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유다인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율법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하느님을 자랑하고 하느님의 뜻을 알고 율법을 배워서 사리를 분별할 줄도 알고 눈 먼 사람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에게는 빛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그 율법에서 모든 지식과 진리의 근본을 터득하였으므로 무식한 사람에게 지도자가 되고 철없는 자들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런 사람이 남을 가르치면서 왜 자기 자신은 가르치지 못합니까? 또 남더러는 간음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왜 자신은 간음을 합니까? 또 우상은 미워한다고 하면서 그 신전의 물건은 왜 훔쳐냅니까?    -로마서 2:17-22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가 히브리 사람이고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 가운데서도  베냐민 지파에 속한 바리사이파 사람이고 율법을 알고 지키는 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열성분자임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던 로마 시민권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그 모든 자랑거리들이 쓰레기임을 알게 되어 오물처럼 버리고, 오직 "그리스도를 알고 그리스도의 부활능력을 깨닫고 그리스도와 고난을 같이 나누고 그리스도와 같이 죽었다가 마침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뜨내기 전도자로 남은 생을 마쳤다.

  그가 그리 된 데는 그의 공(功)이 전혀 없다. 모두가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의 자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가련한 군상(群像)에게 너무 몰아붙이는 어조로 추궁하는 건 아닌지?

  한 때 그랬던 '나'가 없다면 지금 이러는 '나'가 어찌 있겠는가?

  바울로, 그는 옳지만 아직, 본인 말대로, 갈 길이 멀다. 그의 어조에 분노와 질책보다는 아픔과 슬픔이 더 많이 섞여 있어야 한다, '그릇된 길을 가는 자들'에게 큰 사랑과 큰 슬픔[大慈大悲]의 보리수 그늘을 드리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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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 그렇습니다, 주님. 세상에는 어리석고 어이없는 짓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하느님보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자기를 앞세우고, 자기가 자기 능력으로 무슨 큰 일을 하고 있는 줄 차각하는 이들이 대개 그런 짓을 하지요.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그건 정말 아닙니다. 그건 제가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걸 주님이 아십니다. 세상에 아무 공헌한 바 없이 죽어도 좋습니다. 우상을 미워한다면서 신전의 물건을 훔치는 어리석고 어이없는 짓만은 제발 하지 못하게 막아주십시오. 나아가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혹 제 눈에 보이더라도, 바울로 선배처럼 그들을 질타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주님이 십자가에서 그러셨듯이, 그들을 위해서 진실히 기도하고 아파하게 하옵소서. 바울로 선배를 넘어 당신을 따르는 것이 저의 외람된 소망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