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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혁이는 좋겠다학부형들이 하는 말을 듣고
이일배  |  6_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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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3월 02일 (금) 00:00:00 [조회수 : 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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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혁이는 좋겠다.

지난 달 26일, 우리 학교 교사들의 학년 반 배정이 끝났다.
나는 4학년 나 반 아이들을 맡게 되었다.
교사들이 한해 동안 가르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분반하고, 지진아들이 한 반에 쏠리지 않도록 알맞게 조정하고,
그렇게 배정한 자료를 빈 봉투에 넣고
동학년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제비뽑기로 골라 들면, 1년 담임이 되어 가르칠 아이들이 결정된다.
학교에서는 일 순간의 선택이 일년의 희노애락을
좌우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가 선택했다는 부담감을 덜려는지, 남이 고르고 남은 한 봉투를 집는 사람도 있다.
가령 정도가 심한 문제아가 있거나,
골치 아픈 아이들이 많은 반을 골라 잡는 경우,
마음고생이 여간 심한 게 아니다.

학교에서는 전근 가는 교사들이 결정되는 봄 방학 때
하루 날을 잡아 모이고,
관리자들이 여러 경우를 감안하여 정한 원칙대로
담임교사를 배정해 주면,
드디어 신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교사들이 좋든 싫든 반을 배정 받고 마음을 추스린 다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작년 교실에 있던 개인용 짐들을
새 교실로 나르는 것이다.
해마다 교실간 이사가 반복 되는 일이지만,
이 때 일손이 필요하고 짐을 나를 도구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올해도 맨손으로 왔다.
다행히 컴퓨터를 배우러 학생들 중에 아는 아이들을 만나
책짐을 나를 수 있었다.

요령이 있는 몇 선생님은 친한 부형을 부르거나
일을 잘하는 제자들을 부르거나 했는데,
어느 분은 대학을 갓 졸업한 딸도 데리고 오셨다.
새로 옮기는 교실의 옆반에도 두 학부모가 와서
작년 담임 교사의 짐을 열심히 나르고 계셨다.
그분들을 잘 모르지만, 정말 수고하신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두 분 중 하나가 넌지시 내게 물어 보았다.
"선생님, 혹시 4학년 나반 맡으셨나요?"
"예, 그렇습니다."

머쓱하게 인사하고 돌아서서 다시 나른 짐을 정리하는데,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창 너머로 들렸다.
"승혁이는 좋겠네~."

나는 그분들을 누구의 어머니인지 몰랐지만,
그분들은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뿌듯하기도 하여 슬긋 웃음이 배었다.
아마 같은 동네에 사는 집 아이의 이름이 승혁이고,
몇 반인지도 아는 걸로 보아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나 보다.

승혁이가 누군지 궁금해서 우리 반 명단을 보니,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임가요, 하나는 양가였다.
그 둘 중에 어느 승혁이를 두고 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누구든 나를 만난 아이들은 행복할 거라고 믿고 싶다.

우리 반 아이들 각각 모두가 한 해 동안 좋은 선생님을 만나,
정말 행복하게 지냈다는 말이 나오도록,
열심히 사랑으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학부형들과 아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선생님이 되야겠다고,
첫날 만난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2007-03-02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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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혁이가 혹시 이 아이 아닌가요? 혹시나하고 이일배님의 지난 글과 사진 중에서 찾아봤습니다! 아니라면 그냥 자료사진입니다. 하하하... 늘 귀한 글 주시는 이일배선생님께 새삼스럽게 감사드립니다...-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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