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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붉은 카네이션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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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5월 12일 (일) 05:02:53 [조회수 : 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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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에서 일할 때였다. 청계천 변의 꽃가게는 5월 어버이날을 겨냥해 카네이션 세일즈를 벌였다. 비록 이순신 장군 동상 옆 교보문고 광고판처럼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지만, 이맘 때면 두고두고 그 집 광고가 쌓인 기억을 헤집고 새록새록 떠오른다. 

  “앞으로 몇 번이나 부모님께 꽃을 달아 드릴 수 있을까요?”
 
  그때는 어버이날에 닥쳐 거리표 싸구려 꽃을 사지 말고, 좀 비싸더라도 미리미리 꽃가게에서 바구니를 장만하라는 속내처럼 들렸다. 그런데 더 이상 카네이션 구할 일이 없는 지금, 청계천 꽃가게의 광고는 진심과 진실을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만 해도 꽃 살 일이 없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여전히 카네이션을 전할 부모님이 양가 합해 단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어버이날은 얼마나 생기있고, 행복할까, 싶다.
 
  몇 해 전, 어버이날 무렵 어느 친구가 자신이 쓴 시를 보내주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정이 깊이깊이 느껴져 애틋하였다. 공감하는 바가 커서 옮겨 본다. 종종 교보문고 광고판에 등장할 법한 유명짜 한 시인의 시구를 소개하였는데, 어버이날에는 자작시로 스스로를 달랜 모양이다. 

  “나는 고아다/ 8년 전 어머니가 소천하셨고/ 1년 전 아버지까지 귀천하셨다/ 그늘을 잃었기 때문일까/ 요즘 들어 등짝이 따갑다/ 자신의 등짝을 그늘로 세우고/ 기꺼이 자식을 위해/ 전 생을 내놓으신 분들이다...”

  내게도 등짝이 아픈 증세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반복되었다. 등이 배기니 불편해 돌아눕곤 하였다. 그저 운동 부족이거나, 나이가 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시를 읽고 비로소 깨달았다. 그늘을 잃었기 때문이구나. 예전에 어머니는 등짝을 치시면서 훈계하셨다. ‘그러면 안된다!’고. 물론 다 큰 아들을 아프게 때린 것은 아니지만, 싫지 않은 기색일망정 야단으로 알아들었다. 지금 그 등짝이 허전한 것은 결코 나이 탓은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가슴에 카네이션 단 어르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언젠가부터 가슴에 훈장처럼 달던 빨강색 카네이션 꽃들도 모두 퇴출되었다. 종이로 만들거나, 플라스틱 제품으로 팔던 카네이션은 어째 갑자기 사라졌을까? 한때 어버이주일이면 교회에서는 모든 어머니, 아버지께 달아드렸다. 이날만큼은 목사도 흰 가운에 새빨간 카네이션을 꽂았다. 이런저런 카네이션에 관한 추억이 떠오르는 5월이다. 

  흔히 성공하는 인생을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세 가지는 자기 인생을 관리해줄 ‘코치, 멘토, 소속사’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예외없이 태어나기 전부터 ‘코치와 멘토와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맺는다. 바로 부모님이란 존재이다. 비록 경험없는 젊은 부모이기에 방법은 서툴고, 전문성도 떨어지지만 가장 중요한 사랑의 코치요, 사랑의 멘토였다. 평생 이해 관계없이 나를 보살펴주는 영원한 소속사가 또 있을까? 물론 불행(不幸)한 예외도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인생은 ‘코치, 멘토, 소속사’의 헌신적인 사랑을 만나는 일이다. 요즘 스펙 중에서 최고로 ‘좋은 성품’을 꼽는 배경이다. 한 사람의 전인(全人)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성격, 태도, 인성의 훌륭한 점은 학원의 선행학습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해외유학으로도 얻을 수 없다. 모두 가정에서 시작하며, 부모로부터 닮는다. 사랑, 화목함, 따듯함, 끈끈한 의리 등 이런 대단한 스펙의 출발점은 모두 가정이다. 

  인생의 정원에는 일년생 식물과 다년생 식물이 함께 자란다. 예를들어 집 밖에서 만난 친구라는 존재는 제때 물을 주고, 계속 선심을 쓰고 관심을 주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겨우 ‘일년생 식물’과 같다. 그러나 가족은 종종 갈등과 부재, 무심함이라는 가뭄이 있을지라도, 해마다 어김없이 싹을 틔우기를 반복한다. ‘다년생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랑의 뿌리를 기억하고, 믿음의 모태를 존중하며, 부모님이란 나무와 연결되는 인생은 얼마나 다복(多福)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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