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21세기 찬송가>와 관련된 혼란은 한국찬송가공회의 책임이 크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13일 열린 <21세기 찬송가> 출판감사예배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승규

<21세기 찬송가>의 출판을 둘러싼 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8년 한국찬송가공회(회장 임태득 목사)가 <21세기 찬송가>를 출판하기로 결의한 뒤부터, 이 문제는 계속 불거져왔다. 10여 년 동안 판매권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대한기독교서회(사장 정지강 목사)와 예장출판사(사장 하태초 장로)는 이 찬송가는 자신들이 독점으로 출판할 수 있다며, 생명의말씀사(대표 김창영)와 성서원(대표 김영진) 등의 출판사는 <21세기 찬송가>를 출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의말씀사(와 성서원·아가페(대표 정형철)·두란노서원(대표 하용조) 등의 출판사들은 찬송가 출판은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경쟁을 통해 다양하고 품질이 높은 찬송가를 펴내는 것이 오히려 한국교회와 교인들에게 이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를 자초한 찬송가공회 쪽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채 사태를 관망만 하고 있다. <21세기 찬송가> 출판권과 관련된 문제는 대한기독교서회·예장출판사와 생명의말씀사·성서원·아가페·두란노서원이 싸울 문제가 아니라, 찬송가공회가 앞장서서 사태 해결에 나서야 된다는 게 출판계의 시각이다.

찬송가와 관련된 권리는 한국찬송가공회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공회를 구성하는 두 개의 위원회에서 선정한 두 개의 출판사가 출판권을 행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21세기 찬송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 <21세기 찬송가>의 모습. 그러나 많은 교인들은 이 찬송가의 존재를 모른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세 기관은 지난 해 10월 '<21세기 찬송가>의 해설과 출판권을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만 부여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단, '양 출판사는 찬송가공회가 지정하는 출판사들에 한해 반제품 형태로 찬송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 합의에 따르면,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찬송가공회와 협의를 해 다른 출판사에도 <21세기 찬송가>를 공급할 수 있다. 반제품이란 찬송가의 편집과 인쇄 등은 찬송가공회가 하고, 출판사는 겉표지만 씌우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말씀사와 성서원·아가페·두란노서원 대표들은 계약서에 따르면 반제품을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아닌 찬송가공회로부터 직접 받도록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출판사 대표들은 3월 8일 기자회견에서 "찬송가공회와 맺은 계약서에는 공회로부터 직접 반제품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찬송가공회는 이중으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들 출판사 대표들은 계약서를 공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문제가 되면 공개하겠지만, 상도덕 상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찬송가공회 쪽은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찬송가공회 김상권 총무는 "판매권 문제가 벌어진 것은 찬송가공회와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끼리 맺은 계약서를 놓고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총무에 따르면, 세 기관은 지난 해 찬송가 출판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서에는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찬송가공회가 지정하는 출판사에 반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또 '일정 기간 동안 찬송가공회가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출판사에 반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찬송가공회는 이 조항에 따라 반제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교인들

<21세기 찬송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될 정도다. 그만큼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다는 뜻이다. 현재 1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찬송가 시장은 새 찬송가의 등장으로 1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찬송가는 특성상 짧은 기간 안에 많이 판매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찬송가공회가 벌어들이는 인세는 가늠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인들이다. 정작 찬송가를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교인들인데, 찬송가공회의 애매한 태도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말씀사 등 출판사들은 일단 찬송가공회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