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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칠언의 성사적 묵상
송화섭  |  꿈의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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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4월 29일 (월) 01:18:55
최종편집 : 2024년 04월 29일 (월) 01:21:42 [조회수 :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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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최후 기도: 가상칠언에 숨겨진 칠성사의 비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문재상 옮김, 가톨릭출판사, 2023)

  최근 ‘성사적 묵상’(성례전적 묵상)의 좋은 길잡이가 될 도서가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로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Adrinne von Speyr, 1902-1967년)의 『예수의 최후 기도』이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라는 이름은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스위스의 내과 의사이자 영성가로 60여권이 넘는 책을 저술한 평신도 영성신학자이다. 슈파이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세기 위대한 신학자이자 평생의 영적 동반자인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Hans Urs von Balthasar, 1905-1988년)의 역할이 크다. 발타자르는 슈파이어와 평생의 영적 교제를 통해 그녀의 신비신학을 널리 전하고 대중화하였다. 슈파이어는 평신도임에도 불구하고, 발타자르 외에도 로마노 과르디니(1885-1968년), 앙리 드 뤼박(1896-1991년), 휴고 라너(칼 라너의 동생, 1900-1968년)와 같은 20세기 저명한 신학자들과 지적이고 영적인 교류를 활발히 하였다. 명성으로만 유명했던 슈파이어의 책이 근자에 번역 출간되고 있다. 그 중 『예수의 최후 기도』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말씀하셨던 일곱 말씀(가상칠언)과 성사를 묵상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성사(sacrament 또는 성례)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를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나타내는 은혜의 수단이다. 개신교회는 성경에서 예수께서 행한 세례와 성찬 두 가지만을 성사로 인정하지만, 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년) 이후 칠성사(고해성사, 병자성사, 혼인성사, 성품성사, 성체성사, 세례성사, 견진성사)를 확정한 것은 잘 알려진 바다. 개신교회가 칠성사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 성사를 향한 가톨릭교회의 진지함과 신학적 깊이를 배울 필요는 있다.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 1938-현재)가 말한 것처럼, 성사란 무수한 사물들 안에서 하나님의 실재를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레오나르도 보프, 10쪽). 그리스도인은 세계에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현존을 보고 경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세계 안에서 하나님의 신비를 통찰하고 볼 수 있는 ‘성사적 묵상’을 요구받는다. 
     
  ‘성사적 묵상’의 좋은 본보기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예수의 최후 기도』이다. 책의 원제목(Kreuzeswort und Sakrament, 십자가 말씀과 성사)이 잘 보여주듯이, 슈파이어는 예수님의 말씀에 담긴 성사의 의미를 숙고한다. 그녀는 가상칠언과 칠성사를 다음과 같이 연결하여 총7장으로 책을 구성한다. 1장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와 ‘고해성사’를, 2장은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와 ‘병자성사’를, 3장은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와 ‘혼인성사’를 다룬다. 이어서 4장은 ‘성품성사’를 “저의 하나님, 저의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로 잇고, “목마르다”라는 십자가 상에서 말씀을 ‘성체성사(성찬)’를 다룬다. 6장은 “이제 다 이루었다.”와 ‘세례성사’를, 마지막 7장은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의 말씀에서 ‘견진성사’의 깊은 의미를 찾는다. 

  발타자르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슈파이어가 표현한 가상칠언과 성사의 순서가 완벽하지 않다고 할지라도, 이 책의 의의는 “예수님의 말씀과 그 안으로 응축되는 교회적 형태의 일치”라고 할 수 있다(6쪽). 십자가의 말씀을 통해 성사의 의미를 재발견하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주는 가치는 충분하다. 성사의 가치는 십자가 상의 말씀 속에서 모든 신앙인에게 가시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성사는 매 순간 그리스도교적 삶의 필요에 적절한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는 것이다. 구원의 완전성이나 일회성을 해치거나 없애지 않으며, 오히려 주님의 십자가와 그로 인해 드러난 성령과 함께 계시는 성부의 자비를 믿는 이들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바로 성사다.”(16쪽)  

  슈파이어의 ‘성사적 묵상’은 전문적인 신학이나 풍부한 주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하는 내내 주님을 향한 슈파이어의 아름다운 영혼이 글을 통해 풍성하게 전달된다. 이것은 작품을 읽는 동안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한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단지 2000년전 객관적인 타자의 죽음이 아니라 곧, 내 삶의 전부이자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임을 경험하게 된다. 끝으로 슈파이어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시야에서 십자가상의 말씀을 묵상한 내용을 소개하며 이 글을 갈무리한다.    
    
  “...다시 한번, 스러져 가는 말씀이신 분의 말씀이, 성사적 말씀이, 교회가 그저 받아 간직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나누어야 하는 말씀이 교회 안으로 돌아온다. 부활하시어 하늘로 오르신 성자께서 오순절 성령을 믿는 이들에게 보내시기에, 성령의 천상 귀환은 견진성사를 위한 공동(空洞)과도 같으며, 그 준비와도 같다. 성부의 손에 성령을 맡겨 드리기 위해, 십자가상에서 성령을 벗어 던져 버린 사랑, 바로 그 사랑 안에서 성자께서는 성령을 세상으로 보내시며 교회에 맡기신다...십자가 주위가 어두워지기에, 성령께서는 성부의 빛을 향해 돌아가신다. 타오르는 불길 안에서, 영원한 생명의 불꽃을 지닌 채 세상의 어둠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말이다. 신앙인은 그 장엄한 영광을 통해 그분께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이심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102-103쪽) 
          
참고도서: 레오나르도 보프. 『성사란 무엇인가』. 정한교 옮김. 왜관: 분도출판사, 1992.

송화섭 목사(꿈의교회 부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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