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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의 벽
김수영  |  대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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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5월 14일 (화) 05:07:01
최종편집 : 2024년 05월 14일 (화) 05:12:31 [조회수 :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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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의 벽> 와다 히데키 지음, 김동연 옮김, 한스미디어, 2022년 12월 28일

   
 

교회 바로 옆집에서 홀로 사시던 91세 노 권사님이 항상 입에 올리는 말이 있었다. ‘목사님, 왜 하나님은 날 안데려 가셔? 나 빨리 데려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해 주셔.’ 9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노인의 푸념으로만 들었는데, 본인의 모든 형편과 건강 상태를 알고 난 후부터는 그 말이 입에 발린 노인의 엄살이 아니라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노화에 따른 탄식과 비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작년 말에 당신 소원대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는데, 최근 와다 히데키의 <80세의 벽> 을 읽는 내내 그 권사님뿐만 아니라 앞서 부름을 받으신 어머니나 노 권사님들의 생전 모습들이 한 장면 한 장면 계속 떠올랐고, 그럴 때마다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잘 공감해 드리고 돌보아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들었다.

와다 히데키의 <80세의 벽>은 80세 이후의 노쇠한 몸과 마음을 어떻게 추스리며 살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 상식적이면서 또 한편으론 기존 의료계의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도 일부 담고 있다. 저자인 와다 히데키(1960년 오사카 출생)는 노인 정신 의학 및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전문의이다. 그는 일본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칼 매닝거 정신의학학교 국제 연구원을 거쳐 35년 간 노인 전문 정신과 의사로 일해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인생이 심플해지는 고민의 기술> <노인성 우울증> 등이 있으며,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70세가 노화의 갈림길> <60대와 70대 마음을 가다듬는 법> <부모님도 나도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등이 있다. <80세의 벽>은 출간 이후 누적 판매량이 50만부를 넘은 베스트셀러이다.

와다 히데키는 이 책에서 노인들이 80세를 넘어서도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가능하면 힘차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으려면 몇 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1장에서 80세가 되면 “의사, 약, 병원의 벽을 넘어서라‘고 말한다. 우선적으로 80세가 넘으면 건강 검진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건강 감진은 신체 부분 부분들을 수치로 판단하면서 그 수치를 맞추기 위한 처방을 하게 되는데,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자의 경우 “수치를 정상에 맞추려고 약을 먹다가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잔존 능력을 잃거나 수명을 단축하는”경우도 있다는 것이다(26-27).

대부분의 고령자들은 대개 “몸 안에 여러 개의 병의 씨앗을 품고” 있으며, 80세가 넘으면 그 병들이 완쾌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투병이라는 관점(이를테면 수술, 항암 치료)보다 “병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기”, 병에 대하여 “용맹함보다는 평온함”이 더 필요한 때라고 주장한다(36). 그러기에 고령자에게는 어떤 특정한 부위의 “검사 수치를 진료 기준으로” 삼아 치료하는 방식보다 고령 환자의 몸 전체를 보고 치료해 주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46,52).

이를테면 “혈압이나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동맥 경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신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암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63). 이처럼 특정 부분에 대해 장기 복용 하는 약물들로 인한 증상들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혹시 면역력이나 잔존 능력을 더 해치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대형 병원들보다 늘 가까이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치료해 줄 수 있는 동네 의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2장에서 저자는 80세가 되면 ‘노화의 벽을 넘어서라“고 말한다. 저자는 ”80세가 넘으면 노화에 맞서기보다는 나이듦을 받아들이는 삶이 행복한 길“(89). 이라는 것이다. 즉 ”노년의 삶이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일 당장 생이 끝난다 해도 후회가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90)

80세가 넘으면 먹고 싶은 음식은 참지 말고 먹으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어떤 흥미 거리가 있으면 참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한다. 그런 일들을 하게 될 때 뇌는 기뻐하고 젊어진다. 당연히 몸도 꾸준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이나 산책 등을 통해 몸을 수시로 움직이는 것이 잔존 능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내는 마음 가짐”으로 충실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80 세의 벽을 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126).

3장에서는 ‘치매, 인지 장애의 벽을 넘어서라’고 말한다. 인지 장애는 건망증, 장소나 시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방향감 장애(이를테면 길을 잃거나, 한 밤중을 아침이라고 생각하고 외출을 하려고 현상들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티비를 보아도 그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지능 저하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 중에 한 가지 현상만 나타나도 난 이제 쓸모없는 존재라고하는 자괴감과 절망에 빠지기 쉬운데, 저자는 그런 선입견이나 태도가 오히려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인지능력까지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 인지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도 삶의 여러 분야에서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음을 믿고 절망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인지 장애를 막기 위해 약물을 쓰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157). 이를 위해 고령일수록 과거의 삶의 행태를 고수하기보다 원하는 일이나 흥미 있는 일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 사람의 뇌 중에서 가장 큰 부위를 차지하면서 거의 쓰지 않는 뇌가 이마엽(전두엽)인데, 그래서 “80세부터라도 단련하면 충분히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166).

4장에선 “80세의 벽을 넘어서라”에서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쇠를 받아들이고, 남아 있는 생존 능력(잔존 기능)으로 노쇠를 극복하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걷지 않는 생활만을 계속하다 보면 전혀 걷지 못하게 된다. 남은 기능을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쇠약해지는 것이 80세가 넘은 고령자의 무서운 현실”이라는 것이다(162).

저자는 고령자의 잔존 기능을 남기는 힌트를 “걷는다, 걷지 않으면 못 걷게 된다.” “안절부절 못할 때는 심호흡, 물이나 맛있는 음식도 효과적이다.” “운동은 몸이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기저귀를 부끄러워 말라. 행동 반경을 넓혀주는 우군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뇌는 깨어난다.“ 등등 4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80세 이후의 몸과 마음을 조명함으로써 노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 가족이나 교회 안에서 80세 이후를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진정성 있게 돌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수영 목사(대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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