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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밑 흙집의 봄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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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4월 29일 (월) 22:57:26 [조회수 :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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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어지는 가운데 산천도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지난번 두 번의 굵은 빗방울 덕분에 산과 들의 나무와 꽃과 풀 등의 자연은 파릇한 새순을 넘어서 짙은 녹음으로 변하였다. 오솔길에서 바라본 눈앞의 산은 어느 사이 다양한 음영으로 자신의 존재를 각각 뽐내고 있다. 녹색의 물결이 거기서 거기겠거니 해도 가만히 조금만 바라보면 짙고 옅음의 구별이 확연하다. 그래서 신비롭다. 그 가운데 밝은 꽃나무가 발견되면 그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한다. 보색이 주는 화려함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듯 하고 또 내어줌에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음을 자연은 충분히 알려준다. 그 속에서 나도 덩달아 마음을 열어 그들 속에 잠긴다. 

며칠 전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헤라)가 사라졌다. 집 안에서만 갇혀 지내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저녁 나들이 정도로 나갔다 들어왔던 헤라가 이번에는 한밤중이 되고 새벽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 음성에 왔을 때 맨 먼저 집안에 들였던 반려동물이 헤라였는데 어느새 10년을 함께 지낸 것이다. 온전히 정을 내어준 반려묘가 사라졌으니 집 안은 쓸쓸했다. 산을 향하여 소리쳤다. 돌아오라 헤라여! 산이 떠나갈 정도로 부르고 불렀다. 혹시나 산 어느 곳에 두 개의 밝은 광채가 있을까 하여 오밤중에 나가 산을 둘러보기도 했다. 일전에 뒷산의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두 눈에 광채를 뿜어내며 야옹거렸던 적이 있었던 터라 사방팔방, 동서남북을 훑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삼 일째가 되니 약간 체념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산을 향하여 큰소리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마지막에는 내일 비가 오니 집을 찾을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이 밤에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행히 돌아왔다. 새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내 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한참 물어도 답이 없어 모르지만 나름 고생을 한 거 같다. 그 이후 바깥나들이는 자제하고 있다. 10년 이상을 같이 지내는 반려동물이 이제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아지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도 남다르다. 그래서 요즘 녀석들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아니, 당부한다.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가 되면 가능한 땅이 녹고 꽃이 피는 봄에 하라고. 추운 겨울을 잘 보내고 따뜻한 봄이 오면 우선 안심이 된다. 아마 길면 대여섯 번, 짧으면 한두 해 정도가 될 것이다. 올봄은 깊어져 여름으로 향할 준비를 하니 긴 이별은 아직이라 위안을 얻는다. 

황무지를 개간하고 있다. 봄은 깊어지고 작물을 심을 때가 왔지만 지금의 땅은 작물을 키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흙에 양분이 전혀 없다. 호미로 땅을 파면 흙보다 돌이 더 많이 나올 지경이다. 크고 작은 돌들이 표면 아래 박혀 호미만 대면 찍혀 나온다. 어떤 것은 손으로 끄집어내어도 된다. 조금 더 깊은 곳은 혼자 들기도 어려울 정도의 돌도 나온다. 그렇게 나온 돌들로 경계를 만들고 있다. 딸기 심은 곳, 상추와 쑥갓을 심은 곳, 파를 심은 곳, 감자를 심은 곳 등등. 초반에는 그저 쌓기만 했는데 지금은 모양을 내며 쌓으려 한다. 쌓는 순간 손이 망설인다. 어떤 돌을 기초로 할 것인지, 어떤 돌을 세울 것인지, 어떤 돌을 얹을 것인지 눈과 손과 머리가 순간적으로 움직인다. 지난번에 썼듯이 사람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존재인 동시에 진화하는 존재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면 또다른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을 실행할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잇다 보니 엊그제는 고추를 심을 땅이 만들어졌다. 괭이로 흙을 모아 이랑을 만들었다. 이곳은 비닐을 씌우지 않을 작정이다. 있는 그대로 심고 거두기로 했다. 멀칭은 풀이나 낙엽을 모아 덮기로 했다. 적어도 삼년은 황무지를 옥토로 만드는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때까지 힘이 남아있다면 말이다. 딸기 한 평, 상추 한 평, 감자 두 줄, 고추 두 줄, 그리고 산나물들. 사실 이전에 비한다면 농사의 규모는 매우 줄어들었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이만한 규모는 먹고도 나눠줌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모레가 장날이다. 여름 내내 먹을 작물을 사다 심을 때다. 올해는 어떤 작물을 심어서 자급자족의 기쁨을 이어갈까? 깊은 산 밑 흙집의 봄은 점점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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