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하려던 말들, 김호경, 뜰힘, 2022)

   예수의 메시지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저 멀리 구름처럼 떠돌거나 혹은 난해한 과제 던지듯 무심하지도 않았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일상, 삶의 자리 안으로 들어와 그들의 언어로 전하셨다. 비유가 그것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현재 삶의 재료들로 빚어 오롯이 드러내셨다. 그렇기에 친근하나 대조적으로 뒤늦게 찾아오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문제는 우리의 시선이 비유에만 머무를 때다. 또는 지금의 상황과 사고에 갇혀 비유에 담긴 본연을 놓칠 때다. 

   설교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 중에 하나가 자신의 의도성을 가지고 예수의 메시지를 단순한 지렛대로 삼는 경우다. 전할 목적이 지나치게 도드라지면 본의와 진의는 쉽게 부차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스스로 말씀에 충분히 근거하고 있다는 합리화와 본질을 기만하는 습성도 이런 때에 생긴다. 더 이상 함의를 찾아가는 작업이 번거롭고 불필요해진다. 메시지의 오류와 굴절은 그렇게 일어난다. 여전히 많은 설교들이 마치 찍어낸 듯, 한 방향으로 흐르는 세속적이고 기복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다.  

   그렇게 정형화된 설교기법과 그것에 익숙해진 회중들의 더욱 강력해진 수요가 만나 예배의 현장은 계속 타협을 거듭해 간다. 메시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은혜로운 공존’이라는 명목 하에 수없이 겉돌기만 한다. 예수를 느끼지 못하고 복음을 경험하기 어려운 메시지 안에 어떻게 구원이라는 거룩함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예수가 전한 비유 이면에 담긴 메시지의 근원을 찬찬히 찾아간다. 저자(서울장신대 신약학 김호경 교수)는 그간 복음의 본질보다는 비유 자체로 오해할 수 있는, 혹은 오해해 온, 때로 껄끄럽거나 불편한, 여전히 의문스럽고 흔한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하기까지한 비유의 메시지들을 철학의 도구를 들고 하나씩 다루어 간다. 진주와 보물의 비유에서는 물질 자체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달란트 비유는 손익이 아닌 ‘삶의 방식’의 메시지를, 누룩의 비유에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편견을 깨고 누구든 초청하는 것’으로의 해석을,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의 비유에서는 하나님 나라를 ‘아무런 배재 없이 새로운 질서를 꿈꾸는 곳’으로의 확장을 그리고 큰 잔치의 비유에서는 당시의 관례를 넘어 파격적으로 열린 하나님의 나라를 전한다. 그 외에도 그리스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여러 비유들 속에 담긴 진의를 찾아 해석과 이해를 넓혀 간다. 이는 예수가 살던 시대와 지금 사이에서 복음에 대한 교감과 일치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해석과 현재의 이해들이 만나는 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소리, 생각과 의도를 내려놓고 본래의 의미를 찾아가는 번거로움으로 ‘나직이 살아 움직이는’ 예수의 메시지에 참여할 수 있다. 그 안에서 비유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구체적인 나의 삶에서 발견하는 기쁨과 밑줄 긋는 재미 또한 누릴 수 있다. 문자로 전해진 비유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메아리 되어 울리는 신비로운 떨림을 경험할 수 있다. “예수가 진정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려던 것은 무엇인가.” 이는 죽어서까지 전하고자 애썼던 예수의 메시지를 ‘읽고 알리고 따라야하는’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놓치지 않아야 할 질문이다.

백성창 목사 (이천창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