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이상적(?)인 마을

남들이 그리 말하는 성남의 분당구 정자동이다.

이곳에서 7년 남짓 살았지만 정말 좋은 동네

60평생을 서울 종로구에서 살았지만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더러 서울에 가려면 긴 시간을 길에다 뿌리는 게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이곳에 산다는 건....

우리 동네에 맜있는 김밥집이 있다.

이주남씨의 소개로 이집의 김밥이 맛있는 걸 알고나서

곧잘 이 집을 찾게 됐는데, 이름은 <김밥천국>

어느 날, 헬스에 갔다 오는 길에 그 집에 들렀을 때

벽에 붙어있는 싯귀를 보고 누구의 글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종업원 아줌마가 "이 집 사장님이셔요."

곁에 멋적게 웃는 사람이 바로 사장

키는 작달만 하고 순하게 생긴 남자가

더구나 김밥을 말고 있었던 사람이 사장이라니.

존경스럽다.

별러서

마치 신문기자가 취재하듯이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오늘따라 사장은 부재중....

벽에 붙은 메뉴를 헤아리니 근 50여가지의 식단이 걸려있고 

그걸 다 소화하는 작은 식당이 놀랍기만 하다.

무명의 시인, 김밥 시인 

청소년이 많은 이 식당에서 좋은 글귀를 거는 일은

교육적으로 좋은 일이고 효과적이라고 본다.

잠깐 사이에도 귀여운 손님이 들어온다.

장사도 잘 될 법하다.

흘깃 본 옆의 학생은 오므라이스를 시킨 모양인데

맛도 있을 것 같고 값도 괜찮은 것 같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김밥을 앞에 놓은 것은

사진을 찍기 위한 한 방편이었지만

설마 그런 내 속뜻이야 알 수 있을라고....

덕분에 저녁은 천원의 김밥으로 떼웠고

그 힘으로 헬스에 가서 운동도 하고 왔다.

오늘이 경칩,

개구리가 놀라 튀어나오는 날에

나는 갑작스런 추위에 놀라 자라같은 목으로

밖에 나갔다 왔다.

다음에는 어떤 글귀를 적어 붙이려나.

그게 궁금해서라도 또 가봐야겠는데

그렇다면 또 김밥을 사 먹어야겠지.

난 본시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