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2018)

   에리히 프롬의 유명한 저서 중에 하나인 ‘사랑의 기술’에서는 산업사회를 맞이하면서 사랑하는 능력을 상실한 현대인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책인 ‘인간의 마음’은 에리히 프롬이 스스로 사랑의 기술에 대한 후속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 내용이 이어져 있다. 그것은 사랑할 능력을 잃은 인간의 마음을 정신분석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사실 오늘날 지성인들이 파악하기에는 선과 악이 그렇게 분명하지는 않다. 신앙인의 관점에서도 선악은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해석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호불호의 차원에 머물 때도 많이 있다. 그런 점에서 에리히 프롬은 선과 악에 대한 본성을 분석한다.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프로이트는 사람들이 전장 속으로 죽으러 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로 인하여 인간은 그 본성에 있어서 죽음에 대한 충동이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죽음에 대한 충동이 곧 삶에 대한 충동이었음을 확인하는데, 이에 대해서 에리히 프롬은 죽음을 추구하는 삶과, 생명을 추구하는 삶을 구분한다. 느껴지는 바로는 프로이트는 죽음에 대한 충동과 생명에 대한 충동이 동일한 양면성을 의미한다면 에리히 프롬은 이것을 두 가지로 다시 구분한 듯하다. 

   죽음에 대한 충동은 에리히 프롬에게 있어서 죽음을 사랑하는 삶과 같다. 이것은 생명을 낳지 못하고 오히려 기계적이며, 수동적인 형태다. 죽음에 대한 사랑은 곧 힘과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에리히 프롬이 판단하는 ‘생의 의지’는 굉장히 ‘권력’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상 독일 철학에서 생에의 의지는 곧 권력에의 의지로 해석되었다. 그만큼 니체의 영향력은 가히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삶을 사랑하는 것과 죽음을 사랑하는 것을 구분하면서 죽음에 대한 사랑은 힘을 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힘을 중심으로 여겨지는 생애는 결국 강압적인 것과 무력한 것으로 나뉘게 된다. 

   강압과 무력함을 생각한다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승패다. 이기고 지는 것, 그것이 중요한 사람에게 있어서 정의는 명확함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트랜드 코리아에서 말했던 것 중에(정확하지는 않으나) 가장 기억 남는 것은 바로 도덕적 승리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도덕적으로 승리하는가, 패배하는가 라고 한다. 그 말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예민한 문제로 인하여 지친 결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리히 프롬도 죽음에 대한 사랑의 특징적인 것은 명확한 공정함이다. 공정함이라는 단어 그 자체는 매우 긍정적인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프롬은 설명하기를 “죽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의는 정확한 분배를 뜻하고, 자신들이 말하는 정의를 위해서는 즐거이 죽이기도 죽기도 한다. 그들은 ‘법과 질서’를 우상으로 삼는다. 법과 질서를 위협하는 모든 것은 그들의 최고 가치에 대한 악마적 공격으로 생각한다.” 라고 주장한다. 

   어떤 점에서 감리교가 처한 상황과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관점을 환기시켜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분열 직전까지 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즐거이 죽이고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에리히 프롬이 특별하게 강조한 3가지를 언급하는 것이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사랑과 자아도취 근친애적 고착이다. 물론 하나씩 다 설명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것은 직접 읽어볼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이경우 (청년)