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할매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3년 전인가, 어머니가 우리 동네 큰 길에 용한 봉사 점쟁이가 왔다며 딸의 신수나 보자면서 영이를 재촉하여 점쟁이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소문때문인지 7~8명의 사람들이 방에 앉아있었고 가운데에 한쪽 눈은 감겼고 남은 눈은 검은 눈동자가 거의 없는 봉사 할머니가 염주 알을 굴리며 앉아 있었다.
“저~, 그 남자를 사랑하는데 결혼까지 생각해도 될까요.”

봉사 할머니 앞에 영이가 보아도 샘이 날 정도로 얼굴이 잘 생기고 멋지게 빠진 긴 다리를 자랑하는 미니 스커트를 입은 아가씨가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었다.

“사랑? 결혼? 이 년이 봉사한테 선글라스 팔러 왔나? 이 년아, 그 남자가 아니고 그 영감쟁이는 너거 아버지 뻘이다. 새파란 년이 첩살이 하겠다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봉사 할머니는 소문대로 쌍말을 입에 담으며 손님을 구박을 하나 용한 점꽤 때문인지 모두들 시어머니 잔소리라 생각을 하고 귀를 기울인다.
“사람이 착하고 저를 아끼는데….”
“그 영감쟁이 돈 버는 운세가 일년 남았다. 정주지 말고 눈 딱 감고 일년동안 빨아 묵어라. 니가 안 묵으먼 다른 년이 빨아간다.”
“착한 사람을 어떻게….”
“이 덜된 년아! 니가 와 남의 서방 걱정을 하노. 이 놈의 영감쟁이는 돈이 떨어지면 더 행복해 진다. 바싹 빨아 묵고 잘 간수해서 일년 뒤에 쪼개 난 예뿐 술집을 채리라. 그때 맛있는 거 질머지고 이 할매를 찾아 온나. 내 그때 니 남편 될 농사짓는 착한 총각이 있는 방향을 말해 주께. 후딱 가 봐라.”
멋진 아가씨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복채를 놓고는 미니 스커트 속의 팬츠가 보이도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나가는 것이다.

“아이구~, 동자님이 우리 조수, 인자 보냈네. 이리 가까이 온나.”
점쾌 돈을 미리 조심스럽게 봉사 할메 앞에 놓은 영이 어머니에게 하는 소리다.
“니는 나하고 조용히 할 이바구가 많으니 내일 하도록 하고 앞길이 궁금한 개천의 지렁이가 용이 될 것 같은 니 딸 때문에 왔제?”
봉사 할메는 생년월일이나 이름을 절대로 묻지 않고 가까이 오게 하여 한 손으로 몸을 더듬고 코로는 냄새를 맡으며 큰 숨을 내쉬며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염주를 엄지 손가락으로 주판알 튀기듯 굴리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니 딸은 대감인 조상 할배의 머리와 천하기생인 조상 할매의 몸둥아리를 그대로 받고 태어 난기라. 외갓집 피는 한 방울도 받지 않았데이. 니는 그냥 바구니 역할만 한기라. 조금 전에 늘씬하고 잘 생긴 년이 금이라면 니 딸은 다이야다. 그런데 이 용이 하늘로 반쯤 올라가다가 개천이 그리워 스스로 개천에 빠져 버리네~.”
영이의 손으로부터 몸의 여러 군데를 스치듯 만져보던 봉사할메가 영이의 코 아래의 인중(人中)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손 끝을 떨면서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다.

“아이고~이 일을 우야노? 할메요, 좀 도와 주이소.”
“지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은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 용은 떨어 졌다가 올라가야 진짜 귀한 용이 된다. 한가지 걱정은 니 딸이 예수쟁이가 되는기라. 이것도 지 팔자니까, 니는 신경 쓰지 마라. 니는 내하고 맛있는 거나 먹으면서 보살님 시중이나 들며 살면 된다. 앞에 돈 놓은 거 도로 갖고 가서 내일 일찍 보살님 자실 반찬이나 해 온나. 가 봐라. 오늘 밤손님 많을 끼다.”

남자끼리는 육체를 부딪치며 싸운 후에 친해지고 남과 여 또한 육체를 뒤섞는 행위를 한 후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듯이, 인간은 신을 배신하는 과정이 있은 후에야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부님은 이 방면에 경험이 많으신 모양이네요.”
심사위원이 합격 판정을 내렸으니 요즘 유행하는 홍콩 무협영화처럼 사부님이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워 영이가 택한 명칭이다.
“경험? 대학시절에 전 의원은 돈이 생기면 헌 책방의 골목을 다니고 난 사창가의 골목길을 다녔으니 당연할지도 몰라. 그러나 우리의 종착역은 골목 앞에 있는 포장 마차였어. 한 녀석은 술잔 위에 과거의 헌 종이배를 띄우고 한 녀석은 띄울 것이 없어 텅 빈 공간을 술로 채우는 것이었지.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 힘들게 학벌 팔아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자기의 즐거움을 찾아 뛰어 다녔으니까. 우리의 고전을 고집하는 놈과 사랑이랑 사탕만 바르면 공짜 섹스를 마다하고 창녀만 찾아 다니며 팬츠에 매일 누런 고름만 묻히고 다니는 놈들의 젊음의 행진이었어. 이제 한 놈은 권력으로 먹고 살고 한 놈은 돈으로 먹고 사는 제2의 인생 길로 가고 있지만….”
조금 전까지 굶은 사자 같았고 어미 젖을 조르던 아기 같던 남자가 갑자기 철학자가 된 듯 한데 여자에게 호들갑이 심하다면 남자에게는 돌연변이가 심한 것 같았다.

“사부님의 부인은 이 방면에선 행복 하시겠네요.”
지금의 대화는 벌거벗은 아담과 하와의 대화치곤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 되었기 때문에 영이는 분위기를 살짝 바꾸어 보았다.
“우리 마누라가 이불 속에서 행복하다…. 맞는 말인지도 모르지. 그러나 오늘 수제자가 받은 서비스의 10%도 받지 못한 여자지. 영업용차는 언제던지 바꿀 수 있지만 자가용은 절대로 못 바꾸는 차일세. 그래서 자가용은 교통의 전경들처럼 보수적인 전통법을 사용해야 하지. 평생 된장과 김치로 건강을 유지하는 우리처럼 한 두 가지 단순한 기술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야. 이상한 체위를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은 팔불출이나 하는 어리석은 짓이야.”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런 대우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요?”
“섹스의 극치가 무엇인지를 아는가? 굶는 것이다.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철학자도 머리를 비워야 평범한 일에서 진리를 발견하듯이, 배가 고프면 꽁보리밥에 간장만 있어도 침이 넘어 가지. 그래서 남자들의 의무방어전은 챔피언처럼 피하지 못하고 꼭 지켜야 하는 거야.”
세계 참피온들이 제일 싫어 한다는 복싱의 의무방어전을 들먹이며 사부는 제법 심각해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몸을 팔겠다는 제자를 대해서 왜 이런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지 묻지는 않겠으나 명심해야 할 일은 굶을 줄 아는 일류가 되어 달라는 것이야. 자신의 몸이 최고 상품이므로 최고의 몸 값을 요구하는 이유는 서비스를 위해 굶었다는 지적, 육적 자존심을 보여야 해. 최고급 백화점에 손님이 몰리듯 이 짓은 골 빈 놈들이 하는 오락이니 질적으로 놀아야 지 공주대접을 받을 수가 있어.”

사부의 횡설수설 이론이 맞는 말 같기도 했다. 나의 이웃들은 끼니 걱정으로 이 짓을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의 합리화를 증명하기 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발람의 꾀에 동의하는 바알신의 여자 특공대가 조직되는 순간이었다. 프로선수처럼 나의 몸값은 얼마까지 될 것인가?
사부는 수제자로써의 지켜야 할 사항을 세밀히 지시를 한다.
- 고급 미용사들은 머리칼을 만지면서 머리털에서 나는 냄새로 몸 파는 여자인지 금방 알기에 고급 미용실을 절대 이용하지 말 것. 영이는 그대로의 생머리가 나을 것 같다.
- 옷은 최고급으로 선택하며 겉옷은 품위 있고 산듯하게, 속 옷은 원색 계열로 약간 화려한 멋을 낼 것.
- 화장은 기초화장만 하고 향수는 최고급을 사용할 것.
- 손님의 선택은 사부가 하며 서로의 신분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며 알려 주지도 말 것.
- 손님은 수제자의 비밀보장을 위해 외국인에 한한다. 예외시에는 수제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 연락은 전화로 하며 사례비는 은행으로 지불된다.
- 사부와 제자의 관계는 한 쪽의 일방적인 요구에 언제든지 해약이 가능하며 해약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 버린다. 계약금은 해약이 되어도 돌려 줄 필요가 없다.

사부에게서 전폭적인 상류 인사들의 소개를 약속 받고는 자신의 생리일을 가르쳐 주었고 전 의원이 준 위로금이 계약금으로 변한 고액과 먹는 미제 피임약과 프랑스제 향수를 받아 쥐게 된 합격생 영이는 어둠이 내리는 홍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