차라리 부자열전을 이야기하려면 록펠러를 말할 것이 아니라 ‘재물은 분뇨(똥거름)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 두면 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라는 가훈이 있는 우리나라 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축복의 복음’ 이론은 1960~1990년대 한국 사회가 물질적 빈곤을 탈출하여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기에 한국 그리스도인에게 물질적 부의 획득 활동에 적극적 동기부여를 가능하게 했다. 역으로 물질적 부의 축복을 받으려는 인간의 강력한 동기가 신앙적 동기와 상승 작용을 하여 교회의 급성장에 또 다른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그러나 교회의 '축복의 복음'은 막스 베버가 말한 초기자본주의 형성 시기에 작동한 퓨리터니즘의 경건신학이나 직업에 대한 강렬한 소명의식과는 좀 다프다. 더욱이 사회적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크리스천의 예언자적 공동체 책임 윤리가 약화된 채로 '축복의 복음'론을 강조한 결과, ‘토지 지가 상승’에 따른 불노소득적인 부의 획득마저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윤리적 자기 합리화를 말해주는 곳, 새로운 면죄부를 판매하는 곳이 바로 한국의 개신교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이란 자유의지도 없는 그저 많은 돈을 내면 많은 돈을 주시는 하나의 우상으로 전락하였으며, 예수란 돈을 벌기 위한 이들의 보조수단으로 전락되었다. 예수란 능력 있는 목사의 얼굴 뒤로 가려진 신유의 기적을 행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이들은 오늘도 예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병을 고치며 예수의 이름으로 축복을 남발하지만, 예수의 가르침은 행하지 않는다. 오늘날 개신교는 더 이상 주님이 계시지 않는다. 다만 예수의 이름을 빙자한 자랑스러운 목회자들의 사설 왕국에 불과할 뿐이다.

예수께선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분명하고 단호하게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거나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며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리라”고 경고했음에도 이들은 세상 권력과 손잡고 그들을 위해 조찬기도를 해주며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였다. 성전을 바벨탑처럼 만들고 교회 안에서 요사스런 말로 말씀을 순종하면 재물이 뒤따른다고 속삭였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정면으로 가난한 심령을 부정하며 깨끗한 부자 삼중 복음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사람은 하나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만으론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교회와 마찬가지로 사학이란 이들만의 화수분이다. 건학이념을 주장하고 사유재산권을 외치지만 종교사학이 이미 교회처럼 복마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탐욕스런 무리가 재물에 목숨을 걸듯이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양보할리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힘들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바른 영성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것을 말해주는 목회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졌다. 다만 여기저기서 삭발한 모습에 탐욕스런 얼굴들이 입술로는 영성을 강조하며 싸구려 축복을 남발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축복이란 것은 차고 넘쳐도 다시 목이 마르지만 다만 우리 주님께서 주시는 귀한 말씀이야말로 우리의 영혼의 갈증을 해결하는 만복의 근원인 것이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악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가 바로 축복받은 자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